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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8-26 16:37
조회
190

얼마전 병원에 다녀왔다. 그것도 사람들이 꺼리는 신경정신과.


 


내가 신경정신과에 다녀왔다고 하니, 나를 돌팔이, 혹은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눈초리가 심심치 않게 느껴졌다. 너, 명상한다면서? 지인 중 하나는 대 놓고 물었다. '명상으로 네가 겪고 있는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은 가뿐히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니니?' 라는 말이 생략된, 그래서 조금은 뼈가 있는 말이기도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발끈해서 마음속의 불편함을 말로 다다다 쏴주고도 남을 테지만, 이제는 그냥 피식 웃음만 나왔다. 우선은 내가 처한 상황이 지인의 이야기에 발끈할 만한 에너지 자체도 아까운 상황이었다.  그 밖에 또 다른 이유로는.  제작년무렵, 비록 전자책이긴 하지만,  첫번째 책을 출간하면서 겪은 여러가지 일들로  마음의 맷집이 좋아져서, 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내가 병원에 가게 된 것은 명상 덕분이었다. 명상을 하는 동안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긴장이 수개월동안 지속되었다. 긴장은 점점 더 커지고, 긴장이 커질수록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나 수행의 깊이도 지장을 받았다. - 여기서 말하는 수행의 깊이는 수행자의 차분한 마음가짐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예상 밖의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일부러 사족을 둔다, 여튼- 나중에는 핸드폰이나 열쇠고리 따위를 코 앞에 두고도 못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가 문제였다. 


 


 근래 들어 마시는 커피 대부분,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마시고 난뒤 느껴지는 산뜻함과 명료함인데, 언젠가부터는 커피를 마셔도 그냥저냥이었다. 그 뿐아니었다. 후각도 많이 덤덤해져서 커피의 맛이나 향을 구별하는데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나에게 커피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댁에서 시음용으로 보내주신 -인도네시아산 G1 롱베리나 콜롬비아 위스키배럴도 첫번째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앞에 것들은 저마다 특유의 커피향을 자랑하는 커피인데. 내 코가 비뚤어진 것인지 후각으로 느끼는 모든 향이 분별을 잃어갔다. 결국, 나에게는 아무것도 구별되지 않는, 그냥 커피였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바리스타를 업으로 삼는 나이면서도 은근히 커피를 탓하게 되더라. 아닌게 아니라,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커피에 대한 원죄가 있다. 커피와 가까이 지내면 어쩐지 건강을 해칠것 같은 근심을 안고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 맥락없이, 병원에서 혹은 한의원에서 약을 지으며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한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우리는 지금껏 커피가 아닌, 독배를 들이킨 것 같은 자괴감에 들곤 한다. 그건, 우습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나의 진단결과. 병원에서는 내가 스트레스가 지나쳐 신체적으로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몸과 마음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마음 또한 몸과 마찬가지로 많이 지쳐있다는 소리였다.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만, 추론컨대 요즈음들어 커피가 영 감동적이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서 기인 한 것 같았다. 


 


왜 안그렇겠는가. 굳이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특히, 억세게 운이 좋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내 처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코로나로 가게 매출에 타격을 입고 회복되지 못한 채로 보낸 세월이 햇수로만 무려 3년이다. 장사는 운이 절반이라, 이 난리에도 잘되는 곳은 잘 된다지만. 커피는 기호식품인 관계로 그렇지를 못하다.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 심지어는 먹고 싶어도 참을 수 있는 것이 커피다. 지금껏 인생의 절반을 봉급쟁이로 살아왔던 내가 급작스레 자영업자가 된 것도 모자라 매달 적자에 허덕이는 가게를 꾸려나가려니 커피와 상관없이 수분이 부족하고 가슴이 진정되지 않으며 밤잠을 설칠 수 밖에... 


  


하지만, 나는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동안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 행여 한마디라도 꺼냈다가는 내가 가진 모든 문제의 원흉이 커피로 지목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마치 약국 하나를 크게 턴 것 마냥 상당한 양의 약을 처방 받아왔다.  


 


정말 커피가 우리 몸에 나쁘기만 할까? 


 


많은 사람이 커피의 안좋은 점을 꼽으라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잠을 못자는 점을 꼽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어서 느끼는 극심한 피로감과 긴장 불안, 더 나아가서는 심장질환에 대한 위험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이는 커피에 든 카페인 때문이다. 그리고 카페인은 어느 순간 커피에 다량 함유 되어 있는 마약성분이나 발암물질 정도로 여겨진다. 말로만 보자면 만병의 근원이고, 인류의 건강을 갉아먹는 악마의 해악쯤으로 여기고 멀리 해야 한다. 


 


그러나 알고보면 카페인은 커피에 그리 많은 비율을 차지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볶지 않은 아라비카 원두 100g 당 1.2%가 함유 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로스팅하여 커피를 내리면 1g당 12mg가 함유 되어 있을 뿐이다.  카페인 그 자체만 보더라도 적당한 양의 섭취는 우리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을 강화하고, 간의 독소를 해독하는 데도 효과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커피에는 카페인말고도 몸에 유익한 요소들이 많이 함유 되어 있는데, 폴리페놀은 우리의 노화를 예방하고 치매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그런 까닭에 지나친 섭취나 과당을 혼합하지 않는 이상 하루에 서너잔 정도의 커피는 의료계에서도 권장하는 추세다. 


 


그럼 나는 어떨까? 


 


사실. 내가 커피를 좋아하고, 직업이 바리스타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다. 물론, 가게의 커피 블랜딩을 바꾸거나, 새로운 품종의 커피를 로스팅 할 때는 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많이 마시긴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두개의 카페를 오픈 했는데, 그 무렵에는 정말 비인간적일 만큼 많은 커피를 마셨다. 그 탓에 나는 한동안 위경련과 위염에 시달렸고, 남동생은 신장에 무리가 와서 병원 응급실 신세를 지긴 했다. 하지만, 그 또한 경험이어서 지금은 제법 요령이 생겨서 그 때와 같이 미련한 짓을 사서 하지는 않는다. 향과 맛을 분간할 수 있을만큼만 입에 넣었다가 이내 벹기를 수십번 반복한다. 그 사이 짬짬히 물로 입을 헹궈주기 까지 한다. 그것말고는 나 또한 남들처럼 하루에 한두 잔 정도의 커피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정도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만으로도 에스프레소, 그 쓴걸? 하고 정색을 할지도 모르지만, 알고보면 에스프레소가 다른 종류의 커피보다 카페인이 훨씬 더 적게 들어 있다. 의사 선생님의 권유가 아니더라도 아주 모범적인 커피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알고보면, 커피는 중세시대의 마녀같은 존재로 꽤 오랜세월을 버텨온 음료일지 모르겠다. 아닌게 아니라, 커피가 아랍에서 유럽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정말 악마의 음료로 낙인찍혀 교황에게 음용금지를 요청할 정도 였다고 한다. 하지만, 웬걸. 커피를 마셔본 당시 교황 클레멘스7세는 커피의 각성효과에 흠뻑 반해서 도리어 장려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안에 원죄로 숨어 있는 커피에 대한 선입견과 죄책감은 어디에서 시작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에세이는 브런치 작가 할아버지카페 딸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grandpapa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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