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석 문

작성자
바람
작성일
2006-11-15 14:02
조회
1943
skin/SuP_literature_f1/images/6.jpg조지훈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 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4

보고싶다 (1)

kent | 2007.05.02 | 추천 0 | 조회 2148
kent 2007.05.02 0 2148
13

사랑하는 당신에게

kent | 2007.04.30 | 추천 0 | 조회 2240
kent 2007.04.30 0 2240
12

너를 안고 싶다

kent | 2007.03.21 | 추천 0 | 조회 2212
kent 2007.03.21 0 2212
11

고 향

노천명 | 2007.02.03 | 추천 0 | 조회 2407
노천명 2007.02.03 0 2407
10

새해에는

나그네 | 2007.01.11 | 추천 0 | 조회 2027
나그네 2007.01.11 0 2027
9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작성자 | 2006.12.30 | 추천 0 | 조회 2278
작성자 2006.12.30 0 2278
8

사랑이란..

나그네 | 2006.12.25 | 추천 0 | 조회 2125
나그네 2006.12.25 0 2125
7

지나간 사랑이야기

이 경 | 2006.12.12 | 추천 0 | 조회 2054
이 경 2006.12.12 0 2054
6

접시꽃 당신

도종환 | 2006.12.09 | 추천 0 | 조회 1986
도종환 2006.12.09 0 1986
5

모순(矛盾)

정두현 | 2006.11.28 | 추천 0 | 조회 2840
정두현 2006.11.28 0 2840
4

나의 노래

슬비 | 2006.11.21 | 추천 0 | 조회 2263
슬비 2006.11.21 0 2263
3

가지않은길

ilovepoem | 2006.11.19 | 추천 0 | 조회 2006
ilovepoem 2006.11.19 0 2006
2

향수(鄕愁)

향수 | 2006.11.16 | 추천 0 | 조회 2112
향수 2006.11.16 0 2112
1

석 문

바람 | 2006.11.15 | 추천 0 | 조회 1943
바람 2006.11.15 0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