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총격사건 이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승희의 ‘외톨이’와 같은 성격장애와 정신적 문제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녀의 건전한 정신환경을 잘 살피고 자녀와의 관계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승희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인 부모들과 한인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긴급 시리즈로 살펴본다.
10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 대학생인 김모(21)씨. 그는 미국에서 자라나는 한인 자녀들의 입장에서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부모님과 심리적인 거리감이 느껴지다 보니 자연히 문제가 생겨도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또래 친구에게 도움을 구하게 된다”며 자녀의 삶에서 분리돼 버린 한인 부모의 모습을 지적했다.
이민 생활에 바쁜 한인 부모들이 한국식 1세대와 미국에서 자라나는 자녀 세대간의 문화적 간극을 극복하고 자녀들과 제대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수경 임상심리학 박사는 “한인 부모들은 먼저 일방적으로 ‘무엇을 하라’는 식으로 대화를 하려 하는데 미국에서 자라나는 자녀들은 합리적 이유에 바탕을 두고 대화를 한다”며 “자녀의 입장에서 대화를 시도해야 자녀와 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및 정신상담 전문가들은 특히 자녀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지, 친구들과 마찰이나 문제는 없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부·성적 강조보다
마음으로 다가 서야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조승희의 경우는 성격장애로 보이는데, 외톨이의 경우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것처럼만 보이지만 내면에 억눌린 분노가 범죄 형태로 일시에 표출될 수 있는 만큼 평소 가정에서 학교에서 행동을 잘 살피고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LA고교의 지경희 카운슬러는 “한인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와 성적만 강조하지 말고 평소 생활과 마음 상태 등까지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적 문제나 정신 질환에 대한 한인 1세 부모들의 인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말이 없고 내성적이거나 ‘외톨이’와 같은 증후군을 보일 때는 과감히 전문가를 찾아 미리부터 문제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가들은 “한인들은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정신병원’을 생각하며 경원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같은 인식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며 “정신 질환을 수치스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바로 전문가를 찾아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추후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