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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시애틀에서 치과 병원 개업하기 - 꿈에 그리던 병원이 내 손안에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24 00:25
조회
47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15화)

 

눈폭풍을 맞으며 시애틀로 당도한 우리는 마냥 좋았다. 캘리포니아와 다른 풍경들, 다른 표정의 사람들, 미국 유학 이후로 처음 보는 새하얀 눈과 콧속으로 들어오는 겨울 냄새. 이삿짐을 기다리는 일주일 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작은 아파트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을 느꼈다. 캠핑 매트리스를 깔고 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면, 훈훈한 히터 바람이 얼굴로 내려왔다. 따뜻한 기운을 느끼며,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 행복했다.  

하지만, 현실은 잘 나가던 직장을 버리고 이제 다시 시작이었다. 의사 면허와 이력서가 있지만, 낯선 곳에서 우리는 그저 힘없는 이방인일 뿐이었다. 새로운 곳에 이력서를 보내고, 긴장한 얼굴을 하고 또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미래에 우리 병원이 될 후보들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않았고, 같은 미국이지만, 시애틀이라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병원의 비즈니스에 관하여, 또 대출에 관하여 부지런히 논의를 했다. (미국은 병원을 오픈할 때, 통상 현금으로는 자신의 신용의 한 부분으로 서류상 제출할 수는 있었지만, 거부가 아니라면 현금을 쓰도록 추천하지 않음)

걱정과 불안 대신 우리의 꿈 실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변의 선배들의 병원도 투어 하고, 그들과 인터뷰를 하며 불쑥불쑥 올라오는 불안감을 떨쳐버렸다. 선배들은 시애틀이 너무 좁고 포화상태라, 치과 의사들이 발붙일 곳이 없다며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들로 조언을 해주었다. 불안한 사람에게 더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사실 이 말들은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이사를 준비할 때에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을 돌아보아도 항상 불가능하다는 것에서 가능함을 경험했기에 다시 한번 그 불가능에 기대를 걸어보았다.

남편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해 항상 주저하고 불안해했다. 책상에 앉아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흰 종이에도, 엑셀에도 꼼꼼히 계획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인생의 변화와 전환점이 찾아올 때, 나는 최소한의 정보와 최소한의 인맥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남편은 반대였다. 200프로 이상의 정보와 인맥으로 자신이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일들을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고 항상 플랜 A와 B를 데이터화한다. 그러고 나서도 실행해 옮기기 힘들어 주저하는 사람이었다. 상대적으로 막무가내인 나를 만나고 조금씩 여유로운 사람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남편은 깐깐하게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지 않고서는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남편은 이미 시애틀에 도착하기 3개월 전부터, 치과 전문 중개회사 홈피에 올라온 병원들을 보며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한사코 말렸지만, 남편은 그래야 속이라도 편해진다고 하니 나중에는 그냥 내버려 두었었다.

서로 이렇게 다른 우리는 적당한 계획과 조금 저축된 금전을 가지고 시애틀 정착 후, 첫 몇 개월의 시간 동안 병원을 찾는데 조금 더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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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에는 치과병원을 새로 개업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미국에서는 스크래치부터 병원을 시작하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는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도전정신과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에 열광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반대로 경계심이 많고, 오래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새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모든 업종들이 오래되면 될수록 고객층이 더 두터워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이미 갖추어진 곳을 인수하려고 한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이라는 게 무엇보다도 환자가 재산이기 때문에 어떤 병원들은 환자 차트를 몇 십만 불에 사고팔기도 한다. 우리도 환자 층이 넓고 두터운 오래된 병원을 인수하는 것이 목표였다.

우리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시애틀에서 괜찮은 치과병원을 인수하는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급했다. 이사를 하는데 모아둔 돈의 10프로 이상을 벌써 소비해 버렸고, 병원 인수 공부를 하느라 또 얼마를 투자했고, 일자리 없이, 집 월세, 전기세, 수도세, 학자금 대출까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어마어마했다. 당분간 저축해 놓은 돈으로 조금 버티다가, 만약의 대비를 해서 신용카드를 끌어다 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무모한 생각이었지만.

