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여행지

클래식 자동차의 성지 르메이 미국자동차 박물관

워싱턴주
워싱턴주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9-16 17:51
조회
582

LeMay - America’s Car Museum
(르메이 미국 자동차 박물관)


2702 E D St
Tacoma, WA 98421


 



 


 


타코마 돔에서 열리는 ELO 공연을 예약했는데 끝나는 시간이 밤 11시쯤 되는 것 같았다. 대중교통은 끊어졌을 시간이고 이맘 때는 우버 부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 1박 2일 렌터카를 하기로.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린 것은 새빨간 색 머스탱이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내가 애매한 로망을 갖고 있는 차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머스탱이고 또 하나는 콜벳이다. 왜 그런가 하면, 옛날 팝송에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새빨간 머스탱을 타면 배경음악은 옛날 풍 록음악이어야 하니 에어로스미스와 데프 레퍼드 음악 찾아 볼륨 한껏 올리고 타코마로 향했다. 공연 전 타코마 돔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르메이 미국 자동차 박물관(LeMay America's Car Museum)’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멀리서 보니 둥근 원반이 내려앉은 듯 했다. 티켓을 사서 입장하면 눈 앞에 등장하는 것은 운동장처럼 광활한 전시장. SF영화에 나올 법한,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자동차들이 양쪽으로 죽 늘어서 있는데 중간에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인 구조 덕에 감탄이 나온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나무를 여러 겹으로 압착해 만든 집성목인 '글루램(gluram)' 보 덕분이라고 한다. 19개의 글루램으로 기본 골조를 만들고 그 사이에 보를 받치는 글루램 브레이스를 설치했다. 금속판으로 유선형 지붕을 덮어 멀리서 보면 간결한 느낌을 주는데 안에 들아와 보면 넓은 지상층을 시작으로 아래로 내려가며 둘러보는 방식으로 설계해 놓았다.  


 


면허도 없고 자동차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지만 멋진 클래식 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눈 앞에 셀 수 없이 많은 옛날 자동차가, 그것도 디자인과 색깔이 다양한 멋진 자동차가 시원스럽게 전시되어 있으니 가슴이 설렐 지경이다. 1906년 만들어진 캐딜락 motor M을 비롯해 350여 대의 자동차와 트럭, 컨셉카와 모터 사이클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의 주인은 해롤드 르메이. 폐기물 처리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타코마 출신의 거부인데 아내인 낸시와 함께 자동차 수집을 해서 한때 3,500여 대가 넘는 클래식카를 보유해 최대 자동차 컬렉터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대단한 자동차 애호가라 가족과 함께 '자동차 쇼'를 열곤 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그동안 모은 클래식 카들이 뿔뿔이 흩어져 팔려나갈 것을 걱정한 그는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박물관을 열어 자신의 컬렉션을 기증하기 위해 1997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2000년 헤럴드 르메이의 사망으로 잠시 멈췄던 이 프로젝트는 아내 낸시 르메이의 거액 기부와 나머지 가족들의 후원, 워싱턴주, 타코마 시 등의 관심으로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불황과 금융 위기, 주요 스폰서였던 크라이슬러와 GM의 위기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박물관 개관 프로젝트가 다시 중단되었다. 시민들의 멤버십 후원, 정부의 보조, 꾸준한 스폰서 홍보 등을 이어가며 결국 처음 계획한 지 10년도 훨씬 더 지난 2012년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현재 이 박물관이 보유한 클래식카는 총 1,500대 규모로 이전보다 절반 이상이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메이 미국 자동차 박물관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보유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자동차 수장고는 따로 있는데 이곳에서 자동차 복원과 관리, 보관 등을 하며 전시 주제에 맞게 필요한 차를 박물관으로 보낸다고.


 


몇 년 전 또다른 클래식 카 수집광인 랄프 로렌의 자동차 컬렉션을 취재한 적이 있다. 랄프 로렌의 자동차 컬렉션 자문의 안내로 전시된 차를 살펴보는데, 일흔이 넘은 그가 "예전에는 백일몽을 꾸는 디자이너들이 자동차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는 마케터들이 자동차를 만든다"며 앞으로 이렇게 멋진 차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테니 실컷 눈에 담아두라고 아쉬워했던 것이 생각났다. 


 


세심하게 관리받은 80년, 70년 전의 자동차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시동만 걸면 바로 달려나갈 것 같은 모습으로 준비하고 있는 독특한 박물관. 자동차 광이라면 떠나고 싶지 않을 공간이고 디자인이나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많은 영감을 줄 박물관이다. 능력 있는 수집광의 열정은 이렇게 세상을 널리 이롭게 만든다. 
덕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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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리뷰는 브런치 작가 HER Report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her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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