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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8.7km 목마름이 성취의 날로 | 풀 마라톤 도전하다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8-28 06:00
조회
177

이젠 언덕 달리기가 두렵지 않다.


인간은 익숙함의 동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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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실내 체육관 트랙


 


 


토요일 아침 06시.(20220730)


 


이미 다른 마라톤 클럽은 트랙을 한참이나 돈 것 같은 모습들이었다. 이렇게 날씨가 맑고(더운 날) 화창해서 보기는 참 좋다. 차를 타고 에어컨 빵빵하게 켜놓고 여행이나 가면 좋을 날씨다. 마침 휴가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잠시 후에 뛰어야 한다는 것.


 


10명 이상 지난주에는 오셨는데 오늘은 나를 포함하여 3명이다. 지난주 12km 연습한 기록 중 아름다운 숫자 6이( km 구간 6분 대가 ) 8개가 있어서 훈련 후 콩나물 해장국을 내가 산다고 했는데 막내를 위함인지 개인적인 집안 행사가 겹쳐서인지 많이 안 오셨다.


 


도덕산 트레킹은 처음이라 적은 인원수는 더 걱정이 되기도 하고 중간에 물이 없다고 작년 훈련 일지를 홈페이지에서 본 기억이 있다. 물을 항상 준비해 주시는 훈련팀 장님도 오지 않았다. 간혹 내가 물보다 흡수가 빠른 개토레이를 사 오기도 했는데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시간에 맞추느라 사 오지 못했다. 경력자이시니 다 계획이 있으시겠지.


 


코스가 어딘지를 모르는 상황이라 막막했지만 준비 운동 후 트랙을 3바퀴 돌고 도덕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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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ybanks, 출처 Unsplash


 


1~2km는 힘이 있을 때라 사뿐사뿐 올라갈 만했는데 조금 지나니 언덕이 꼴도 보기 싫었다. 뒤를 돌아보니 두 분이 더 합류했다.


 


트레킹 길이 나무로 우거져 그늘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밖에 날씨는 엄청 더운데 햇빛은 가렸어도 계속 뛰려고 하니 땀이 쏟아진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가림산 둘레길 오르막 내리막 아스팔트 길은 이제 우습게 보인다. 흙길, 간혹 자갈길은 더 신경이 곤두서고 달리기가 힘들었다. 에너지가 더 소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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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_carl5on, 출처 Unsplash


 


처음 둘레길 오르막길을 뛸 때는 무척 힘이 들어서 2바퀴로 마무리했는데 지난번은 5바퀴까지 돌았다. 이제 익숙어져서 힘은 들지만 나름대로 힘들어도 다 돌고 나면 성취감도 있고 다리 근력도 많이 생기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주중에 광명 안양천을 뛸 때 평지 아스팔트에 감사하게 되고 편하게 느껴진다. 낮은 경사 아스팔트도 부담이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 경사로에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뛰다가 걷다가 다시 천천히 뛰다가 반복했다.


 


5km도 되기 전에 목이 마르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산악 트레킹을 한다더니 이렇게 훈련했겠구나. 나야 천천히 여유롭게 뛰고 있지만 한계를 넘는 훈련을 했겠다는 생각이 드니 운동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표 선수도, 운동선수도 아닌데 힘들게 뭐 하고 있지? 하고 또 묻기 시작한다. 언제쯤 이 질문이 없어질까? 힘들 때마다 묻곤 하는데 언제 없어질지 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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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tnp, 출처 Unsplash


 


물 마실 곳이 어디냐고 팀장님에게 물으니 광명 정수장까지 가야 한단다. 정수장이 어딘지 나는 가보지는 않았다. 금방 나타나려니 했는데 목이 마르니 물만 찾게 된다.


 


결국 도덕산 산행을 하시는 네 분의 여자분들이 있는 일행에게서 팀장님이 물을 얻어주셨다.


미안해서인지 목이 마르지 않아서인지 나만 먹게 하고 두 분은 마시지 않아서 좀 미안하고 민망했다.


한 번 목이 마르면 계속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법. 1km 도 안 가서 다시 물을 찾게 된다.


 


광명 정수장 초소에서 종이컵으로 한 컵씩 물을 얻어 마신 후 다시 온 코스로 반환해서 갈 것인지 묻는다.


그럴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고 목도 말라서 가장 짧은 단 코스 아스팔트 킬로 가고 싶다고 했다. 너무 오버하면 몸이 아플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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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도덕산 트레킹


 


 


광명 체육관 트랙으로 돌아왔다. 8.79km이고 훈련 끝난 시간이 7시 49분인데도 해가 뜨겁다.


 


 





 


 


물을 어디서 마시려나.


화장실 물을 마셔야 하나.


 


광명 실내체육관 트랙 옆에 약숫물을 항상 주민들이 한 통씩 담아 가시는 걸 많이 봤다. 팀장님에게 물어보니 먹어도 된다고 해서 평상 시라면 먹지도 않은 물을 가서 먹었다.


 


 


이런


이런


이런


 


 


계곡물처럼 아주 달고 시원하고 차가웠다.


실컷 마시고 가다가 다시 돌아가서 또 마셨다.


물의 소중함을 안 시간이다.


팀장님은 평상시 5km는 물도 안 마신다고 한다. 모두가 그런 줄 아셨다고. 초보자랑 다르구나.


 


8.79km는 평상시 훈련에 x 2배를 해야 한다. 그만큼 언덕길, 특히 흙길 트레킹은 쉽지 않았다. 힘들었다.


다행히 평상시 귀가할 때 계단으로 올라간 경험이 많아서 트레킹 나무 계단을 뛰어오르지도 못해도 걸어서 갈 만은 했다. 집에서 계단 오르기, 스쾃, 윗몸일으키기, 다리 올리기를 한 보람이 있었다. 더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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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지 않았던 고도를 나타내는 표도 보게 된다. 평상시 달리는 평지는 고도가 13m인데 트레킹이라 99m가 된다. 도덕산이 그리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이 정도인데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헉.... 어느 정도의 체력으로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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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구간 기록은 오늘 의미가 별로 없다. 그냥 달리다가 걷다가 했으니까. 다녀온 것만도 다행이다.


 


다녀온 후 햇살은 참 따갑다.


 


트레킹을 하면서 나중에 생각이 날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고 나서는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성취감으로 변하고 다시 뛰게 된다.


 


예전 동화 심리 수업을 모 중학교에서 했는데 언제 마음에 안 들었던 친구가 좋아진 경우가 있었냐는 질문에 한 학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 더 진상 같은 친구가 나타났을 때요."


 


이제 아스팔트 언덕이 두렵지 않다. 더 진상 같은 도덕산 트레킹을 했으니까.


 



 


이 글은 브런치 작가 김민들레의 이야기책빵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mea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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