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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겨울 - 백미 현미와 함께하는 실내 생활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11 08:41
조회
26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7화)

 

지난가을과 겨울을 현미와 백미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오고 난 후에 얘기할 거리가 더 많다. 물론 에피소드야 밖에 있던 동안에도 많긴 하다. 밤중에 사라졌던 사건이라거나, 외출한 동안 백미가 집을 나가 밖에서 친구와 어울리고 있는 걸 이웃집 오빠가 발견하고 데려다 놓은 사건이라거나, 어느 날 집에 돌아오는 길 헤드라이트에 하얀 강아지가 비춰서 누군가 했더니 현미였다 거나, 깔아준 이불을 조각조각 내서 그중에도 작디작은 조각 하나를 깔고 있었다던가, 큰맘 먹고 산 메리노 울 100% 실을 언박싱 해서 장난감으로 신나게 갖고 놀았던 에피소드라던가,.. 그리고 그때는 개들이 집에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거나 하는 일들, 산책을 잘하거나 못 하거나 하는 일들 모두가 에피소드였다. 옷을 입혀주면 늘 어깨까지 내려와 오프숄더가 되어 있었고, 서로 물어뜯어 벗기지 않고 입고 있으면 다행인 일이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날이 추워지자 옷을 얌전하게 잘 입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처음 입혔을 때 보다 익숙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왼쪽 백미, 오른쪽 현미

 

털실로 신나게 논 현미와, 비 온 다음날의 백미.

 

백미와 현미를 데리고 있어 본 경험으로 나는 확실하게 개는 실내에서 키우는 게 좋은 점이 훨씬 많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개를 안에서 키우는 것과 밖에서 키우는 것은 아예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밖에서 따로 키우면서 개를 ‘반려’ 한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나는 좀 회의적인 입장이다. 물론 밖에서 키우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개가 밖에 있으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집에 돌아오면 밥도 먹어야 하고, 잠도 자야 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 동안 개는 밖에 있다면 당연히 안에서 함께 지내는 것에 비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는 것이다. 개와 밖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충분히 알차게 보낸다면 괜찮을까? 산책도 하고, 훈련도 하고, 같이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외출도 하고. 그리고 쉬는 시간은 각자 보내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까? 그렇지만 개와 실내에서 생활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집 안에서도 충분히 각자 쉴 수 있다. 오히려 개가 집 안에 들어오면 밖에 혼자 있다가 사람을 만날 때 보다, 훨씬 더 차분하게 사람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밖에 있다가 사람을 만나면 개는 반가워서 더 흥분하고, 그걸 보는 사람도 개는 너무 흥분해서 밖에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개가 집 안에 들어와서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사람에게 더 기대지 않고 초연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든 개가 바깥에 있으면, 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집에서처럼 편하게 쉬는 시간이 아닌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 되기 십상이다. 개에게 궁궐 같은 집을 지어줬다고 생각해 보자. 개는 자기 공간에 인간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집 안에 있다면 개의 덩치에 맞는 크레이트 하나 정도면 자기만의 공간으로 충분하다. 그 외에 개가 인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자연스럽게 나와서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인간에게 인간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개도 자기 공간으로 돌아가 쉬도록 유도하면 될 것이다.

 

백미와 현미는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원래 집 안에 있던 개들처럼 자연스럽고 차분했다. 목욕하는 게 즐겁지 않았을 텐데도 잘 견디고, 씻고 집에 들어와서도 마구 흥분하지 않고 드라이로 말리는 것까지 얌전하게 잘 견뎠다. 집 안을 마구 뛰어다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저곳을 신중하게 냄새 맡으며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이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와 기대앉아 있었다. 개들도 그 시간을 많이 기다렸을까. 흥분해서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사람을 계속 쫓아다니긴 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백미와 현미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리도 유지하기 힘들 만큼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첫날엔 씻기고, 말리고, 졸졸 따라다니는 멍멍이들을 진정시키고 재우는데 까지 성공했고, 둘째 날에는 무려 기타 연습도 했다. 보리는 우리 옆에서 눕더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눕는 편이고, 처음 집에서 용이가 기타 연습을 시작했을 대는 기타 소리가 무서워 멀리 피하기까지 했던 터라, 낯선 소리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가까이 와서 악보를 베고 누워 있는 모습이 귀엽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원래는 3일 동안 친구 집에 맡기려던 보리도 이틀만 맡기고 데려왔고, 당분간 낮 동안에는 마당에 두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모든 게 긴장과 달리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잘 진행됐다.

