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흑석동(黑石洞)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와 우산없인 못살아
여름이면 물바다
신발에 묻어오는 진흙이
작년 강에 몸 던진 경자 마음속으로 쌓여가던 날도 있었고
제 작년 물 빠진 장터에 깨진 항아리가
묻혀있던 색깔을 닮은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고
반달섬에서 산다는 어느 부부
그냥 옛날 얘기처럼 남의 일 같기도 하고
호기심도 가지는 그 부부의 전 재산이
심통으로 부어버린 강물로 떠내려오는 날
수박도 떴다
돼지도 발버둥 거릴거란 짐작 뿐이지만
강에 숨었다 보였다
절망도 따라서 숨었다 보였다
“애, 애들 나와라
여자는 필요없고 남자 나와라
애, 애들 나와라”
해 진지 오래
밥 한끼 달걀 하나 간장에 비벼먹은
세상 부럽지 않은 황태자의 저녁뒤로
집 집마다 골목마다
내일(來日)를 켜듯 백열등이 창문으로 켜지고
뿌리 없는 삶같은 판자 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아우성으로 담을 넘은 소리는
밤도 잊고 나와 놀자는 또래의
헤어지고 기운 옛날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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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잊고 있는 것이 아니고
비켜 눈 길을 주지 않던 이야기가 찾아온다
지금은
비가 와도 떠 내려 오는
부유물이
이야기를 만들기엔 어지럽기만 하다
내 발이 닿지 않는 홍수
아직
숨었다 보였다
비는 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