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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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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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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온다


임대균


 


물큰한 갯내음 솟아오르는 바다의 한길


얼금뱅이 이씨는 오전 내내


이빠진 삽으로 찰진 갯물을 들까부른다.


 


간이 천막 그늘에 발을 뻗고


구름 한 칸 슬지 않는 하늘을 살피다


갯바다 무릎 베고 잠에 드는 한낮.


 


"쩡쩡"


소리없이 허공의 주름이 펴지며


하늘길이 열린다


 


 


소금이 온다.


 


 


수만리 해저(海底) 깊은 곳


수억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바다의 속살을


겟메꽃처럼 도란거리며


아폴론의 마차에 올라


고봉으로 달아오른 땅 위에


희디흰 살을 비빈다.


 


건실한 산바람이 노오란 송홧가루를 날려


아지랑이 핀 갯물 위에 버무려지면


오늘도 단 피가 도는 대(大)발의 소금이 난다.


 


바람이 식어가는 저녁


물 빠진 갯벌 사이로


물구덩이 고개를 디밀면,


 


잠에서 깬 그는 조용히 나가


열두 배미 사이로 이리저리


소금을 뒤채다,


나무곳간에 차곡차곡


하루만치의 천곡(天穀)을 쌓는다.


 


잘 여문 송홧소금 한 숟가락은


서울 가 새로 취직했다는


작은 아들 밥상머리에 먼저 올라


그의 흰 이마를 당길 것이다.


 


하늘에 세든 한 삶에


욕심없이 살아온 소금쟁이의 삶


 


간수 다 빠져버린 투명한 소금같이


청량한 염전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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