 

마당에 있을 때 하루 한번 산책했던 것과 달리 백미와 현미도 하루 두 번 이상 배변 산책을 해 줘야 했기에 초반에는 산책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자 백미와 현미는 문만 열어주면 마당에서 쉬만 하고 들어왔다. 보리는 함께 산지 일 년이 넘도록 집을 나갈까 봐 마당에 풀어두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쉬만 하고 바로 들어오는 멍멍이들이라니.. 지금은 덤덤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놀라고 감동했었다. 물론 세 마리 모두 마당에 풀어 두지는 않았다. 한 번에 한 명 씩만. 그러지 않으면 자기들끼리 뛰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사라져 버리는 수가 있었다. 아마 자기들도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면서 뛰었을 것이다. 마치 굴러가는 공 같았다.

 

백미와 현미가 집 안에서 지나고부터 기온이 쭉쭉 떨어져서 실내 생활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미 겨울이었으니 개들은 모두 바깥에서 적응하기 위해 겨울 털로 갈아입은 다음이었지만, 기분 탓인지 강아지들이 밖에 있을 때 보다 실내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바람이 더 거세지는 느낌이었다. 조금 서운했던 점은 백미 현미와 카페에 갔을 때 아이들이 입은 털 때문에 실외 생활을 하는 멍멍이들인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보리도 함께 살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병원이든 어딜 가도 밖에 사는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을 많이 겪었고, 우리는 그게 못내 서운했는데, 큰 강아지들은 으레 밖에서 산다고 생각하는 편견들이 아쉬웠을 것이고, 보리가 덜 예쁘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서 그랬다. 그도 당연한 것이, 보리는 한 살이 넘어서까지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방치되어 자랐고,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흔적이 꽤 오래갔던 것 같다. 우리 눈에는 그때도 정말 귀엽고 예뻤지만, 요즘 들어 살도 더 찌고, 예쁘단 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을 보면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거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백미와 현미는 더 어려서 그랬는지 금세 보송보송 예뻐졌다. 보리보다 사회성도 더 좋은 것 같았는데, 태어나자마자 한 달 정도 사람이 보살펴 준 것이 각인이 된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더 아팠다. 한 달 이후부터 8개월 정도 보지 못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고, 어디로 갔을지 모르는 그 아이들의 형제들이 자꾸 떠올랐다.

 

환경에 따라 강아지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다. 실내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산책도 더 수월해졌다. 사람과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걷는 속도를 맞추고, 눈치도 볼 줄 알게 된 것 같았다. 조바심 내고, 눈치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차분하게 관찰하고 좀 더 안정적이 되었다고 할까. 그 변화가 정말 즐거웠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는데 그 변화가 사소한 것들에서 보이는 것들이라 일일이 기록하기에는 너무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일들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매일 기록해 두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겨울은 백미와 현미 덕에 따뜻했다. 지금도 백미와 현미의 오동통한 팔다리와 복슬복슬한 털을 떠올리면 포근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이 든다. 백미와 현미가 가고 난 후에는 보리도 왠지 애교가 많아져서 자주 어루만지고 얼굴을 맞대고 애정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보리는 한두 번 뽀뽀를 하고 나면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떠난다. 백미와 현미는 한참을 가만히 있어줬는데... 우리에게 정이 너무 많이 들어 입양 가면 힘들지 않을까 하고 정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충만감이 그립다.


 

이 에세이는 배우 서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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