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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자금성 이야기 - 청대의 역사를 거닐다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14 19:28
조회
18

 

쉽게 따라가는 자금성 가이드

198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자금성(紫禁城)은 지상의 천궁(天宮)이라는 호칭이 붙어있다. 중국 북경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자금성을 찾는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이 장점이다. 이 책의 저자 이리에 요코는 장대한 역사의 드라마를 품고 있는 자금성이 단순히 그 규모와 외모로만 표현된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자금성에 대한 단순한 소개를 나열하는 대신 그 안을 차근차근 누비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문적 가이드서다. 이제는 고궁의 자리에 앉아 있는 자금성에서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의 걸음을 따라가며 곁에서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고 있다. 각각의 공간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조성되었으며 실제로 그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황제를 비롯해 주요한 역사적 인물들은 곳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고 사건 전개의 동선은 어떠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세계의 중심’위에 장대한 권력 장치를 형상화 낸 자금성의 설계, 황제의 집무 겸 생활공간이었던 건청궁과 양심전의 간소한 듯 특이한 구조, 황후와 비빈들이 생활한 ‘동서 12궁’에 감돌던 평화와 긴장감을 들여다본다.

 

‘자금성’과 ‘청 제국’. 시공간의 교차로에서 읽어낸 중국 역사

자금성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살펴본다. 고대 중국에서는 천제가 거주하는 곳을 하늘의 중앙이자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북극성으로 여겨 그 거성(居城)을 자미원(紫微垣)이라고 칭했다. 자금성이라는 이름은 지상의 자미원임을 가리키는 ‘자궁(紫宮)’과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구역 ‘금지(禁地)’가 합쳐진 ‘자궁금지’를 ‘자금’이라 줄여 부른데서 연유했다. 이미 송대의 문헌에도 ‘자금’이 궁중이라는 의미로 쓰인 예가 보인다.

예로부터 중국에는 왕조 교체에 관한 ‘역성혁명(易姓革命)’이라는 사상이 있다. 천자가 되는 건 하늘의 명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천자에게 덕이 없으면 그 명은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다. 즉 천명이 바뀌어 천자의 성(姓)이 달라진다. 명청 교체로 말하자면 하늘의 명이 ‘주(朱)’에서 애신각라(愛新覺羅)로 이동한 것을 가리킨다. 그 때문에 역대 황제는 하늘과의 관계를 항상 백성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명조는 주원장(朱元璋)이 세웠으므로 천자의 성은 ‘주’였다. 청조의 성인 애신각라(愛新覺羅)는 만주어 성 ‘아이신기오로’를 음차 표기한 것이다.

그 하늘과의 관계 역할을 담당한 것이 천안문이다. 명대에는 승천문(承天門)이라 불렀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장소였다. 이 천안문에서 출발해 청대 역사의 흐름을 더듬어 가면서 자금성의 주요 건물군을 찾아가 본다. 일종의 시간 여행이다. 현재 중국의 권력구조에도 이 ‘지상 천궁’의 DNA가 포함되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의 개인적인 소견일까?

 

중축선의 서쪽, 무영전(武英殿)

성내를 돌다보면 중축선의 서쪽, 동쪽의 문화전과 대칭적인 위치에 무영전(武英殿)이 있다. 서적과 관련된 공간이라서 더욱 관심이 간다. 1644년 중원의 통치자가 된 섭정자 도르곤이 지배를 선언한 청조의 출발점이자 집무장소다. 그러나 서서히 주요 건물의 수복이 진행된 강희 19년(1680) 이후로 이곳은 서적 편찬 장소가 되었다. 이곳에서 편찬된 도서 목록을 잠시 들여다본다.

‘삼번의 난’에 대한 군공을 찬미한 『평정삼역방략』과 『명사』와 『강희자전』을 필두로, 한어. 만주어. 몽고어. 티베트어에 걸쳐 흔히 전본(殿本)이라 칭해지는 도서의 편집, 인쇄, 간행 등 다민족국가로서의 문화적 통일에 획기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권력의 이면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자연스런 권력 승계보다 암투와 보복이 거듭된다. 중국의 역사에도 그 그늘이 많다. 강희 61년(1722) 11월 13일, 이궁 창춘원에서 사망한 강희제의 유해는 그날 밤 늦게 극비리에 건청궁으로 옮겨졌다. 『청사고』는 죽기 직전 머리맡에 모인 황자들에게 강희제가 넷째 아들 옹친왕을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세 황후에게서 나온 스물다섯명의 황자들 사이에서 제위 계승을 둘러싼 갈등은 격렬했고 갖가지 소문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리라. 강희제의 고뇌와 황태자 제도의 위험을 곁에서 보고 들었으며, 자신의 즉위 후에도 여전히 제위를 향한 야망을 버리지 않는 배다른 형제들의 추악한 고집과 갈등 한가운데에 위치했던 옹정제는 ‘비밀건조제’라는 새로운 계승법을 창안했다.

