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농민 고 백남기 님을 애도하며>
<영원한 농민 고 백남기 님을 애도하며>
김주열, 박종철, 이한열, 강경대, 노수석....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희생된 분들의 제단에 이제 우리는 아픈 마음으로 한 분의 이름을 더 올려놓습니다. 백. 남. 기.
나날이 피폐해지는 농촌의 현실 속에서도 우리 모두의 고향 농촌을 꿋꿋이 지켜오셨던 분, 평생을 농촌의 재건과 농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살아오셨던 분이 317일간의 병상 사투 끝에 결국 영면에 드셨습니다.
백남기 님의 죽음은 우리를, 그리고 우리 사회를 다시 되돌아보게 합니다. 농민들이 쌀값의 생산비도 못 건지는 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 밥 없이는 못 사는 우리는 제대로 그 현실을 마주하지 않았습니다. 그 구조를 바로 잡아야할 국가권력은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다, 못 살겠다고 거리로 나선 농민들에게 국가권력은 살인적인 물대포로 대응했습니다.
백남기 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권력은 지금 잘못된 공권력의 행사에도 아무런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군부독재 때에도 관련자를 문책하는 정도는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권력만큼은 완전히 퇴보했음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시신 탈취 기도, 유족의 동의 없는 부검 강행 추진 등은 지금의 정권이 얼마나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진정어린 마음을 가지고 유족과 농민,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부검 강행 시도를 접어야 합니다.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서 관련자 전원을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농민들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갖고 나서고, 쌀값의 안정화를 위한 획기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쌀값 인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조치들을 취하는 것만이 그나마 현 정권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다. 정도를 넘어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어느 전직 대통령의 말을 어떤 정권이든 각별하게 유념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때 국가도 그 존재 이유가 있다는 것을, 국가권력을 담당하는 모든 '국민의 대리인'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백남기 님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제 무거운 짐은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소서.
- 시애틀 늘푸른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