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건에 관한 소고
작성자
워싱턴교포
작성일
2007-04-20 12:35
조회
4337
워싱턴교포가 쓴 한토마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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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에 앞서 참담하고 비극적인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이번 사건을 접하고 수 많은 상념과 잡생각이 주위를 맴돌아 최근 몇일간 일이 손이 잡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에 사는 교포이기에 더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주변에 사는 미국 친구들과 이웃들은 저를 만나면 이번 총기 사건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마도 이웃과 친구에 대한 배려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제 주변의 반응은 이번 사건이 한국인에 의해 저질러 졌다는 점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 번일로 한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제가 미안해 할 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이번 일이 인종적인 문제로 번진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버지니아 주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총기를 소지하고 거리를 돌아 다녀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잘 못된 법과 경찰의 초등수사, 학교측의 미온적인 초기 대처, 그리고 범행 당사자 개인의 행동적, 정신적인 문제점과 이번 사건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점 등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정신질환을 앓거나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가진 인간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나친 조의표현이나 이번 일로 한국 전체가 들먹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 한국사람이라는 점을 스스로 강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토마에 올라온 글을 보면 '왜 이번 사건으로 한국 사람들이 미국인에게 미안해 하느냐'하는 부분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저는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인과 대한민국이 미안해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내에서 영주권을 가진 교포는 국제법상 엄연한 한국사람이지 미국 사람이 아닙니다. 교육을 미국에서 받았던 한국에서 받았던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남의 나라 미국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충격적인 사고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지성을 가진 한국 국민으로써 개인적으로 유감의 마음을 갖고 그 뜻을 표현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 유감의 뜻을 전달하는 것도 어쩌면 국제적인 관행으로 볼 때 그다지 잘 못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 대량으로 한국 국민을 학살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일 미국사회나 미국인 또는 미국 정부가 남의 일 보듯 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로 볼 때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쯤 미 대사관이 불타고 있고, 미국인들은 집 밖에도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길거리에는 반미 데모의 물결이 파도치는 모습을 우려해 보는 것이 저만의 생각일까요?
진심으로 저의 조국 대한민국이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의 나라로써의 모습을 갖추자면 지금 미국이 한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대범함을 한 번 쯤은 짚고 넘어가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미국인이 뭐 대단해서라기 보다는 이런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언론과 정부의 자세등은 눈 여겨 봐 둬도 나쁠 것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미국민의 성숙한 자세를 백인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일 흑인들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흑인 정착 지역의 학교에서 한국 학생이 흑인들을 집단적으로 학살했다면, 아마도 흑인 폭동이 일어나 인근 한인들의 피해가 엄청 났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백인들은 이렇게 엄청난 사건 앞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감추고 의연 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서 보자면 백인들은 자신들이 세계 일등 국민들이라는 자부심에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엄청난 사건 앞에서도 자신들은 자비롭다는 것을 은연 중에 보여주고 싶어하는 지배자적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어릴 적부터 논리적으로 명확한 이해관계를 따지도록 배워왔기 때문에 평소에는 지독한 개인주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번 일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 앞에서는 전후 이해 관계를 따져보아 한국인과 결부 지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된다면 한인들을 탓하거나 집단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결코 일어 나지 않습니다. 한인들이 혹시 이번 일로 한인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교육적인 면과 문화적인 차이에 의한 오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제 개인 소견으로는 저의 조국 만큼 타 민족에게 배타적인 민족도 드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간혹 중국 화교를 만나 보면 한국에서 살다가 이민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제가 사는 지역이 한인 밀집 지역이다 보니 한국에서 살던 화교도 비지니스 하기가 좋기 때문이기겠지요. 그런 화교들 예기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사는 동안 한이 맺힌 일들이 많더군요. 너무도 배타적인 한국인들 때문에 도저히 한국에서는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것이죠. 곰곰히 생각해 보면 세계 어느나라에든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어디를 가도 화교들이 있고 화교들 집단 정착촌이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 만큼은 그런 곳을 본 기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이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고 한인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라는 점이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또 하나 배워야할 과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미국에 살기는 하지만 생각과 정서는 역시 한국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인들에게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었고, 거리를 다니면 공연히 눈치가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 남미에서 온 히스패닉계 인종이나 흑인들 그리고 서남아시아 인종들 보다는 제가 우월하다고 은연중 생각해 오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인종들이 우리 교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 신문기사가 나오면 분노하면서, 역시 그런 인종들이었다고 혀를 차곤 했습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백인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 그들 속에 뛰어들어 그들 위에 우뚝 서 