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땅
시
시
작성자
이병일
작성일
2010-03-02 17:53
조회
1545
내 땅인 양 살아 온 남의 땅
고달픈 이민자의 땅
여기가 나그네 땅인 것을
피곤한 아침에야 알았다.
내 어미가 불러주던 구성진 망향가며
내 아비의 한숨 낀 넋두리 속에
아해들의 꿈은 서성거리고 있었고
오늘도 해 없는 하루를 살았다.
끝 모를 방랑의 불면으로
곤고한 아침은 오늘도 닫힌 채
땅 보며 하늘 보며
토해 낸 한숨의 탑은 높기만 하다.
뉘라서 내일을 말할 수 있으랴,
오늘뿐인 하루의 연명도 은혜인 것을
고달픈 이민자의 땅
오늘도 구름은 침묵하며 흐른다.
어제 오늘 살아 온 땅 아니기에
눈에 익은 것 천지임에도
매일 아침 낯선 나를 보는 것은
여기가 나그네 땅이기에,
아하!
이 땅 어디에서 도망 친 꿈을 찾으며
허옇게 삭여진 희망의 끈을 잡을까
고달픈 나그네의 땅
그리운 것은,
내 어미의 뜨거운 눈물뿐이다.
열릴 줄 모르는 내일은
오늘도 통곡의 벽 앞에 서 있고
잃어버린 내 아해들의 꿈이
저 하늘 떠도는 구름 속에 있다.
내 땅인 양 살아 온 남의 땅
고달픈 나그네 땅에서
오늘도 부르터진 어미의 손길은
쇄해 버린 아비의 반백을 쓰다듬으며
환청 같은 희망의 소리를 듣는다.
* 한국, 월간 '창조문예' <2007.4> 지 추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