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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미국 의사 시험에 도전하다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22 01:48
조회
39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6)

 

미국에서 돌아온 후 나는 바로 군입대를 해야 했다. 4월에 논산 훈련소에서 한 달간 훈련을 받은 후에는 공중보건의사로 교도소에 배치가 되었다. 첫 사회생활을 교도소에서 시작하는 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았다. 재소자 분들은 호흡기 질환, 피부 질환, 위장 질환, 근골격계 질환, 혈압, 당뇨 기타 등등 여러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나는 진료 경험이 없어 감기약 하나 처방할 줄 모르는 상태였고, 질병의 전반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것과 실전에서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 와중에 외진을 가기 위해 증상을 과장하는 사람들과 응급환자들을 감별해내는 것은 늘 부담감이 따랐다. 재소자 분들은 재범인 경우 대개 같은 문제로 다시 오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전과가 있는지에 따라서 성격이나 캐릭터가 다양했다. 그중 요구사항이 많은 그룹이 있었는데, 내가 의료적인 이유로 온수 사용을 허가해 줄 때까지 집요하게 나를 찾아오기도 하였다. 나는 치료자의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관리자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의 요구에 시달리는 일들이 반복되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혼자 지내려다 보니 무기력하게 지내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반년 가량이 지난 이후 교도소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무렵 나는 다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반년 가량의 공백이 있었지만, 앞으로 남은 2년 반 동안 꾸준히 하면 실력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공부를 어떻게 다시 할지 계획을 세우던 도중 대학교 동기 중 한 명이 미국 의사 시험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병원 실습을 갔을 때의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나도 시험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떨어져서 평생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미국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하고 돌아온다면 커리어와 경험도 쌓고, 돈도 벌면서 영어는 무료로 배울 수 있게 되는 셈이니 일석 삼조쯤 되는 것 같았다. 이미 준비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 미국 의사 시험 준비 사이트를 보면서 영어 공부와 시험 준비를 병행하기로 하였다.

 

미국 의사 시험은 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이하 USMLE)이라고 하는데 미국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레지던트 지원 자격을 주는 시험이었다. 레지던트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총 3 단계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해부학, 생화학, 약리학 등 기초과목 지식을 평가하는 step 1,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등 임상과목 지식을 평가하는 step 2 ck, 영어실력과 환자 진료 능력을 직접 모의 환자를 대면하는 실기 시험으로 평가하는 step 2 cs이다. 시험을 통과하는 순서는 상관이 없지만, 실제 병원과 매칭이 되려면 step1과 step 2 ck는 고득점을 받아야 하며, step 2 cs는 두 번의 응시 안에 통과를 해야만 한다. 많은 해외 의사들이 고득점으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서도 실기시험인 step 2 cs에서 떨어져서 결국 미국을 못 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하였다. 실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필기시험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나는 순서를 거꾸로 하여 step 2 cs를 제일 먼저 준비하기로 하였다.

 

step 2 cs 시험은 한국 의사 면허 시험에 포함돼있는 실기 시험 방식과 비슷하였다.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CPX/OSCE라는 실기시험을 시행하였는데 다행히도 나는 2011년에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실기시험은 한국 시험보다 더 심도 있게 평가가 진행되었고, 영어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시험은 총 2일 간 진행이 되는데, 하루에 12명의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15분 동안 병력 청취 및 신체 진찰을 한 후 차트에 이상소견, 초기 감별진단 및 추가 검사 진행 계획 등을 써야 한다.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진료 매너 및 영어의 유창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나는 이전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단을 위해 물어보아야 할 질문들을 순환기, 호흡기, 소화기, 내분비 등 계통별로 정리를 한 후 주호소에 따라서 질문 세트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시험 준비를 하였다. 예를 들어 고열을 주 호소로 온 환자의 경우 미리 외워둔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계통 질문들 중 열이 나는 것과 관련된 항목들을 하는 방식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대본을 만든 다음 눈을 감고도 읊을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외웠다. 어느 정도 외워진 다음에는 인형을 두고 상황극을 통해 계속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였다. 문제는 각 케이스 별로 모의 환자가 궁금한 사항을 시험 응시자에게 하나씩 질문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마도 여기서 영어를 잘 못하는 응시자들이 대답을 잘하지 못하여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내 짧은 영어 실력으로는 24명이나 되는 모의 환자들의 질문을 정확히 알아듣고 적절한 대답을 자연스럽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예상 질문에 대한 답들과 더불어 질문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여도 무난한 답이 될 수 있는 정답지를 추가로 준비하였다. 혹여나 모의환자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예상 질문을 벗어난 경우에는 이 말로 대답을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지나간 후 2012년 봄에 휴가를 내어 미국 LA로 시험 응시를 하러 떠났다. LA는 모건타운, 뉴욕과는 또 다른 밝고 쾌적한 느낌의 도시였다. 어쨌든 난 짧은 휴가를 내어 시험을 보러 왔으니 주변을 구경하고 다닐 여유는 없었다. 시험장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호텔에 이틀 먼저 도착하여 다른 한국인 선생님과 하루 종일 역할극을 하며 준비를 하였다. 시험일이 되어 시험장에 도착한 나는 다른 응시자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본토 학생들이 아닌 인도 등 해외에서 온 사람들 같이 보였다. 시험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긴장감이 극에 달했었지만 막상 그 학생들을 보면서 평정심을 되찾았다. 다행히도 미국 본토 학생들이 시험을 주로 보러 오는 날짜와 겹치지 않아 내 시험 평가의 비교 대상이 인도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건 타운에서 경험한 바로는 인도 사람들의 발음이 썩 좋지 않았고 외국인들한테 밀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괜히 내가 한국인 대표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험은 어느 정도 전략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나는 수백 차례 연습해 간 질문들과 신체 진찰을 기계처럼 반복했고, 차트에 감별진단과 추가로 시행할 검사 목록도 외운 대로 써 내려갔다. 모의 환자들의 질문들은 100% 알아듣지 못하였지만, 해야 할 답변이 미리 외워간 답안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둘째 날에 발생하였다. 중년의 백인 남성 모의 환자 분이 나한테 무슨무슨 졸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하는데, 발성이 유난히 깊어 그게 도무지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나는 질문이 무엇인지 한 차례 되물었으나 역시 알아듣지 못하였고,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아직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다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하였다. 환자가 갸우뚱하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질문의 의도에서 벗어난 답을 했다는 것을 직감하였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험이 끝난 후 그 환자가 했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못 알아들었던 단어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환자는 나에게 'cortisol'이란 약이 무슨 작용을 하는지 물었던 것이었는데 콜티졸이라고 인식하고 있던 단어를 코리졸이라고 하니 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간에 나름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후련하였다.

 

이메일로 도착한 시험 결과는 다행히도 합격이었다. 성적표는 의학적 숙련도와 영어 유창성의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합격/불합격 여부와 응시자 중 상위 몇 퍼센트에 위치하는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의학적 숙련도는 합격자 중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해 있었지만 영어 유창성은 합격 커트라인의 바로 위에 간신히 걸쳐 있었다. 아마도 대사를 철저히 외워가지 않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면 합격은 어려웠을 것 같았다. 미국 의사 시험의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영어 공부는 지금부터 갈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에세이는 브런치 작가 정신적 자유 연구소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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