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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의 '노00존'은 합법?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3-11-20 10:48
조회
284

"고객님 매장 이용 시간이 너무 깁니다. 젊은 고객님들은 아예 이쪽으로 안 오고 있어요."

지난 9월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하던 노년 고객에게 사장이 건넨 쪽지 내용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내용이 빠르게 퍼지며 '노시니어존'이 화두에 올랐다.

 



'노인 차별' 논란이 불거진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쪽지

'노인 차별' 논란이 불거진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쪽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특정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NO)00존(ZONE)'을 내건 가게가 늘고 있다. 부산의 대학가 주점은 교수 출입을 막는 '노교수존', 한 카라반 야영장에선 40대 이상 중년 출입을 막는 '노중년존', 제주도 한 카페에선 60세 이상 노인의 출입을 막는 '노시니어존'을 운영해 논란이 일었다. '노00존'의 시작은 '노키즈존'이었다. 이후 '노스터디존', '노유튜버존' 등 연령대와 직업, 특정 행위 등을 이유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가게가 잇따라 생겨났다.

'노시니어존', '노교수존'은 일부 업소에 국한된 흔치 않은 사례지만, '노키즈존'은 전국 곳곳으로 퍼져가고 있다. 단국대 법학과 김정수 교수는 2020년 한양대 법학연구소 '법학논총' 제37권 제4호에 발표한 논문 '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적 과제'에서 "노키즈존은 '별도의 식사 도구가 필요한 아동은 들어올 수 없다', '유모차는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는 식으로 특정 연령 이하 아동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일정한 구역을 말한다"고 규정했다.

네티즌이 참여해서 만든 '구글 노키즈존 지도'에 따르면 전국의 노키즈존은 2023년 11월 현재 약 450곳으로 추정된다.

 



국내 노키즈존 영업장이 표시된 구글 지도

국내 노키즈존 영업장이 표시된 구글 지도

[구글 노키즈존 지도 캡처]








 





노키즈존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매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책임이 업주에게 있다는 2013년 법원의 판결 이후 2014년 무렵부터 노키즈존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10세 아동이 부딪혀 아동이 화상을 입은 사례였다. 이에 부산지법은 "종업원이 부주의했고 직원 안전 교육이 미흡했다"며 해당 자영업자에게 "4천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강원도 춘천의 한 음식점에서도 종업원이 찌개를 옮기던 중 유모차에 탄 아기에게 국물을 쏟아 아기가 화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다. 2014년 의정부지법은 식당의 책임을 70%로, 부모의 책임을 30%로 판결했다.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업주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자가 아동과 같은 특정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00존' 운영은 합법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찬반이 팽팽하지만, 앞으로는 불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이들은 '헌법상 경제활동의 자유, 직업 수행의 자유'를 근거로 들어 옹호하지만, 비판하는 이들은 '아동에 대한 부당 차별' 행위로 보고 있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주로 인용하는 근거 중 하나인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15조에는 '영업주의 직업 수행, 영업의 자유'가 규정돼있다.

실제로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이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일 뿐 차별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서울 종로구의 노키즈존 카페 사장 A(49)씨는 지난 9일 연합뉴스 기자에게 "가게 벽면이 벽돌 소재라서 아이들이 벽에 긁히고, 계단에서 넘어지는 일이 많았다"며 "처음 개업했을 땐 노키즈존이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다치면서 노키즈존으로 영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광화문의 한 카페.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손님들로 북적이는 광화문의 한 카페.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헌법 37조 제2항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라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또 이런 목적으로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을 침해해선 안 된다. 영업주가 '아동의 출입을 금지할 자유'는 아동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데다 공공복리 등을 위해서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어서 노키즈존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 헌법상 행복추구권은 업주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아동에게도 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노키즈존에 출입하는 아이와 부모도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수 교수는 '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적 과제'에서 "노키즈존으로 출입이 제한된다면, 행복추구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 등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 평등권과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항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들어 노키즈존은 차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조덕상 변호사도 노키즈존 운영은 차별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영업주가 '아동의 출입을 금지할 자유'는 애초에 '헌법상 직업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순히 아동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아동을 차별하고 배제할 권리'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법상 절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아동은 성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있어 아직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모든 시민은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노키즈존 식당

서울의 한 노키즈존 식당

[촬영 김수지]

 




반면 김정수 교수는 '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적 과제'에서 "현재로선 기본권의 충돌을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 최소 침해의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따라 충돌하는 기본권 중 영업주의 영업 자유가 우선으로 보호될 필요성이 있다"며 "영업의 자유가 침해될 경우 영업주는 다른 대안이 없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아이와 부모는 노키즈존이 아닌 곳을 이용함으로써 행복추구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다른 의견을 밝혔다.

조례를 제정해서 이런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는 움직임도 있다. 제주도가 첫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송창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아동 출입 제한 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은 특별한 이유 없이 아동의 출입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지난 5월 임시회에 상정됐다가 한때 '기본권 논의' 등을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지만 결국 문구를 수정해 통과됐다. 제주도의회는 '노키즈존 지정 금지'라는 표현을 '노키즈존 확산 방지'로 바꾸고, '아동친화업소 활성화'를 중심으로 내용을 대거 수정했고, 지난 9월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 업소 확산 방지 및 인식 개선을 위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다만 영업주에게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는 마련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 9월에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한 식당의 행위를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아동의 출입이나 서비스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는 '아동에 대한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올해 5월에도 '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의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아동을 제외한 일'을 차별이라 판단했다. 인권위의 판정도 강제성이 없는 만큼 권고 수준에 그친다.

여전히 '행복추구권'과 '영업상의 자유' 등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상태지만 '노00존'이라는 식으로 특정 고객을 무조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해서는 시민들의 거부감이 커지는 상황인 셈이다.

조덕상 변호사는 "노키즈존과 같은 노00존 운영이 개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한국 사회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각 개인을 온전한 권리주체로 인정하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위한 사회적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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