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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캘리포니아에서 시애틀로 이사 오다 - 새로운 꿈을 찾아 시애틀로 고고씽!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22 23:41
조회
69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14화)

 

캘리포니아에서 시애틀로 이사 온 지 벌써 4년을 향해 가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라는 말만 들어도 '아 꿈의 동네', '가고 싶은 곳', '아메리칸드림', 이렇게 알고 있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이곳에서도 캘리포니아에서 이사를 왔다고 하면 다들 왜 이사를 왔는지 의아해한다. 오히려 자기네들은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며.

내가 시애틀로 이사 온 이유는 간단하다. 캘리포니아의 햇빛은 나에게 너무나도 투머치였다.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밖으로 나갈 때마다 선글라스를 껴야 할 만큼 뜨거웠지만, 매번 외출할 때마다 항상 선글라스를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선글라스를 매번 챙길 수 없었던 나의 게으름 때문에, 태양을 참을 수없다는 증거로 나의 미간주름은 훈장처럼 깊게 파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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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태양, 너무 힘드로요 ㅠㅠ



내가 주로 살았던 곳은 LA에서 1시간가량 동쪽으로 떨어져 있던 으로 산에는 말라비틀어진 이끼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부시들이 가득하거나 아니면 그저 흙먼지 날리는 민둥산이 고작이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옆으로는 너무 말라서 금세 쓰러질 것 같은 팜트리가 듬성듬성 있었다. 남편은 걔네들을 보면서 면봉 나무라고 불렀다. 면봉 나무라니, 그래도 팜트리인데. 다 말라서 잎사귀가 아래로 축 쳐진 모양을 멀리서 보면 길이만  길게 늘여 놓은 면봉 같기도 했다. 땅이면 물이면 공기면 공기모두 바짝 말라있었다. 여름에 숨을 들이마시면  안쪽이 말라버려서 아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너무나도 건조해서 여름에는 스파크가 일어날 만큼 정전기가 수도 없이 일어났다. 너무 싫었다. 처음에 너무 깜짝 놀라서 시원하게 이 잘도 튀어나왔다. 자동차 차문을 열려고 만진 문에서 '타닥!', 그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과 손을 잡으려고 손이 닿는 순간 '타닥!' 나 이외에 어떤 사물, 사람과 닿으려는 그 순간,  의지와는 상관없이 번쩍! 그놈의 정전기는 나를 더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게 만들어 버렸다. 정전기는 유독 여름에 가장 심했다. 여름에 정전기라니. 한국에서는 겨울에 나던 그 정전기가 캘리포니아에서는 여름에 피할  없는 최악의 이었다. 이런 이유로 캘리포니아는 매년 여름 산불을 달고 산다. 여름에는 민둥산 곳곳에 그을린 흔적이 많이 보이고, 민둥산이 아니더라도 불이 잘도 붙는다. 올해도 우리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을 , 캘리포니아는 작년보다  거대해진 산불로 화마를 견뎌야 했다. 이런 메마른 캘리포니아에서 13을 살았다. 긴 시간이다. 치대 졸업 때문에, 직장 때문에, 영주권 때문에 그 13년을 버티고 버틴 이다.




첫 직장으로 이사 온, 캘리포니아의 Armpit(겨드랑이; 참조는 이전 글) 도시 베이커스 필드의 삶을 청산하고, 공기가 더 깨끗하다는 비가 더 많이 온다는 시애틀로 이사를 결정했다. 영주권을 받았던 직장함께 지냈던 사람들, 우리의 추억이 깃든 월셋집, 매일 저녁 산책을 나갔던 공원, 이 모든 것들과 6년간의 정을 떼어내느라 힘들었지만, 어쩌랴. 우리는 나무가 무성하고 비가 오는 촉촉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의 우리 이름으로 된 병원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병원 특성상 주인의 치과 철학이 강하다면 내가 면허의사라도 주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불장군처럼 일 하는 것은 허락되지 없었다. 능력이  사부만큼 되지 않는다면, 내 의견을 최대한 죽이고 함께 맞추어 가는 것이 상생의 이치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유독 치과만큼은  사부 같은 의사가 많은 듯도 싶다. 그도 병원장과 의견이 맞지 않아, 결국 시골로 혼자 나와 돌담 병원에서  노릇하지 않았던가.

