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누군가를 그리워 하며 산다는 게
한 사람의 인생을 기쁨반 슬픔 반으로
그리고 막연함 기다림으로 치닫게 만들기도 하지만
지난 날의 그 순수함 그대로를 간직한 채
서로를 연모하며 황홀케 하는 매력도 있다
때론 그 끝이 소태 같은 쓰디 쓴 통렬한 아픔으로
상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흔을 남겨놓기도 하지만.
절절한 그리움으로 목말라하며 재회를 그리는 기다림도 있으리라...
추억은 늘 우리 뒤에 흐르는 강물처럼
언제나 덧없이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결코 잡을 수 없다.
먼 옛날 황혼이 뉘엿이 지는
산등성이로 해넘이가 막 시작할 즈음
내 편린의 기억의 그리운 그 사람의 모습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지상의
여인이 마치 아닌 것 처럼.
그지없이 맑고 순수하고 더 없이 고운 여인이었다.
그날,
잔잔한 초 저녁 미풍이 산 기슭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이며 밤풀을 애무하고.
계곡 사이로 흐르는 냇물 소리 또한 설레이는 우리 가슴의
심장소리 마냥 크게 들려오는 듯 한데.
그 시공의 한 지점에서
우린 서로의 체취와 향기를 일궈내며
서로의 가슴 속에 그리고 맘 속에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새기고 싶어 그토록
슬프도록 처절함으로 서로의 영혼을 확인하고
각인코자 슬픈 몸부림으로 달랬던 시절을...
그때,그대의 어깨너머로
문득 바라 보았던 막 황혼이 지는 산 등위의 풍경은
흩어진 저녁 구름 사이로 더없이 아름다운 천상의
색깔로 채색되어 물들이며 그려지고 있었지..
바로 그 슾프도록 고요하고 고운 풍경 속에서
환희에 찬 시선을 저 먼 발치의 하늘 한켠에서
다시 그대의 모습 속으로 옮겨 올 즈음,
나는 그대의 가여린 어깨가 가늘게 흔들림을 비로소 보았었다네.
만남과 헤어짐이 인간사 필연이라 한들
회자정리의 아쉬움이 우리 사이에도 왜 없겠냐만은
그건 이생의 마지막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 데.
살아 생전에 우리 사이를 시샘으로 갈라 놓고
훗날 절절한 그리움과 시름케 하는 슬픈 운명으로
작정지어 앞 길에 놓이게 될 줄은 꿈엔들 꾸었겠소.
세상과 이별하는 아쉬움은 그렇다고 치지만
생전에 이별짓고 그리움과 갈망으로
연모로 사모케하는 이 조화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사랑은 아픔을 동반한다.
그리움은 슬픈 기억을 감추기 위한 애절한
가장의 도구이자 처절한 몸 짓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숨 쉬고 살아 있다는 것에 안도함은
단순히 살아있다는 육신의 정념에 매달려 있지 아니함을 알진데..
언젠가 해후할 그 날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은,
단지 사랑하는 그리운 나의 연인을 위해..
그리고 훗날의 아름다운 둘 만의 축제를 위해...
오늘도
그리움으로 치장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 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