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외침
아침 저녁이면 이젠 제법 싸늘하다 못해 "춥다" 라는 한마디의 말이
끈끈하게 입 안을 맴돈다.
"춥다" 라는 말의 여운은 웬지 내겐 외로움의 상징처럼 떠오르고,
그래서 "춥다" 라고 말하면 "외로워" 하고 메아리가 되돌아 올것만 같다.
그러나, 이상 하게도 나는 이 말이 대단한 비밀이 되는 것처럼 움겨쥐고
쉽게 소리내어 말하지 못한다
마치, 그 말을 해 버림으로 해서 무언가를 영원히 상실할것 만 같은 사람처럼....
그러나 난 안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손실이 아니라 두려움 이라는 것을...
"춥다" 나는 이 말을 지금 꼭 단 한사람을 향해 하고 싶다.
그 사람은 알지 못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나의 생활이 언제나 텅 비어 있다고 느끼는 나의 목 마름을...
아무리, 나의 하루가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여 편히 앉을 시간이 없다 하여도
언제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이 마음의 가난함을....
엷은 바람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 이지만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은 처음처럼 영원히 간직되어 있다니...
생각 만으로 하얀 떨림이 되어준 사람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
깊이 파여 새겨진 기억들이, 너무 진하게 자리해서
감히 사랑이라 부르는 사람.
그대로 부터 오는 모든 고통과 번민을, 신음 소리없이 당당하게 앓아 주리라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애당초 쉽게 그대가 내게 마음의 빗장을 열 것이라고는
생각한 일은 없었다.
시련의 늪을 건너고, 고통의 산을 넘어 고문의 절벽에 떨어질, 반 죽음을 나는
처음부터 쾌히 승낙한 사람이기에...
무한한 시간 앞에 나는 어쩜 초라하고 병든 짐승처럼 엎드려, 보고픔에 송글 맺힌 몸을
가눌길이 없다.
나의 절망은 거센 폭우로 인하여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사정없이 낭 떠러지로
추락하고 만 있다.
내가 나를 미워하며, 어찌 할수없는 자신을 지겨워 하며, 가능 하다면 기억 상실증 이라도
걸리게 해 달라고, 애원 하고픈 심정이다.
나의 정열은 아직도 그대를 너무나 원하고, 숨이 차도록 뜨겁고, 그 만큼 슬프고 아프기만 하다.
그리움의 잔상들이 날 힘들게 할때,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거라 생각했다.
찢어진 포스터 처럼 너덜 거리는 내 마음 한켠을 비집고, 고요한 파문을 일으키며
살금 살금 다가오는 이 느낌을...
그러잖아도 겹겹이 배반당한 가슴에, 어쩌자고 또 이렇게 세찬 그리움의 바람이
분단 말인가?
아직도 식어지지 않은 내 그리움의 등잔에, 폭풍같은 바람이 불어와 활화산 처럼
불타 오를때, 불나비 처럼 뛰어 들어 한 줌의 재가 되어도
후회하지 않을 내 마지막 사랑.
마음대로 못해서 밉고 미운 사람아!!!
버리고 싶다고, 지우고 싶다고, 외면 할수도, 돌아설 수도 없는 끈질긴 인연의
정체는 아마도, 그리움이 심장을 거처로 삶은 이유인 듯 하다.
나의 슬프고 고독한 정열을 감당하기 힘들어, 홀로 쓰다 듬으며 그대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본다.
밤은 아직도 긴 시간인 듯 하다, 그대를 그리워 하는 시간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하늘 가득 별이 빛나는 시간까지, 여명의 새벽빛이 밝아 올때까지 계속 된다.
그대의 향기를 나는 이 밤이 다 하도록 그리워 할 것이다.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스치는 바람이 되어, 떠도는 구름이 되어,
한줄기 흐르는 빗물 되어, 그대 곁에 내릴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쩌면 좋을까? 이런 내 자신을....
이상화의 시구처럼 아! 나는 정말 미치고 말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