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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과정 연구 조교 - Research Assistant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15 15:24
조회
213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09화)

 

미국 박사과정에서 학비와 생활보조금 (Stipend)을 지원받으려면 Teaching Assistant (TA/ 강의 조교)를 하거나 Research Assistant (RA/ 연구 조교)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을 때 보통 TA는 학과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커서 Admission letter에 적혀 있다. 작년에 입학 허가서를 받았을 때, 아무 내용이 없어서 TA를 받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찌 됐든 가서 생각해보자며 무작정 미국에 와서, '나 정말 학비 보조가 필요해'라고 과 동료들과 교수님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학기 시작과 함께 조교일 검색을 시작했다. 

 

학비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유학생 학비 (nonresident tuition fee)를 내고 (한 학기에 약 1만 5-8천 불 정도) 우선 첫가을 학기를 등록했다. 보통 박사 과정에서는 학비를 낼 일이 없지만, 지원이 없으면 마음이 아프지만 내야 했고, 한 학기나 1년 정도는 내야 한다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말 다행히! 학기 시작과 함께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의 허위 정보와 동남아시아에 미치는 영향' 프로젝트의 연구 조교를 뽑는다는 메일을 2021년 8월 전달받았다. Cover letter와 CV를 보내고, 프로젝트 디렉터와 인터뷰를 보고 나서 연구 조교일을 2021년 9월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냈던 학비도 환불받았다 (오예!).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학비도 면제받고, 2주 간격으로 생활비도 받는다라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박사 과정에 크나큰 빛줄기였다. 

 

일을 하면서도 항상 작년 RA과정을 시작하지 못했다면 지금 박사과정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드는 프로젝트다. 이공계 랩실은 보통 박사 과정을 지원을 할 때 지도교수의 랩실로 들어가기 때문에 RA가 확정돼서 입학하지만, 인문계 사회과학의 경우 학과(department)마다 특성이 다르다. 보통은 강의 조교(TA)를 가장 많이 하게 되고 RA 인 별도로 찾거나 드물게 공고가 난다. 커뮤니케이션학과는 지도교수도 2학년 2학기 때 결정을 하고, 입학할 때는 지도교수 대신 학과에서 임시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리에종 (Liason) 교수만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RA를 찾기는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참 귀한 RA를 얻었는데 이 프로젝트도 학제 간 연구로 참 특이하다. 

 

내가 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Strategic communication)의 한 부분으로 허위 정보와 내 레이 티브 (Fusing Narrative and Social Cyber Forensics to Understand Covert Influence)에 대한 학제 간 연구 (Interdisciplinary research)이다. 일명 미네르바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14명의 팀원이 같이 일하는데 배경이 다양하다. 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2명, 대부분 정치외교학과 (Political science)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사람들, 인류학 (Anthropology) 1명, 그리고 빅데이터 부분을 담당할 컴퓨터공학 (Computer science) 팀원들이다. 배경뿐만 아니라 일하는 곳도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애리조나에 대부분 많은 이들이 있지만, 알캔사에도 있고, 아시아에는 싱가포르, 필리핀 마닐라 등에 있다. 분야와 거주지가 다양한 만큼 인종과 국적도 다양한 팀이다. 팀 워크숍을 하려면 시차를 고려해서 보통 애리조나 시각으로 오후 4:30분에 하거나 오늘은 오전 7시에 시작했다. 곳곳에서 접속해야 하니 일은 대부분 비대면(remote working)으로 줌을 통해서 하고, 슬랙을 통해 뉴스나 링크를 공유하고, 이메일과 드롭박스를 통해 파일을 공유한다. 컴퓨터공학 쪽 데이터는 에어 테이블 (Airtable)을 통해 코딩할 키워드를 공유한다. 

 

인문계와 이공계의 합작 프로젝트라고 해야 하나. 사회과학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정치외교학과에서 질적 내용 분석 (Qualitative method)으로 주제를 잡고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 카테고리 안에서 컴퓨터 공학은 양적 연구 (Quantitative method)로써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있는 빅데이터를 모두 끌어와서 클러스터(cluster)를 만든다. 그리고 뭔가 이색적인 데이터 (spark)가 있거나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을 다시 인문계가 보고 내 레이 티브/내용 분석을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리포트와 페이퍼를 쓰고 퍼블리싱을 하는 일이다. 

 

평소에 관심이 없거나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이 내용이 내 박사 논문 주제가 될 것 같진 않다. 아직 박사 논문 주제를 뭘로 할지는 현재는 모르지만, 아니 대략 어렴풋이 잡고 알아가고 살펴보는 과정이다. 하지만 RA프로젝트는 내 개별적인 연구와 별개로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이고 방법이나 진행이 특색이 있어서 배우는 것도 많다. 프로젝트 디렉터의 사려 깊음과 과제 진행의 유연성, 배려 등 과제를 진행하는 방법이 수직적 (top-down)인 면이 없고 수평적이라 한국에서 접하는 조직문화와도 많이 다르다. 얼마 전 저작(authorship)에 관련해서도 오픈하고 옵션을 두어 물어보았다. 이제 저널에 계속해서 투고해야 하는 시점인데 팀원이 14명으로 많다 보니 어떻게 룰을 세팅할지 미리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 부분도 RA나 연구 참여자 하나하나 사려 깊음이 묻어났다. 워크숍 시간을 정하거나 2년 차 계획을 짤 때도, 크고 작은 결정을 모두에게 오픈하고 진행한다. 연구 설계나 분석 외에도 수평적 문화나 조직원 간의 소통, 학제 간의 다양한 접근 방법에 대해서 알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동안 한국에서만 일해왔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프로젝트에 대해 궁금했는데, 함께 일하면서 다른 조직 문화에서 일하며 배울 수 있게 된 점도 참 좋다. 


 

이 에세이는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 Pause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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