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라이프 인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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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을 찾아서: 살며 사랑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

Chapter 1. 투 스텝으로 걷기

작성자
LaVie
작성일
2022-11-08 13:08
조회
260

 

아들 낳으면 백점이지만 딸 낳으면 이백점이란 말이 있다.

그리고 맏딸은 키워 놓으면 살림 밑천이란 말도 있다. ( 이런 말은  왜 생겼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간다. )

아무튼 나는 딸, 아들이 있으니 삼백점을 받은 엄마다. 아들이 들으면 서운해 하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다.

이백점짜리 딸이 어느날 주일에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묘하다고 할까? 단점도 장점도 어쩜 내 모습을 닮았는지…

그래서 때로는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딸은 커가면서 같은 여자라서인지 더 이해할 수 있는 친구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딸이 장성해서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면 속은 더욱 깊어져 간다.

 

딸이 묻는다.

“엄마 뭐가 먹고 싶어?

딸이 먼저 연락해서 밥 먹자는 말에 신이 난 엄마는 대답한다.

“아무거나. 뭐든지 다 좋아. 너희가 좋아하는 걸로 먹자”

“엄마, 브라질리언 스테이크 먹어봤어? “

“아니, 그게 뭔데?

“말 그대로 브라질리언 스테이크야. 그럼 예약할게”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젊은 애들은 늘 간단 명료하다.

더 물어봤다가는 귀찮아 할게 뻔해 엄마도 얼른 대답한다.

“좋지”

 

이제는 한국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고 하는데 과연 브라질리언 스테이크가 일반 스테이크와 뭐가 다를까?

슈하스코(Churrasco)라고 하는 바베큐는 브라질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전통 숯불 바베큐인데 고기 덩어리를 통째로 쇠꼬치에 꼽아서 굽는 방식의 차이인것 같다.

고기 덩어리를 통째로 굽다보니 육즙을 더 많이 가둬둘 수 있고 숯불향이 표면적이 넓은 고기에 잘 스며들어 고기의 풍미를 더욱 끌어 올려준다고 한다.

숯불 바베큐는 우리나라가 최고가 아니었던가? 연탄불에 굽는 빨간 고추장 불고기, 양념 갈비. 그리고 대망의 삼겹살구이 등.

아무튼 오늘 간 곳은 벨뷰에 위치한 브라질리언 스테이크 식당, [포고 데 차오: Fogo de Chão]이다.

 

 

식당을 들어서니 세련된 인테리어의 넓은 홀 가운데에는 샐러드바가 있고 한 쪽 벽면은 와인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쇠꼬챙이에 꽂은 고기덩어리를 들고 테이블마다 서빙하는 서버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시골동네 잔치집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고급스런 식당의 외관과 더불어 브라질 남미의 특유한 유쾌함과 열정이 느껴진다.  

 

 

주부들에게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차려준 밥이라는 말이 있다.

우아하게 앉아 있으면 쇠꼬챙이에 끼운 커다란 고기덩어리를 들고 다니는 서버들이 소, 돼지, 닭, 양고기 소세지까지  부위별, 시즈닝별로 바베큐한 고기를 내 접시에 서빙해 주고 간다.

그럼 먹기만 하면 된다.  더 먹을것인가?  그만 멈출 것인가만 결정하면 된다.

딸네 덕분에 가장 맛있는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앞서가던 딸이 환하게 웃으며 사위 손을 붙잡고 투 스텝으로 걸어간다.

딸이 투 스텝으로 걷는다는 것은 매우 기분이 좋다는 증거다. 내 딸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나는 투스텝을 걸어 본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리듬에 맞춰 걷는 투 스텝은 결코 바쁘거나 힘들때 걸을 수 있는 걸음은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특히 이민 1세대 부모들은 투 스텝이 아니라 뒤도 옆도 볼 새 없이 앞만 바라보고 달리는 경주마 처럼 달려왔을 것이다.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거라고 경고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이십일세기들어 가장 미래의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늘 그래왔다.

어느 때 한번 좋아졌다고, 살기 좋은 태평의 시대라고 말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자녀들은 좀 더 풍요로움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근심 걱정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풍요 속의 빈곤 이란 말 처럼  더 큰 기대속에 학업과 취업등, 성공이란 덫은 더 많은 갈등과 박탈감으로 어쩌면 행복을 잃어가는 시간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리듬에 맞춰 걷는 투 스텝은 결코 바쁘거나 힘들때 걸을 수 있는 걸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행복이 별건가?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근사한 식당이 아니어도, 브라질리언 스테이크가 아니어도 밥 한끼 같이 하며 서로 쳐진 어깨라도 토닥여주며 위로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부모, 너무 많은 것들이 보여 힘이 겨운 자녀, 모두 여전히 달려갈 인생 길이 아직 남아 있더라도 큰 한 숨 내쉬며 두 손 잡고 투 스텝으로 걸어보자.

원 투, 원 투 리듬에 맞춰서 투 스텝을 걷다보면 잠시라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 글쓴이 LaVie
  • 전 금성출판사 지점장
  • 전 중앙일보 국장
  • 전 원더풀헬스라이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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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

  • 2022-11-08 13:56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 날뻔했습니다 언제나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