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은(오세영·시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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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인
작성일
2016-01-11 22:45
조회
322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부터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오세영·시인,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