이 제도는 황자들 상호간의 절차탁마를 촉진하는 동시에 황제도 그들의 자질을 관찰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 상황에 따라 변경도 할 수 있는, 극히 현실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었다.

 

시황제 이래의 언론 탄압

지배, 피지배의 역사에서 서적을 소각한 사례는 무척 많다. 잿더미로 사라진 책들이 많다. 책을 정신으로 본 것이다. 책 쓴 사람만 죽여선 답이 안 나오다 보니 책을 없앤다. 정복자는 피정복 민족들이 책을 읽고 생각이 키워지며 행동으로 바뀌는 것이 겁이 나는 것이다.

한족, 특히 한족 지식인은 원래 문자 유희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위정자가 금기시한 문자를 사용해 그들을 비판함으로써 필화(筆禍)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미 고인이 된 저자의 저술은 ‘금서(禁書)’라는 형태의 처분을 받았다.

강희제의 경우, 명조 지배기의 관점에서 입관 이전의 청조를 주변 이민족으로 간주하는 서적이나 명조 멸망 이후 세워진 ‘남명(南明)’을 정통으로 여기는 주장 등을 탄압의 대상으로 삼았다. 건륭제의 경우는 조금 양상이 달랐다. 고대 시황제의 분서갱유(焚書坑儒)이래 최대 규모라는 건륭의 금서는 ‘사고전서’의 편찬이 한창일 때 우발적으로 일어났다.

건륭 37년 정월, 예순두 살의 건륭제는 고금의 책들을 전국적으로 수집했는데 가장 기대했던 문화 중심지 강남의 응모가 적었다. 중국의 전통으로는 당대의 왕조가 전 왕조의 역사를 ‘정사(正史)’로 편찬할 의무가 있다. 청조의 경우에는 그 사료가 되는 것이 명대의 문헌이었고, 거기에는 당연히 현 왕조를 이적시하는 금지된 문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장에 대한 죄목을 두려워하거나 명조의 부활을 기대하며 은밀히 책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사로잡힌 건륭제는 강남으로 범위를 좁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조서를 발표하고, 그 결과 2,578종 수만 권의 책을 징발한다. 그리고는 ‘전훼서(全燬書)’라며 전부 소각했다.

 

장춘궁의 『홍루몽』 벽화

『홍루몽』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홍루몽』 은 시대에 따라 잠수했다 나타났다 했던 책이다. 건륭 시절엔 제왕의 봉건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금서로 정해지기도 했다. 만청에 이르러선 서태후의 애독서가 되고 폭발적으로 유행했다. 『홍루몽』에 대한 서태후의 이러한 애착을 아는 진비 자매는 그녀의 60세 축하 선물로 궁전을 꾸미기 위해 여러 모로 궁리한다. 그려진 그림 중 가씨 가문의 젊은 주인 가보옥에게 이끌려 ‘가모(賈母)’가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한 장이 의미심장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림 속의 주인공은 자신들 일족을 통치하는 ‘가모’로 분한 서태후다.

『홍루몽』 벽화는 투시법에 의한 참신한 구도와 교묘한 원근법, 잎과 풀 하나하나까지 세밀한 회화 기법은 마치 장춘궁이 『홍루몽』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러나 홍루몽 벽화가 완성되고 난 후 진비 자매는 이 벽화의 제작에 소요된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을까를 의문점으로 남겼다고 한다.

역사는 흐른다. 사람은 갔지만 흔적은 남는다. 자금성 곳곳에 지금도 서있는 담벼락들과 구조물들은 그 지나감을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담벼락 밑에서 나누던 밀담들, 자객들...어깨를 들먹이며 울던 사람들 모두를 바라보며 함께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울먹이던 그들의 손이 담장을 짚을 때 포근히 안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북리뷰는 칼럼니스트 쎄인트의 책 이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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