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라이프 인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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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을 찾아서: 살며 사랑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

Chapter. 37  산에 오른다 2 -  여름이다!

작성자
LaVie
작성일
2023-07-26 14:40
조회
581

시애틀의 7, 8월 날씨는 축복이다.

일년의 반 이상 비가 내리는 시애틀 날씨중 오직 여름은 습도가 높거나 숨막히는 더위가 아닌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게 바람이 불고 햇빛이 충만한 계절이니 어찌 축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나!

여전히 경제는 어렵고 계속 치솟는 물가와 이자를 감당하기에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총기, 마약사건 사고들이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이 힘든 순간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해줄 만큼 강력하다.

그래서 지금의 시애틀의 여름은 어둠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을 달리다 보면 결국에는 끝이나고 눈 부신 광명이 보이는 것 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럴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요즘 한국의 폭우로 인한 재난 뉴스를 보면서 시애틀 날씨에 감사함을 더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것 같다.

한국에 있는 친지들의 안부를 물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큰 피해를 본 지역에 심심한 위로를 전하지만 해 마다 겪는 연례행사처럼  또 지나갈 것이라고 체념하게 된다.

삶은 늘 그렇듯이 멈추지 않을 것이고 각자 사는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Lake Serene Trail : Bridal Veil Falls Trail   

 

나는 또 다시 산에 오른다.

산행하기 딱 좋은 이 아름다운 계절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지난 주일에 하이킹을 했다.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브라이덜 베일"이라는 트레일이었다. 왕복 세 시간도 채 안되는 코스로  비교적 잘 닦인 등산로는 나 처럼 평소에 운동 부족이거나 나이든 사람들에게 적합했다.

산 정상에 가까이 가니 정말 신부의 면사포 처럼 흘러내리는 폭포가 너무 우아하다. 폭포가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시원한 산 바람은 땀을 식혀주고 넓은 바위에 앉아 차가운 물에 발도 담궈 보니 행복이 따로 없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밥심이라고 아침부터 부지런 떨며 준비해 온 김밥을 먹었다. 역시나 산에서 먹는 김밥은 최고다. 배부르니 더 행복하다. 이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며 다시 하산을 한다.

 

산에는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듯이 인생도 그렇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 처럼 움켜쥐면서 살 일이 아닌 것을, 내려 놓지 못하는 내 안의 욕심이 번뇌를 만들고 불행을 만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산을 오르면서 창조주의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고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햇빛과 바람과 물소리의 합주가 나의 오감을 정화 시켜주는 순간이다.

 

시애틀의 7월도 가고 8월도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추적추적 비로 온 종일 흐린 날들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고, 해가 4시면 어둠에 가리워져 긴긴 겨울 밤을 보내며 살아 가겠지만  마른땅에 단비 처럼 내려 준 시애틀의 여름은 또 다시 돌아오는것 처럼 우리네 삶도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어느 순간이 누군가에게 꼭 하나 쯤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것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

무엇입니까?

아무리 작은 것일 지라도, 희미한 기억 저편에 있는 것일 지라도 나에게 살아갈 이유와 힘이 되어주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보시길….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 헬스라이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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