보겠다는 망상을 가진 저로써는 또 하나 극복해야할 감정적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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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에 앞서 참담하고 비극적인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이번 사건을 접하고 수 많은 상념과 잡생각이 주위를 맴돌아 최근 몇일간 일이 손이 잡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에 사는 교포이기에 더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주변에 사는 미국 친구들과 이웃들은 저를 만나면 이번 총기 사건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마도 이웃과 친구에 대한 배려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제 주변의 반응은 이번 사건이 한국인에 의해 저질러 졌다는 점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 번일로 한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제가 미안해 할 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이번 일이 인종적인 문제로 번진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버지니아 주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총기를 소지하고 거리를 돌아 다녀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잘 못된 법과 경찰의 초등수사, 학교측의 미온적인 초기 대처, 그리고 범행 당사자 개인의 행동적, 정신적인 문제점과 이번 사건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점 등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정신질환을 앓거나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가진 인간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나친 조의표현이나 이번 일로 한국 전체가 들먹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 한국사람이라는 점을 스스로 강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토마에 올라온 글을 보면 '왜 이번 사건으로 한국 사람들이 미국인에게 미안해 하느냐'하는 부분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저는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인과 대한민국이 미안해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내에서 영주권을 가진 교포는 국제법상 엄연한 한국사람이지 미국 사람이 아닙니다. 교육을 미국에서 받았던 한국에서 받았던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남의 나라 미국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충격적인 사고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지성을 가진 한국 국민으로써 개인적으로 유감의 마음을 갖고 그 뜻을 표현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 유감의 뜻을 전달하는 것도 어쩌면 국제적인 관행으로 볼 때 그다지 잘 못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 대량으로 한국 국민을 학살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일 미국사회나 미국인 또는 미국 정부가 남의 일 보듯 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로 볼 때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쯤 미 대사관이 불타고 있고, 미국인들은 집 밖에도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길거리에는 반미 데모의 물결이 파도치는 모습을 우려해 보는 것이 저만의 생각일까요?
진심으로 저의 조국 대한민국이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의 나라로써의 모습을 갖추자면 지금 미국이 한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대범함을 한 번 쯤은 짚고 넘어가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미국인이 뭐 대단해서라기 보다는 이런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언론과 정부의 자세등은 눈 여겨 봐 둬도 나쁠 것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미국민의 성숙한 자세를 백인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일 흑인들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흑인 정착 지역의 학교에서 한국 학생이 흑인들을 집단적으로 학살했다면, 아마도 흑인 폭동이 일어나 인근 한인들의 피해가 엄청 났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백인들은 이렇게 엄청난 사건 앞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감추고 의연 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서 보자면 백인들은 자신들이 세계 일등 국민들이라는 자부심에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엄청난 사건 앞에서도 자신들은 자비롭다는 것을 은연 중에 보여주고 싶어하는 지배자적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어릴 적부터 논리적으로 명확한 이해관계를 따지도록 배워왔기 때문에 평소에는 지독한 개인주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번 일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 앞에서는 전후 이해 관계를 따져보아 한국인과 결부 지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된다면 한인들을 탓하거나 집단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결코 일어 나지 않습니다. 한인들이 혹시 이번 일로 한인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교육적인 면과 문화적인 차이에 의한 오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제 개인 소견으로는 저의 조국 만큼 타 민족에게 배타적인 민족도 드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간혹 중국 화교를 만나 보면 한국에서 살다가 이민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제가 사는 지역이 한인 밀집 지역이다 보니 한국에서 살던 화교도 비지니스 하기가 좋기 때문이기겠지요. 그런 화교들 예기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사는 동안 한이 맺힌 일들이 많더군요. 너무도 배타적인 한국인들 때문에 도저히 한국에서는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것이죠. 곰곰히 생각해 보면 세계 어느나라에든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어디를 가도 화교들이 있고 화교들 집단 정착촌이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 만큼은 그런 곳을 본 기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이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고 한인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라는 점이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또 하나 배워야할 과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미국에 살기는 하지만 생각과 정서는 역시 한국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인들에게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었고, 거리를 다니면 공연히 눈치가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 남미에서 온 히스패닉계 인종이나 흑인들 그리고 서남아시아 인종들 보다는 제가 우월하다고 은연중 생각해 오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인종들이 우리 교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 신문기사가 나오면 분노하면서, 역시 그런 인종들이었다고 혀를 차곤 했습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백인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 그들 속에 뛰어들어 그들 위에 우뚝 서 보겠다는 망상을 가진 저로써는 또 하나 극복해야할 감정적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