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16 21:01
조회
153

 

1. 서양의 철학사를 읽는 것은 서양의 철학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그들의 삶을 붙잡았는가? 그리고 그 생각들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러나 막상 그들, 서양 철학자들을 만나보려면 머리가 무거워진다. 하늘도 안 보이는 빽빽한 밀림 속을 들어가는 기분이다.

 

2. 이 책에는 모두 50명의 철학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각 철학자의 주요 개념을 두 가지씩 소개한다. 따라서 총 100가지의 철학개념이 나온다. 각각의 철학자가 주장한 각 개념들은 숙성된 지혜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3. 소크라테스의 양 손에는 ‘무지의 지(知)’와 ‘대화법’이 들려있다. ‘무지의 지’에 대한 입장은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가 서로 다르다. 소피스트들은 무엇이든지 아는 체한다. 몰라도 아는 척한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알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겸허하게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진리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알고자 노력하면, 지혜와 지식이 늘어나서 현명해질 기회가 생긴다. 진리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지의 지’ 개념이다. 묻는 것은 한 순간의 수치이지만, 묻지 않는 것은 평생의 수치가 될 수 있다.”

 

4. 저자는 각 철학자들의 철학 개념을 시대별로 엮었다. 책 한 권에 50명의 철학자들을 담다보니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책 제목 그대로 ‘곁에 두고 읽는 서양 철학사’이다. 각 철학자들의 서적을 읽기 전에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삼을만하다. 그리스철학부터 중세 신학까지, 르네상스 시대부터 근대 초기까지, 영국 경험론과 대륙 합리론의 대립에서부터 독일 관념론까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독일, 프랑스 철학 그리고 현대 사상의 주요 개념, 마지막으로 사회와 정의 등 각 챕터 별로 간결하지만 깊이와 넓이도 나름 한 몫 한다.

 

5. 19~20세기, 현상학과 실존철학에선 ‘나의 존재란 무엇인가?’가 화두다. 메를로퐁티의 ‘몸을 통제할 수 있을까?’와 ‘몸과 세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가 시선을 끈다. 과연 인간은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사실 몸을 통제한다는 것은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넘어간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몸을 현상학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데카르트가 주장한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을 극복하고자 했다.” 즉 자신의 신체가 경험하는 바는 물질도 정신도 아닌, ‘애매한 존재방식’이라는 것이다. 신체는 지각의 대상인 동시에 지각의 주체이다. 그렇다면 몸과 바깥세상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메를로퐁티는 이 바깥세상을 ‘세계’라고 표현한다. 그는 신체를 대상물과 인간 지각과의 매개체로 포착했다. “자신의 몸은 단순히 ‘나’의 몸이라는 사실을 뛰어넘어 세계와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의 신체는 마음의 알갱이를 결정하는 존재이자, 세계와 연결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6.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아마르티아 센(50번째 인물)을 만나본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답하는 사람이 처한 개인적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마르티아 센은 이러한 상황의 잔가지를 정리하고 한 줄기만 남겨뒀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태’가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한 경제개념이 바로 아마르티엔 센의 ‘잠재능력’이다. 인도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센은 수많은 경제학자가 외면한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아시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센이 주장하는 ‘잠재능력’은 자기계발에서 언급하는 잠재능력과 다르다. 애초 센은 롤스의 평등 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잠재능력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기본적 잠재 능력을 실현하는 일이다. 우선은 몸을 움직여서 이동하거나, 공동체 사회생활에 참가하는 일이 가능하게끔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센은 인간이 양질의 생활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상태에 있고 싶은지와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가 결부됨으로서 생겨나는 기능들의 집합이, 바로 ‘잠재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요컨대 센은 생활의 질을 소득이나 효용으로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능력의 관점에서 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센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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