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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종지 속 들꽃

작성자
rainrain
작성일
2019-11-19 06:31
조회
400

             깨진 종지 속 들꽃


 


 


동네 수퍼 옆 벽돌담 모퉁이


쓰레기가 자유를 선언한 자리


강아지도 자유를 선언했던 자리


여느 집 가장의 절박한 마음이


전단지에 매달려 있던 자리


누군가의 그림자가 얼큰히 취해 있던 그 자리


 


지친 귀갓 길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목이 긴 들꽃 아이


한 줌 볕에 의지하며


새우 젓 종지 같은 깨진 그릇에


고인 빗물로 겨우 목을 축이던


 


메마른 땅


이름도 모르는 조그마한 들꽃 아이가


천진하게 피었다


 


긴 기다림이었을까


내 마음으로 성큼 안기어 가녀린 목을 뻗어 싱긋 웃는다


사금파리 한 조각 해맑은 미소로


 


어느덧 달무리 지는 밤


콩닥이는 작은 심장에도


비가 내리려는가 보다


 


————   조 소영 시인 님의 ‘깨진 종지 속 들꽃’ —-


 


 


 


옥상 구석 민들레가 핀다


 


단지 바람에 날린 먼지가 


갈곳을 잃고 겨우 서로를 부비며 


살아 가는 그런 날에,


날개 달고 기꺼운 바람을 타고


한 뼘 같은 자리에 앉아


꽃이 된다


 


노란 아이 새도우를 지우는


비가 오고


천진한 아이는 말간 미소로


묻는다 


 


기다림이 뭐야


 


목이 긴


들 꽃이 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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