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22 01:20
조회
114

 

어떤 유전체로 살아갈 것인가?

 

1. 통상 유전자라 함은 가계(家系)에서, 가장 가깝게는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 유전자코드는 각인된다. 부모가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에 특이질환으로 고통을 받은 적이 없더라도, 불행하게도 두 부모사이에서 변형된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들은 희귀질환으로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어쨌든 유전자는 ‘빼도 박도 못하는 존재감’이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나의 의지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또 무슨 소린가? 믿어도 될까? 저자의 면모를 봐선 믿을만한 구석이 보인다. 이 책의 저자 샤론 모알렘은 인체생리학과 신경유전학 및 진화의학 박사로 소개된다. 새로운 항생제인 시데로실린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으로 수많은 상을 수상한 과학자, 의사이면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작가다.

 

2.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우리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 기억은 별것 아닌 기억들, 잊혀도 될 만한 기억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기억은 훨씬 심오한 것이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화와 재생의 과정을 겪으며,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경험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그런 흔적이 우리 유전체(세포나 생물의 유전체 총체)속에 남겨진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이제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멘델 식 유전자인 ‘유전적 유산’의 의미와 다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과 선택이 가능한 것의 차이다.

 

3. 유전자의 선택 또는 전환, 그것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어난다는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그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풀어나가고 있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든지 간에 당신의 DNA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각 DNA는 꺼짐과 켜짐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는 당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난 이 부분에서 이 책의 모든 복잡한 설명이 간결하게 정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일상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DNA를 바꿀 수 있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이 말은 당신이 ‘유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자연과학서적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4. 다이아몬드 값이 내려간 적이 있었던가? 지구상엔 여전히 다이아몬드가 귀한가? 가격이 내려 간적은 없지만, 지구상에 다이아몬드는 무진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이아몬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그건 드비어스 때문이다. 드비어스가 광산 채굴에서부터 생산, 공정 그리고 제조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조정한다. 수요와 공급이 그 손에 달려있다. 그들의 손에 의해 수 세기 동안 다이아몬드 가격은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지 않는다. 저자는 유전자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사례를 든 것이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무언가 필요할 때 우리가 필요한 것만을 만듦으로써 우리가 저장해야 하는 양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것은 유전적 발현을 통해 이뤄진다.” 유전자의 기능과 역할, 후성유전학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상당히 많은 사례를 들고 있다. 포드자동차, 토요타, 애플사, 9.11사태, 멘델 스토리, 식물 미나리아재비, 여왕벌, 우주비행사 등등은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한편 스트레스와 왕따 등 정신적 외상이 한 세대에서 다음 두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깝고 놀랍다.

 

5. 저자는 우리가 DNA를 이해하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음악이 있는 골목길로 안내한다. 프랑스 낭트의 장 레미 도서관. 그곳에서 사서들은 오래된 파일들을 꼼꼼히 살피던 중 시트 뮤직(한 장의 악보로 발행되는 음악)의 한 부분을 찾아냈다. 연구자들은 이 악보가 1787년 모차르트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대단한 피아니스트인 라이징거에 의해 음악으로 부활했다. 라이징거는 220년 전 모차르트가 대부분의 협주곡을 작곡했던 바로 그 61 건반 피아노를 사용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후성유전체’에 대한 이해도 따라온다. 같은 악보를 놓고 연주자에 따라 소리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가 악보라면, 내 몸이 그 곡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향과 깊이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가 수없이 많은 사례를 열거하며 그의 주장을 펼쳐나가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내 생각은 이렇게 정리된다.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 몸과 마음의 균형감을 잘 유지하면서 살다가자. 그럼 안 좋은 유전자도 좋게 변할 수도 있겠지. 너무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자. 좋은 유전자도 원 샷에 망가진다.”



 

이 북리뷰는 칼럼니스트 쎄인트의 책 이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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