우리는 최대한 빨리, 좋은 치과병원 하나를 잘 인수하기 위해 치과 중개인 회사 여러 곳을 연락해 놓고 병원이 나오는 대로 탐방을 다녔다. 우리의 인수 병원 리스트에는 은퇴하는 의사의 병원, 건강에 이상이 생겨 처분하려는 의사의 병원, 의사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처분해야 하는 병원 등등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개인 병원보다는 그룹 병원, 쉽게 말해 체인병원을 사고 싶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방향키를 잡았다.

겨울이어서인지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이 많지 않았다. 남편이 우리가 할만한 병원이 없다며 투덜거렸다. 미리 온라인으로 봐 둔 병원을 일단 가보자고 했더니, 거기는 너무 비싸서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만데?” 내가 물었다. “억 소리 나!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하는 값이야” 남편이 대답했다. “그래? 그렇담 더 가봐야지!” 하고 정색했다. 왜 이렇게 ‘못 한다, 안 된다.’라는 부정적인 태도와 말을 들으면 반기를 들고, 더 하고 싶은 욕망이 끓어오르는지. 욕망과 호기심에 불타는 내 눈빛을 알아차리고 남편은 웬일인지 쉽게 “가보자!” 고 말했다. 남편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내 속마음은 어차피 매물로 나온 병원도 없고 해서 구경이나 할 참이었다.  



 



Universit of Washington의 일부 모습입니다.

 

그 억 소리 난다는 병원은 시애틀 북쪽에 위치하고 명문대학교인 University of Washington 가까이 위치해 있었다. 일단 땅값이 비싼 동네임은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치과 병원이 집합해 있는 5층짜리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은 경쟁이 된다고 싫어하지만, 미국은 이런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 치과 셋과 보철, 교정, 구강외과, 치주질환과 각각 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한 건물 안에 모든 치과 전문의가 다 함께 모여 있는 것이다.

한국은 전문의를 취득하면 모든 치과분야의 치료를 다 제공할 수 있지만, 미국은 다르다. 일종의 상도덕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치과 치료 비용이 일반 치과의 두세 배라서 굳이 전문의가 다른 치료를 할 필요가 없어서 인지, 일반진료를 절대 하지 않는다. 물론 그 두 가지 모두 이유가 되겠지. 이런 곳의 일반 치과가 갖는 이득은 힘든 케이스들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같은 건물에 있는 전문의에게 바로 일임할 수 있어 좋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같은 건물에 여러 다른 전문의와 일반 치과가 함께 협력하며 일한다.

이 병원은 로비부터 부내가 폴폴 났다. 자연을 닮은 베이지 컬러의 벽과 푸릇푸릇한 큼직한 화분들, 벽을 타고 내려오는 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의자 사이사이를 오가는 모습은 치과가 아니라 럭셔리 스파 같은 느낌을 풍겼다. 치료실 복도로 이어지는 중간문을 통과하고 나니 열세 개의 치료실이 이쪽부터 저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한낮의 햇빛이 시선을 끈다. 모든 치료실은 유리창이 있어 치료받는 환자들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엄지 손가락만 한 에센셜 오일이 담긴 작은 병들이 종류별로 줄 지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걷고 있는 발을 따라 복도 끝으로 향하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곳에 또 다른 공간이 있었는데, 1층과 같은 사이즈로 스태프들과 닥터들이 쉴 수 있는 층고가 높은 천장이 있는 휴게실과 작은 작업실이 있는 곳이었다.



 



Pixabay images

 

주인 되시는 분은 머리가 희끗희끗하여 은퇴를 앞두신 것 같은 모습을 한 키가 훤칠한 유태인이셨다. 병원 투어를 마치고 이분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분의 치과 철학은 남달랐다. 환자들에게 자연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케미컬을 배제하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곳에서 공수해 온 처음 보는 재료들과 약을 사용하는 다른 차원의 치과였다. 일명 Holistic dentistry(홀리스틱 덴티스트리). 어쩐지, 아까 복도에서 잠깐 스치듯 보았던 에센셜 오일들이 그 증거였다. 학교에서 조차 들어보지 못한 분야였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자연치료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하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들을 이용해 일반 치과의사들이 꺼려하는 곳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순들을 따져보자면 끝이 없겠지만, 환자들을 생각하며 자연치료를 하려는 그분의 노력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자연치료에 관심이 많은 나도 살짝 흔들린 건 사실이다.

