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다시 친우에게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rainrain
작성일
2018-01-16 17:12
조회
586

 


겨울로 오는 비


 


눈 뜨는 아침에 


온하루가 젖어 있었다


눈 뜨지 못하는 아버지의 소리에는


바람만 드나들고 있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체온도 지나간 차가움이 되고 있었다


 


 눈물이 나지 않는 시간도 지나가고


잊을만 하면 그립다고도 않는 슬픔으로 내 몰렸다


그렇게 '아버지'의 자리는 비워갔다.


 


흑석동의 버스에서


동작동을 지나고 반포동에 머문 


기억을 두고


입으로 소리조차 다문 기억을 잊고서


그리, 또 그렇게 또 미련없이 또 아무 남김없이


이별로 지워간다.


 


 아버지의 부고,


벌써 서너 달 전의 까마득한 시간으로 돌아가 있었으이.


점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가고


곁에 둔 당신의 처 조차 누누이 살펴야 잠시 알아보는 이별처럼


그렇게 떠나셨으이.


 


 화해하지 못한 시간이


두고 두고 멀기만 할 것 같아


마음 편히 먹으시란 말이 아버지와 자식의 마지막 인사였으이.


 


 아직도 꼿꼿한 똥고집의 어머니는


없는 것, 있는 것도 욕심으로 곁에 끼고


탓은 남이고, 용서는 남의 할 일이라


허....     돌아 서고 나면 


그래도 자식이고 이래도 어머니라 하였으니,


참.....     돌아 서고 나면 다시 후회만 남았으니....


 


 


 이틀을 겨울로 비가 오고 있었으이


잊을만 해도 그리움 같지 않게 아버지로 생각이 나는 것이


어쩔 수 없이 그리움이라 부를 밖에 달리 마땅치 아니 한 것이라.


이 비가 지나고


겹겹이 쌓인 가을의 색 빠진 잎들 아래서


초로록의 봄이 숨어 있다 한들


이 비가 지나고


또 비가 오기 까지는


아무도 누구도 그리움이라 말하지 않기를.....


 


 곧 비 오듯 


밤이 지고 밤 보내듯


겨울이 지나가고


겨울이 떠나듯


이별은 우리의 일상이겠으리라.


 


 친우의 겨울에는


무사 무고 건강하신지?


가끔은 후회같은 그리움으로 아버지라 부르는 나의 겨울은


그런 저런 날처럼


소소히 지나갈 뿐이니....


 


 건강 강건 하시라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484

사과를 따는 일

rainrain | 2019.10.16 | 추천 0 | 조회 513
rainrain 2019.10.16 0 513
483

뇌우(雷雨)

rainrain | 2019.09.11 | 추천 0 | 조회 467
rainrain 2019.09.11 0 467
482

산책

rainrain | 2019.06.20 | 추천 0 | 조회 625
rainrain 2019.06.20 0 625
481

꽃이 지던 날

rainrain | 2019.04.10 | 추천 0 | 조회 379
rainrain 2019.04.10 0 379
480

우중 설경

rainrain | 2019.02.26 | 추천 0 | 조회 359
rainrain 2019.02.26 0 359
479

감사해요

ㅇㅇ | 2019.01.25 | 추천 0 | 조회 295
ㅇㅇ 2019.01.25 0 295
478

아궁이 불쬐던 고양이

ㅇㅇ | 2019.01.05 | 추천 0 | 조회 451
ㅇㅇ 2019.01.05 0 451
477

겨울 강가에서

rainrain | 2018.12.15 | 추천 0 | 조회 446
rainrain 2018.12.15 0 446
476

꾸엑이

이승현 | 2018.12.02 | 추천 0 | 조회 213
이승현 2018.12.02 0 213
475

추워요.

이승현 | 2018.11.25 | 추천 0 | 조회 228
이승현 2018.11.25 0 228
474

가난한 사람에게

rainrain | 2018.09.08 | 추천 0 | 조회 298
rainrain 2018.09.08 0 298
473

물안개

rainrain | 2018.06.26 | 추천 0 | 조회 270
rainrain 2018.06.26 0 270
472

소금이 온다

펌글 | 2018.05.19 | 추천 0 | 조회 242
펌글 2018.05.19 0 242
471

봄이에게

펌글 | 2018.05.19 | 추천 0 | 조회 463
펌글 2018.05.19 0 463
470

묘비

rainrain | 2018.05.18 | 추천 0 | 조회 213
rainrain 2018.05.18 0 213
469

한용운 시인의 사랑

가슴이시킨다 | 2018.04.11 | 추천 0 | 조회 534
가슴이시킨다 2018.04.11 0 534
468

비가 오는 일

rainrain | 2018.04.10 | 추천 0 | 조회 288
rainrain 2018.04.10 0 288
467

모놀로그

무명초 | 2018.04.07 | 추천 0 | 조회 278
무명초 2018.04.07 0 278
466

그리움

rainrain | 2018.01.31 | 추천 0 | 조회 400
rainrain 2018.01.31 0 400
465

다시 친우에게

rainrain | 2018.01.16 | 추천 0 | 조회 586
rainrain 2018.01.16 0 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