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산에 오르는 마음 - 매혹됨의 역사

인문학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3-03-07 14:07
조회
173

장애물에서 숭배의 대상으로…신간 '산에 오르는 마음'

"책을 읽으며 나는 '내 몸'에서 스르르 빠져나와 히말라야 기슭에 다다른 듯했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읽던 소년은 산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안나푸르나에서 손과 발을 다 잃었지만 정상을 정복한 사람들 이야기,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그들의 태도, 남자들이 직면해 감내하는 고초에 소년은 매료됐다. 그도 그렇게 자라길 열망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산에 오르는 마음'(글항아리)은 영국의 문학가이자 저술가인 로버트 맥팔레인이 28살에 발표한 데뷔작이다. 그는 이 책으로 '가디언 퍼스트 북 어워드', '서머싯 몸상', '선데이타임스 올해의 젊은 작가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저자는 산을 구성하는 산의 빛, 대기, 얼음, 눈, 빙하, 바위, 암벽 등 지질학·기상학적 특징을 과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아울러 미지의 영역을 선취하려는 등산가, 탐험가들의 경쟁을 흥미롭게 그렸다. 산에 관한 단편소설이 실린 독특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세기 동안 서구에서는 산에 관한 '인식 혁명'이 일어났다. 수 세기 동안 산은 그저 쓸모없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산은 자연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꼽히며 더구나 사람들은 산을 사랑하며 거기서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1997년 7주간 알프스에서 10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악숭배는 이제 본능이 되었다. 솟구침, 사나움, 차가움, 이 모든 것을 이제 무의식적으로 숭배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이미지들은 더 거친 야생에 대한 간접 경험에 굶주린, 도시화가 진행된 서구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산행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여가 활동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인간이 응시하고, 독해하고, 꿈꾸고, 갈망하는 산은 인간이 실제로 오르는 산이 아니다. 실제의 산은 견고하고, 가파르고, 날카로운 암석과 얼어붙은 눈, 극심한 추위, 현기증, 메스꺼움, 동상,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관련된 어떤 것이다.

산에 대한 인류의 마음은 이처럼 신학적·지질학적·예술적 힘이 풍부하게 혼합된 문화적 산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자연의 물질 형태와 인류의 상상력이 협력해 구성한 '마음의 산'이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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