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18 23:37
조회
23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빛깔 생각들

 

1. 책 제목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을 보면 마치 농담, 유머집 같다. 농담(弄談)의 사전적 의미는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농담이 문학적 소재가 된 일도 있다. 밀란 쿤데라, 오쇼 라즈니쉬와 천재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등이 떠오른다. 이 책은 농담집이 아니다. 유머집도 아니다. 그러나 재미있다. 그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빛깔 생각들, 발상의 전환, 관례를 깨트리는 일상의 단면, 좀 덜 힘들게 살아가는 방법 등을 카툰처럼 그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2. 저자가 소개하는 ‘크래시 배기지(Crash Baggage)'는 삶에 대한 태도에까지 영향을 주는 듯하다. 크래시 배기지는 이탈리아산 여행 가방이름이다. 이 하드 케이스는 표면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다. 새로 산 여행 가방이 비행기 수화물 칸에서 치이거나 거리에서 이리저리 부딪쳐 표면이 패면 참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이 가방은 제작할 때부터 그 아픈 마음을 앞서가게 한다. 미리 손상되어 있으니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된다. IBM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찌그러진 가방이니 누가 가져가지도 않을 것 같다. 수화물 벨트에서 찾기도 쉽겠다. 크래시 배기지의 슬로건은 ’handle without care'. ‘마구 굴려주세요’이다.

 

3. 1971년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차리기 위해 자금을 빌리러 영국에 갔을 때 이야기는 여러 번 접했으면서도 볼 때마다 새롭다. 동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기업가를 불신하던 상대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 주였다던 이야기다. “이것이 한국의 지폐다. 우리나라는 이미 1500년대에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들었을 정도로 기술력을 가진 나라다.” 영국은 정주영 회장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주었고 우리나라엔 조선 사업이 시작되었다. 크리에이터 김홍탁은 이순신 장군을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는다.

 

4.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 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 김영승의 〈반성 16〉. 요즘 국내의 정치, 사회를 보면 참 답답하다. 취하고 싶다. 맨 정신으로 바라보기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취해서 바라보면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답이 보일까? 그러나 어쩌랴 나는 술을 못 마신다. 그러나 취하고 싶을 때 꼭 술이 있어야만 할까? “이 쫀쫀하고 사람을 죽이도록 쥐어짜는 나라에서도 어떻게든 취하는 날들이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든 시에든 덕에든 음악에든 자연에든 사랑에든 그건 당신 뜻대로.”

 

5.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글은 불행도 행복으로 뒤집는 재주를 부려봤으면 하는 욕심을 품게 한다. 세로쓰기 글씨로 되어있던 책, 신문 등이 어느 날 글씨가 누워버렸다. 가로쓰기로 바뀐 것이다.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았을까? 좋아라 한 사람이 많았을까? 1940년대의 미국 화가 잭슨 플록은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놓고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가 꼭 이젤에 있어야만 한다는 법은 없었다. 한옥의 들장지문도 발상의 전환이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희한하게 내 마음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기억들도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책에 실린 글과 함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내 친척 어르신의 신혼 시절 이야기가 오버랩 된다. 신랑은 거시기 두쪽 밖에 없었다. 신부 쪽은 다행히 끼니는 굶지 않을 정도였다. 어렵사리 서울 시내 변두리 옥탑 방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신부가 장롱을 장만해왔다. 어찌어찌 방으로 들여놓긴 했는데, 높이가 맞지 않아서 세워 놓을 수가 없었다. 장롱을 바꾸면 된다구? 장롱을 바꾸려면 시골로 다시 보내야 하는데 장롱 값이나 운반비나 마찬가지였을 때다. 그 시절은. 어쩌랴. 서 있는 자세가 정석이던 장롱은 누워버렸다. 주인보다 먼저 누운 장롱은 침대가 되었다. 그 시절 침대는 호텔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었다. 옥탑방은 호텔방이 되었다.



 

이 북리뷰는 칼럼니스트 쎄인트의 책 이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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