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기장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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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인
작성일
2016-02-23 01:46
조회
373
+ 새해 일기장엔
새해 일기장엔
커다란 햇덩이 하나 먼저 그릴래.
은빛 햇살 하늘 가득 풀어놓고
푸른 산 병풍처럼 빙 둘러칠래.
그 안에 옹기종기
우리 동네 정답게 그리는 거지.
맑은 실개천도 돌돌돌 흐르게 하고
지느러미 고운 물고기도 몇 마리
요리조리, 헤엄치게 그리는 거야.
참, 푸른 바람 한 줄기도 잊지 말고
꿀처럼 달콤하게 그려 넣어야지.
그래, 새해 일기장엔
검정 같은 원색은 빼버리는 거야.
은은하고 부드러운 간색으로,
섞이고 어우러져 따뜻하게 살아나는
그런 색깔로 온통 채우는 거야.
무지개 일곱 빛깔도 좋을 테지.
이제 막 눈뜨는 어린 새싹들의
연한 연두 빛깔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은은한 색깔 속
이젠 우리들의 밝은 모습 그리는 거야.
덧니 하얀 순이의 세모진 얼굴에도
함박 같은 웃음꽃 그려 넣는 거야.
맑고 밝은 웃음색 죄다 끌어 모아
날마다 신나게 칠하는 거야.
그래, 그래.
너와 내가 함께 쓸 새해 일기장엔
햇덩이 같은 웃음색만 칠하는 거야.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