남편과 나는 대형 치과병원에서 붙박이로 일하면서, 미래에 병원의 모습을 그려가며, 서로 열띤 토론을 했다. 직원 의사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직원 처우를 잘해주고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불우 이웃을 돕고, 선교사업을 한다고 말하는 치과 의사들 중,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을 일회용 취급하며 그 비싼 미국 의료보험을 직원 스스로 지불하도록 하고, 경험이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저 시급에서  인상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누구를 먼저 도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수입이 마땅치 않아서 직원들의 처우를 살피지 못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땅값이 비싼 도시는 일단 피하고 싶었다. 특히 비싼 지역의 환자들은 대부분 치위생이 좋기 때문에 내가 도울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돈이 그리 많이 되지는 않지만, 조금 낙후된 지역에서 치과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 되는 충치를 치료하고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지역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적당히 비싸지 않은 지역에서 둘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넉넉한 치료실을 가진 만만한 가격의 병원을 인수하고, 직원들에게는 4대 보험을 챙겨주며, 적어도 오랜 경험이 인정된다면, 일한 만큼의 보너스를 제공하고, 매년 조금씩이라도 시급을 올려 주고 싶었다. 대형 치과 병원에서 최소 임금으로 몇 년씩 노예처럼 일하던 조무사들이 내 일 같아 안쓰러웠다. 우리 병원에서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한두 번 이상은 법카(회사 카드)로 직원들의 점심을 사주고 싶었고, 그들의 안녕을 위해 함께 챙기고 일하는 따뜻한 병원장이 되고 싶었다. 사실, 개인 병원이 규모가 작다면, 4대 보험을 해준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또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있었다. 일단 그 꿈은 잠시 묻어 두었다. 병원을 인수할 때까지.




촉촉함의 꿈, 따뜻한 병원장의 꿈을 안고 두 개의 주를 넘나드는 대형 이사를 시작했다.

2017년 1월 겨울, 그 해 겨울 워싱턴 지역은 137년 만에 유례없는 눈폭풍으로 몸살을 앓았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룰루랄라 신나게 이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오레곤부터 본격적으로 눈폭풍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북부 끝자락 Mt. Shata(마운틴 샤스타)에서부터 그 전조를 보였는데, 고속도로가 거기서부터 벌써 얼어있었다. 우리는 9년 된 이륜구동 SUV를 힘겹게 끌고 오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사실 마음의 준비랄 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마냥 즐거웠다. 가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노래처럼 우리는 캘리포니아의 태양을 피하고만 싶었다시애틀이 그 방법으로 가장 적격이었다.

시애틀은 일 년 중 9개월가량 비가 내린다고 사람들은 말했었다. 하지만 이사 온 후, 4년간 비가 내린 달수를 계산해 보면 6,7개월에 불과하다. 비가 온다고 해도 점심때쯤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잠깐 고개를 내민다. 그때만큼 태양이 감사할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그렇게도 싫던 태양이었는데, 여기서는 감사하다니. 너무 넘치면 감사와 멀어질까?

시애틀 토박이들은 점점 해가 갈수록 비가 내리는 달수가 줄어든다며, 매년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 지역의 산불을 걱정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여름 연달아 산불을 겪고 보니 비가 줄어드는 것이 나도 좋지만은 않다날씨가 가장 좋은 여름8월 한 달 내내 산불로 인해 온 동네가 뿌연 연기로 인해 공기마저 매캐해서 코가 따갑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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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있는 Gas Works 파크, 시애틀의 상징 오른 쪽 멀리 스페이스 니들 보이네요.



일반적으로 시애틀은 서쪽으로 태평양 바다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해양성 기후가 주를 이룬다. 그로 인해 비가 많이 내리고 공기 순환이 잘된다. 미국 전역에서 천식환자들이 공기 관광을 올 정도로 허파에 힐링을 주는 고퀄리티 에어를 자랑한다. 비가 일 년의 반 이상 내리기 때문에 그리고 온도가 높지 않아 침엽수림이 가득하다. 캘리포니아서 볼 수 있는 팜트리는 전혀 볼 수가 없지만, 활엽수 나무는 곧잘 보인다. 여름엔 가장 더워봤자 잠깐 몇 시간이 고작이다. 가장 고온일 경우, 화씨 90도(한낮에 건조한 섭씨 31도) 아래이며, 겨울에 가장 저온일 경우, 이른 아침에 살얼음이 살짝 어느 정도로 평균 화씨 33도 정도(한밤중 습한 섭씨 0도)이지만, 해가 뜨면 금세 녹아버린다. 쉽게 말해서 여름은 한국보다 더 쾌적하고 따사로우며, 겨울은 포근하게 춥다. 눈은 매년 겨울 오지는 않는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환경과 캘리포니아와는 다른, 조도가 낮은 따사로운 햇살깨끗한 공기를 선사하는 시애틀을 사랑한다. 이곳에서 우리 이름으로 된 병원도 오픈하고, 하고 싶었던 을 이룬다면, 우리도 시애틀의 공기와 자연을 닮아가며 힐링하겠지. 요즘 기쁘게도, 내 미간 주름은 3년 새 조금 흐려졌다. 흐려진 주름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의 힘들었던 기억도 조금씩 흐려지길 바라본다.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시애틀 닥터오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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