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까토의 자유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16 20:58
조회
143

실존적 자유의 현주소는?

 

1. 소크라테스의 말로 시작이 된다. “.... 사람들이 쾌락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이상한 무엇인 것 같더군. 그것은 쾌락의 정반대인 것처럼 보여지는, 다시 말하면 고통이라는 것과도 이상한 관계가 있는 모양이야. 그 둘은 동시에 하나의 인간에게 주어지려고는 하지 않으나, 마치 둘이면서 하나의 머리에 묶여 있는 것처럼 사람이 그 한쪽을 추구하여 붙잡으면, 언제건 간에 다시 한쪽을 자연히 붙잡게 되거든...”

 

2. 책 제목에 등장하는 까토는 누구인가? 小까토(BC 85~ BC 46)라고도 부른다. 이는 같은 이름을 가진 大까토(BC 234~ BC 149)의 증손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小까토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인으로 카이사르와 대적해 로마 공화정을 수호한 것으로 유명하고,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3. ‘죽음’에 대한 태도 또는 입장은 한 사회의 문명적 수준을 가늠하는 여러 잣대 중 하나가 된다. 그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이 죽음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사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더 분명하긴 하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죽은 자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자유의 문제이고(죽은 다음에 느낄 가능성이 많다. 죽기 전엔 두려움이 대부분이다), 산자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애도의 문제다.

 

4. 《까토의 자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까토의 죽음을 대입해야한다. 물론 작가는 독자에게 이 둘의 모습을 교차시켜 보여주고 있다. 소설적 화자는, 죽음에는 그것을 회피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비겁한 죽음’과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맞이하는 ‘용감한 죽음’이 있다고 말한다. 현자(賢者)는 늘 후자를 선택한다. 소크라테스와 카토는 각각 자신들을 고발하고 추격해 온 메레토스와 카이사르에게 머리를 조금만 숙였으면 죽음의 사신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양심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이유로, 작가는 두 사람을 모두 현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5. 이 책엔 플라톤의 《파이돈》이 등장한다. 까토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며 읽은 책이다. 까토의 마음이 머물던 곳은 ‘쾌락과 고통, 혼의 독립, 혼과 윤회, 선한 사람들의 혼과 쓸모없는 자들의 혼, 애지(愛智)의 역할, 죽은 자에 대한 신령(神靈)의 판결, 소생(蘇生)에 대한 감사’등이다.

 

6. 이 소설의 작가 정을병의 출세작은 1965, 66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개새끼들》과 1966년 8월에 발표된 중편소설 《까토의 자유》가 뽑힌다. 《개새끼들》은 5. 16 군사쿠데타 이후 병역 미필자를 강제 징집해 ‘국토건설단’ 공사 현장에 투입시켜 인권을 유린한 사건을 고발한 작품이다. 제주도의 ‘깡패 도로’가 오버랩 된다. 《까토의 자유》는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꾸려한 정치적 시도에 대해 까토의 관점에서 해석한 작품이다. 60년대 한국 사회의 실존적 자유의 문제를 다룬 정치적 알레고리 작품이다. ‘실존적 자유’의 문제는 반세기를 넘긴 현재도 여전히 이 땅에 남겨진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 북리뷰는 칼럼니스트 쎄인트의 책 이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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