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속삭임의 바다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22 23:36
조회
143

 

1. 사람들은 헤티를 몽상가라고 했다. 헤티가 본 장면들은 모두 환영이라고, ‘바다유리’는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바다유리(Sea Glass)는 유리병이나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다에서 오랜 세월동안 파도와 모래에 깎여 매끈하고 영롱한 보석 같은 형태가 된 것이다. 다소 불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바다유리가 만들어지는 데는 20~30년 정도가 걸린다.

 

2. 소설의 무대는 모라 섬이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이다. 인근 섬하고도 아주 많이 떨어져있다. 마치 작은 왕국 같은 그 섬에 헤티도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섬에서 가장 연장자인 퍼 할아버지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모임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 후 퍼 할아버지가 한 말이 모두의 마음속에 꽂힌다. “사흘 동안 연속해서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아직 아무에게도 꿈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너무나 심각하고 사실적인 꿈이라서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얘기해야겠습니다. 여러분, 모라를 향해 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오고 있다고요.”

 

3.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라의 자랑인 배가 걱정된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점점 더 거세진다. 바다는 흰 물살을 출렁이며 섬뜩할 정도로 강렬하게 움직인다. 폭풍과 거센 비를 견디지 못한 배는 산산조각이 났다. 섬사람 몇이 실종된다. 퍼 영감의 ‘악’이야기가 힘을 얻는 느낌이다.

 

4. 그래도 헤티는 바다유리를 통해 한 이미지를 본다. 사람의 모습이다. 궁금해진 헤티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세요?” 물론 아무 대답도 없다. 폭풍이 다소 갈아 앉는 기미가 보이던 때 헤티는 섬 근처에서 낯선 배를 보게 된다. 노로 젓는 작은 크기의 배였다. 누가 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 배를 이 섬까지 타고 왔을 수도 있다. 그 안에 탔던 사람은 어찌 되었을까? 섬사람들이 섬을 구석구석 살피며 다니던 중, 결국 타지에서 온 사람을 발견했다. 기진맥진한 상태의 자그마한 노파였다. 모두 그 노파 혼자서 배를 몰고 온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헤티가 더욱 놀란 것은 바다유리를 통해 보았던 바로 그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5. 노파는 모라 섬에서 ‘애증’의 존재감이었다. 다행히 기력은 회복했으나 여전히 말이 없다. 소녀에서 숙녀의 경계선에 있는 헤티는 어느 날 크나큰 일을 계획한다. 노파가 몰고 온 배를 몰고 그 노파의 가족들이 있는 섬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멀기도 하거니와 시시때때로 변하는 바다의 날씨 앞에 거의 목숨을 걸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출발한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그 섬에 도착한다. 섬사람들 모두가 놀란다. 헤티는 그곳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노파의 가족을 통해 어떻게 그 노파가 모라 섬까지 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주변이야기를 들으며 헤티는 다시 한 번 결심을 한다. 예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바다에선 계속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바다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내가 떠난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 어떤 속삭임으로 남을까? 어떤 이야기가 남겨질까? 내가 떠난 그 자리, 당신이 떠난 그 자리는 그렇게 흔적으로 남는다. 아니 흔적이라도 남으면 다행일까? 그래도 못내 아쉬워 가끔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도 있겠지. 그렇게라도 못하면 너무 안타깝잖나.



 

이 북리뷰는 칼럼니스트 쎄인트의 책 이야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쎄인트의 책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면: (클릭)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05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KReporter3 | 2022.11.23 | 추천 0 | 조회 162
KReporter3 2022.11.23 0 162
104

내가 일하는 이유 -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내 인생을 찾는 뜨거운 질문

KReporter3 | 2022.11.23 | 추천 0 | 조회 162
KReporter3 2022.11.23 0 162
103

트렌드 에듀 2016 - 2016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 13가지 트렌드

KReporter3 | 2022.11.23 | 추천 0 | 조회 196
KReporter3 2022.11.23 0 196
102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KReporter3 | 2022.11.23 | 추천 0 | 조회 159
KReporter3 2022.11.23 0 159
101

천상병 시선

KReporter3 | 2022.11.23 | 추천 0 | 조회 146
KReporter3 2022.11.23 0 146
100

나만의 바다 - 마음을 행복으로 물들이는 컬러링북

KReporter3 | 2022.11.23 | 추천 0 | 조회 144
KReporter3 2022.11.23 0 144
99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KReporter3 | 2022.11.23 | 추천 0 | 조회 255
KReporter3 2022.11.23 0 255
98

워너비 우먼 - 여성 리더 15인의 운명을 바꾼 용기있는 결단의 순간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48
KReporter3 2022.11.22 0 148
97

속삭임의 바다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43
KReporter3 2022.11.22 0 143
96

나라없는 나라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41
KReporter3 2022.11.22 0 141
95

2030 화성 오디세이 - 국내 전문가 22인이 알려주는 화성 탐사의 모든 것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48
KReporter3 2022.11.22 0 148
94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2 | 조회 311
KReporter3 2022.11.22 2 311
93

효도할 수 있을까?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36
KReporter3 2022.11.22 0 136
92

생각공유 -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24
KReporter3 2022.11.22 0 124
91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4 - 임진왜란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27
KReporter3 2022.11.22 0 127
90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120
KReporter3 2022.11.22 0 120
89

시진핑 - 국정운영을 말하다

KReporter3 | 2022.11.18 | 추천 0 | 조회 134
KReporter3 2022.11.18 0 134
88

파노프스키와 뒤러 - 해석이란 무엇인가

KReporter3 | 2022.11.18 | 추천 0 | 조회 126
KReporter3 2022.11.18 0 126
87

가려 뽑은 야담

KReporter3 | 2022.11.18 | 추천 0 | 조회 134
KReporter3 2022.11.18 0 134
86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KReporter3 | 2022.11.18 | 추천 0 | 조회 138
KReporter3 2022.11.18 0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