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01 14:27
조회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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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위험과 불안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  나는  집이 아니라 정원에 간다.  그곳에  가면 자연의 너른 품 안에서 보호받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들고,  온갖  풀과 꽃이 친구가 되어준다.”   

_엘리자베스  폰 아님     

전업 작가들의  일터,  작업  공간은 집이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1700~1800년대  전 세계의 유명 작가들은 거의 한 곳에 오래 머물렀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동이 빨라졌어도 그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하다.  간혹  집을 떠나 독립된 공간에서 글 작업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나마  시간이 아까운 작가들은 오래 머무름의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이 땅에 머물다 간 유명한  작가들의 집과 정원을 통해 그들과 그들의 작품에 더욱 가까이 가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수많은  작가의 삶에서 정원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루퍼트  브룩,  베아트릭스  포터,  헨리  제임스 같은 소설가,  시인,  전기  작가,  동화  작가들이 정원(자신의  정원과 잘 아는 친지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  토머스  하디는 시골 도싯 주에서 나고 자랐다.  거기서  그는 해마다 사과를 따고 으깨어 사과주스를 만들었고 양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초가집 옆 텃밭에 채소를 길렀다.  반면  윈스턴 처칠은 케퍼빌리티 브라운의 풍경식 정원과 널찍한 호수를 갖춘 블레넘 궁전에서 성장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 모두 어른이 되어 스스로 정원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하디는  도체스터의 맥스 게이트에서 거의 자급자족하며 살았고,  차트웰의  처칠은 땅 파는 일꾼을 고용하여 연못에 가깝던 작은 호수들을 블레넘에 있던 호수처럼 크게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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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골동품 도자기나 가구처럼 그저  가끔 먼지나 털어주면 되는,  변하지  않는 물건이 아니다.  정원은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한다.  계절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은 세상이다.  작가의  정원 중 지금도 남아있는 것이 많다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한 행운이다.  작가들,  특히  글쓰기를 시작한 초기에 고생한 작가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현존하는  정원들 역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경우가 많다.  1937년  코커마우스의 워즈워스 생가는 철거되기 직전 현지인들에게 구제되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많다.  제인  오스킨,  루퍼트  브룩,  존  러스킨,  애거서  크리스티,  윌리엄  워즈워스 등 19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몽크스 하우스

“이곳은  허세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길고  나지막하고,  문이  많은 집이다.  로드멜  가에 면한 쪽은 나무판자를 덧댄 모습이다.”  버지니아  울프,  1919년  일기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찾아 잉글랜드 남부  해안 도시 루이스 인근에 있는 로드멜의 좁은 길을 지나는 순례객들은 장미 넝쿨이 기어오르고 비막이 판자를 댄 소박한 집을 발견하게  된다.  따스하게  맞이하는 듯한 이 집은 쉰아홉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명민하고 불안했던 작가의 집이라고 하기엔 왠지 너무 아늑해  보인다.

1919년에  처음 이집을 구입했을 때 버지니아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곧  이 집의 크기와 모습,  야생적이고 비옥한 정원이 주는 심오한 아름다움에 굴복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버지니아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아마 과수원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녀의  단편 소설 〈과수원〉은  잠에서 깼을 때 자신이 사과 과수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그  과수원은 버지니아의 과수원과 아주 흡사하다.  소녀가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듣는 대목이 있는데 지금도 이곳에 가면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버지니아는  화단 사이를 걸으며 꽃을 꺾어다 집 안에 꽂는 것 좋아했다.  자주  정원을 거닐다가 평화로운 곳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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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워즈워스의 코커마우스와 그라스미어

“내  아버지의 집 뒤로 그가 지나간다.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  집 테라스 산책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그는  우리가 끔찍이도 좋아하는 놀이 친구였다.”  《서곡》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이야기는  1770년  컴브리아 주 북부 코커마우스에서 시작한다.  바로  뒤로 더웬트 강이 흐르고 언덕을 병풍처럼 두른,  이  타운의 가장 큰 저택에서 그는 다섯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워즈워스가  성장 하는 과정 중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으면서 참으로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다.  추억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떠나야만 했다.  

워즈워스가 태어난 집은  1937년에  하마터면 버스 정류장에 자리를 내주고 철거될 뻔했다.  다행히  철거를 단 며칠 앞두고 이 지역민들이 가까스로 모금한 돈으로 집을 매입해서 헐리는 것을 막았다.  일  년 뒤 내셔널 트러스트에 양도되었고,  2004년에  대대적으로 복원되기 전까지 이 정원은 오랜 세월 잔디밭이었다.  그  동안 끔찍한 홍수도 겪었지만,  현재  워즈워스 화단에는 옛 장미,  범꼬리  같은 약초,  아스포넬리네,  겹작약  ‘루브라  플레나’와  대청 등을 포함하는 초본식물,  절굿대,  애키네이셔  등 꺾을 수 있는 화초 그리고 전통적인 채소들이 자란다.  

작가들의 정원을 통해 작가들을 다시  만나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그들의  마음이 읽힌다.  그들의  정서 속에 동참하는 느낌이다.  작가의  정원 스토리 뒤엔 ‘그  작가 그 장소 그 작품’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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