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직장(봉재공장)에서(1) >
< 두 번째 직장(봉재공장)에서(1) >
87년 5월
목재공장을 그만 두려고 마음을 정하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며칠을 고심을 하였다.
가진 돈은 몇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으나 절대 한 달이라도 놀 수는 없었다.
그러는데 하루는 공장에 사장의 처남이란 사람이 가끔 오는데
알게 되어 말을 주고받다 보니 조금은 마음이 통했다.
여기서 이민자들의 일성은 언제 왔느냐, 무엇을 하느냐,
한국에선 무엇을 했느냐, 등을 주고받게 되었다.
이 분은 미국 온지는 3년 정도 되었고 낮엔 봉제공장에서
시간제 일(time work)을 하고 퇴근하여 밤엔 청소를 하는데
이땐 아이(아들 11학년(고 2), 딸 9학년(중 3))들과
부인이 같이 도와준다고 하였다. 참으로 듣기 좋았다.
그런데 부인이 도와주는 것은 몰라도 아이들이 도와준다면
아이들이 공부는 언제 하는가 물었더니
여기선 한국같이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학업을 따라간다고 하였다.
애들이 부모를 도와주는 것 자체는 좋지만 애들까지
그런 일에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건 뭔가 좀 잘 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의견인지는 몰라도 애들의 앞날을 생각해서 여기 온 것이라면
한 시간이라도 애들은 애들의 길을 갈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그럼 3년 정도가 지났으니 영어는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 분이 하는 말,
영어 배울 사이도 없고 눈치로 때려잡고 살다 보니
영어와는 담을 쌓고 있다고 했다.
그리곤 많은 오래된 사람들도 영어 못 하는 사람들이 대 부분이라면서
그렇게 산다고 했다. 그러면 불편하지 않는가 했더니,
그러긴 하지만 그 땐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 하루 힘들게 사는 것이야 좋지만 늘 이렇게 영어 말을 배우지 않고
남의 도움을 받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
여기서 생각한 것이 우선 영어를 배워야하겠구나,
늙어서 애들이 집 나가고 나면 그 땐 단 둘이서 살아야 할 터인데
그 때도 영어 때문에 간단할 일도 해결을 못하고 산다면
애들을 위해서도 우리 부부를 위해서도 바르지 못한 일이다 싶었다.
그간 난 영어를 제법 할 줄 안다는 축에 끼었는데
여기 오니 완전히 벙어리였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했으니 남과는 무엇이라도 달라야 할 터인데
영 그게 아니었다.
여기 오려고 xx 카셋트를 비싸게 사서 근 2년을 들었고
이태원에서 비싼 돈 주고 개인 영어교습까지 받았었는데도 그게 아니었다.
해서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을 먹고
밤에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찾고
그리곤 낮엔 손쉬운 봉재공장에서 일을 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찾은 곳이 내가 다닌 D.L.I. 영어 학교였다.
여긴 A.T.C. 라는 전자 기술학교(6개월 코스)의 부속학교로
이민자들에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program으로 운영하는 학교였다.
며 칠 후 학교에 가서 무당 춤 추듯 손발을 흔들어 등록 절차를 밟았다.
월~금 5일을 6개월간 오후 5시~10시 까지 영어를 배우고
다시 6개월은 전자기술(전자제품 수리 기술)을 배우기로 하였다.
그래서 신문을 보고 한 봉제공장에 전화를 하였더니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을 하러 오라고 하였다.
처음으로 봉제공장에 출근을 하니 나에게 시킨 일은 bundle 하는 일인데
원 공장에서 봉재공장에 보낸 옷감을 재단에 따라 예를 들면,
소매는 소매 데로 같은 부분끼리 묶고
다시 천의 겉과 속을 재단이 되어있는 대로
구분하여 묶음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처음엔 속과 겉이 구분이 잘 되지 않아
힘이 들었으나 금방 알게 되었다.
여기서 쓰는 용어가 face up or down이 되어있다.
즉 천끼리 서로 표면이 닿게 하는 가 아닌가 하는 얘기였다.
여기선 시간제(Time work)와 자기가 완성한 량에 따라
갖는 Piece work 이 있었다.
월급제를 하다 보니 주인의 눈치가 보여 집어치고
미싱 밟을 줄은 몰랐지만 기초만 가르쳐 달라고 해서 배우곤
곧장 미싱 일에 덤벼들었다.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자 속도가 좀 붙었다.
이 미싱 기계는 공업용이라 속도가 아주 빠르고 힘이 셌다.
그런데 한창 제봉을 하고 있는데 어차,,,
나의 왼손 두 번째 손가락 손톱위에 미싱 바늘이 뚫고 들어가
손을 뺄 수가 없게 된 사고가 생겼다.
그런데 순식간의 일이라 아픈 줄도 몰랐다.
놀라서 매니저를 불렀더니 나보곤 웃으면서 “놀라지 마세요. 가끔 그래요..”
하면서 기계를 작동시켜 나의 손가락을 빼고
거기다 미상 기름을 부어주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무 일 없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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