‘홀리스틱 덴티스트리’는 아직 한국에는 없는 듯하다. 좀 쉽게 말하면, ‘자연 치과’ 정도로 별명을 붙인다면 조금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자연치료가 유행하고 있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몸에 닿는 화학물질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을 치과에도 적용한 것이다. 치아의 충치에 도움이 되는 불소가 몸에 해롭다고 주장하며 불소를 치과에서 없애버렸고오존을 사용하여 입안의 세균을 죽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미 과학적으로도 무해하다고 판명된 충치 충전제아말감은 아주 소량이긴 하지만 수은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 곳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관심이 가는 분들은 더 연구를 해 보도록 추천드려요.  

유태인들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짧게 썰을 좀 풀어보자면,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람들은 유태인들의 교육철학과 그들의 생활습관에 관하여, 서적뿐 아니라 방송 다큐멘터리도 수차례 방영했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터무니없이 비싸긴 했지만, 유태인 치과의사가 운영하는 곳을 탐방했다는 것은 일종의 영광이었다. 뭔가 달라도 다른 그들의 비즈니스, 그들의 사고방식 이런 것들을 좀 들여다본 기분이라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을 사기 위해 처음 본 병원이어서 우리는 그래도 나름 진지했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법! 이리도 큰 병원을 둘이서 할 생각을 하니 계산도 되지 않아 한번 본 것으로 만족하고 진지한 마음을 고이 접어 바람에 날려버렸다. 이런 병원은 현금 부자이거나 잘 나가는 대형병원에서나 웃돈 얹어서 인수하겠지. 잘 가라 첫사랑아!




이 병원을 시작으로 우리는 그 이후에도 오 개월 가량, 열개가 넘는 병원을 찾아다녔다. 때로 승산이 있는 노크를 하고 우리의 자소서와 이력서를 제출하고 갖가지 필요한 서류도 보냈었다. 병원을 인수하기 위해 여러 번의 진지한 시도가 있을 때마다 거의 2 개월 간 다른 병원을 진행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 와중 계약이 중간에 엎어진다면, 그간 들인 과 시간노력이 아무런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화가 치밀다가 허탈해진다.
지금의 병원을 인수하기 직전, 계약이 엎어지고 잔뜩 화가 난 남편은 다 하기 싫다고 생떼를 부렸다.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 미리 예약을 해놓은 임플란트 라이브 수업마저 가지 않겠다며 투정을 부렸다. 왜 이럴 때는 정말 애같은지.

나도 감정이 앞섰지만, 이성을 찾고 맛있는 요리로 남편을 꼬드길 참이었다. 특식을 먹고 기분이 조금 풀린 남편을 향해, 조리 있게, 따끔하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 주었다. 마지못해 나가는 남편의 뒤통수에 대고 “자기 콩팥 하나 팔아야 살 수 있는 수업이야! 똑바로 듣고 와!” 해버렸다. 사실, 콩팥 하나 값이 얼만지 당연히 모른다.

남편이 임플란트 공부를 위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 있는 동안, 나도 별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부정적인 기분을 없애기 위해 배꼽 잡고 웃으며, 그동안 미뤄 왔던 한국 예능 프로를 연달아 보며 머리를 식혔다. 눈은 TV를 향해 있었지만, 머릿속은 병원 인수 생각으로 팽팽 돌아갔다. 병원 인수 진행이 잘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분석 중이었다. 혹시 우리의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빠뜨린 부분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머릿속은 다음 계획을 위해 반추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짜고 있었다.

중개인들을 좀 바꿔 보기로 했다. 그동안 세명의 다른 중개인들과 일을 했는데, 답이 나오질 않았다. 주변 선배들은 지금이 겨울이라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며 천천히 하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나의 주특기인 반감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안 되는 게 어딨어다 돼!’라며 마음을 굳게 먹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최선 모드로 돌입했다. 99프로의 노력을 했다면, 1프로의 영감이 작용할 시기가 온 듯했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준비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에는 그 적은 1프로의 영감이 내 안팎으로 초능력과 같은 힘을 발휘했다.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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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인은 진행이 너무 빠르다며 주말까지 시장에 선을 보인 다음, 다시 우리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김이 좀 샜지만, 며칠을 기다렸다. 그 병원이 우리의 것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그다음 주 월요일이 되었다. 며칠간 시장에 내놓았지만, 우리 이외에 그 누구도 보러 온 사람들이 없었다며, 계약을 진행해 나가자고 했다. 세 명의 오너를 만났다. 두 명은 중국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은퇴가 가까운 유태인 남자분이셨다. 첫 병원 주인이 유태인이었는데, 우리의 마지막 병원의 주인도 유태인이라니. 병원 주인 세 명 모두, 각자의 개성으로 다른 색을 띠고 있었지만, 눈에는 동일하게 총기가 가득했다.

이 병원을 보러 오기 전,  개의 병원과 인수 절차를 밟았는데, 그때는 주인들이 상당히 소극적이었고, 지지부진해 힘이 많이 빠졌었다. 하지만 이 병원의 주인들은 하루라도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절차를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그들의  빠른 움직임으로 평균 두 달이 걸려서 인수되는 기간이 한 달로 줄어, 초고속으로 우리 손에 들어왔다. ‘순풍에 돛 단 듯’이란 말이 이런 걸 뜻하는구나 싶었다.

그 한 달간이 꿈길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명의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서류들을 분석하고, 인수 계약 조건을 확인하면서 이 병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갔다. 세 명이 달려들어 팔려고 하니, 혹시 사기가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그런 걱정은 진작에 넣어둬도 됐었다. 우리의 경우는 병원을 인수 과정에서는 현금이 아닌 은행 대출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사기라면, 우리보다 은행이 더 먼저 알아차린다. 은행이 ‘오케이라고 하면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우리가 생각하고 정리해야 할 것은 기존의 직원들과 함께 갈 것인가 아닌가였다. 우리는 이전부터 오래 일했던 스태프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닥터 두 명을 제외하고 하나도 내보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주인이 바뀐다고 전 스태프들을 교체해 버리는 일은 비인간적이라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그곳에서 10년간 일했던 매니저를 따로 만나 서로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리를 만나러 온 매니저는 긴장한 모습이었다. 병원을 인수하고 1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자신을 혹시 자를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고백했다. 우리 병원 매니저는 주인인 우리보다도  주인처럼 일한다. 어떤 때는 누가 주인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갑질 하지 않고 그저 매니저에게 의지한다. 그녀의 열정을 맘껏 발휘하도록.



 






한국과 비교해 한참 떨어지는 모습이지만, 제 눈에는 마음에 들더라구요. 맨 뒤 오른쪽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치료 후 주어지는 토큰으로 선물을 뽑는 뽑기 기계가 있네요.^^



병원을 인수하고 몇 개월 후, 동네 구강 안면 전문의가 그 작은 동네의 일반 치과의사들을 전부 점심식사에 초대를 했었다. 그는 이 모임을 자주 했었는지, 다른 닥터들과는 안면이 있어 보였다. 새로운 우리의 얼굴을 보고 어느 병원에서 왔는지 물었고, 병원을 소개했더니, 전 유태인 병원 주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자기 병원을 모르는 일반 사람에게 팔 사람이 아닌데, 우리가 정말 운이 좋다면서 제대로 된 병원을 샀다며, 매우 기뻐해 주었다. 유태인 전 주인의 깐깐함과 성실함이 이미 그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나 보다. 감사하게도, 다른 전 주인들과는 연락이 끊겼지만, 유태인 전 주인 분과는 자주 연락하며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분을 볼 때마다 좋은 병원을 인수하게 해 주신 것에 대해 항상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이 병원이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이 아직도 기적이라 생각될 만큼 같고, 감사하고, 매일이 새롭다.


이곳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치료를 한 지 햇수로 4이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꿈꿨던 대로 직원들에게 조금 더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구축하였고, 환자들에게는 비교적 착한 가격으로 제한 없는 충치 치료와 통증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의사로서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 앞으로 이 병원을 통해 우리와 스태프 그리고 우리의 환자들이 더 풍성해지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시애틀 닥터오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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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미국에 간 백미와 현미를 볼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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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 유학 생활 1년 - 벌써 1년, 그리고 앞으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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