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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마라톤 훈련 2주 차, 그리고 (다시 돌아온) 러닝 기록 앱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8-26 04:40
조회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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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주(0709~0715)에는 64.3km를 걸었고 35.46km를 뛰었다. 마라톤 훈련 2주차다. 중간에 뛰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어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뛰지 않았는데, 함께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는 사람이 놀랍게도 해당 분량 거리를 혼자 뛰어서 기록한 걸 보고 자극(열) 받아서 바로 다음 날 훈련표에 나와 있는 거리를 뛰었다. ...이래서 사람은 누군가 무언가를 같이 해야 발전하는 모양이다. 


 


 


 


2.


러닝 기록 앱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3.


실외 러닝 기록은 작년 6월부터 시작했다. 헬스장이 아닌 밖에서 꾸준히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그쯤이다. 그 전에는 주로 헬스장에서만 달렸다. 처음에는 러닝을 못해서 - 그 다음은 헬스장에 익숙해지기 바빠서 - 그 다음은 러닝 머신이 편해져서 - 그 다음에는 실외 러닝은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러닝 앱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이 문을 닫고 오직 산책과 걷기에만 집중하면서 러닝 책들에 관해 방송을 했는데, 이때 읽었던 책 중 하나에 나온 러닝 앱을 처음으로 시도하게 되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책에서 나온 추천 러닝 앱 중 하나를 내 이야기를 듣고 지인이 시작하면서 나에게 역으로 추천하길래 나도 덩달아 러닝 앱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런키퍼였다. 


 


 


 


4. 


런키퍼, 아디다스 러나틱스, 스트라바, 나이키 런클럽, 가민, 언더아머, 러나블.


 


런키퍼는 작년 6월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 한 달 동안 아디다스 러나틱스, 스트라바, 나이키 런클럽, 가민, 언더아머, 러나블을 돌며 러닝앱들을 시험하고 기록하다가 결국 다시 런키퍼로 돌아왔다. 


 


모든 러닝 앱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이 하나 이상씩 있었다. 일단 공통적으로 모두 GPS가 튄다는 점. 스트라바가 제일 심했고 그 다음에 심한 건 나이키 런클럽이었다. 디자인은 나이키 런클럽과 러나블이 가장 이뻤지만 나이키 런클럽은 챌런지와 광고 등 홍보 문구 등이 계속해서 등장해 피곤했고 러나블은 러닝 시 세부 지도가 보여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직 개발 초기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올해 11월에 있을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를 접수하려면 러나블을 통해서만 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가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더 나아지는 기능이 없는 한 앞으로 서울 마라톤 접수 외에 러나블을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언더아머는 구성과 디자인이 불편했고, 가민은 자체 수정이 무한대로 가능하다는 점이 신뢰성을 잃게 만들었다. 결국 구관이 명관이라고 유일하게 영어로 운동 기록을 낭송해주는 런키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5.


여담이자 사담, 사족이지만 추가 하나 더. 


 


함께 마라톤을 준비하는 지인과 작년 6월부터 런키퍼로 러닝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다가 내가 최근 한 달간 이러저러한 러닝 앱들을 실험하는 동안 이 사람이 나이키 런클럽으로 환승하는 일이 발생하고 나에게도 나이키 런클럽을 공유하자는 제안을 해서 공유하다가 - 결국 또,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눈 끝에 마지막에는 우리 둘다 다시 같이 런키퍼 하나로만 러닝을 기록하고 공유하는데 동의하기로 마무리했다. 또 본의 아니게 한바탕의 시간을 보냈고, 런키퍼와 나이키 런클럽 사이를 오가며 또 촉과 오해와 거짓과 기만과 자만과 서운이 오가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또  화해했다. 또 피곤했다. 또 서운했다. 또 실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화가 나지는 않았다. 


 


 


 


6.


고작 러닝 기록 따위에 서운함이라니, 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이해한다. 가치관과 중요도가 다르니 기록 공유에 대한 기준과 판단과 의미 부여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러닝 기록 공유는 나에게 민감한 문제다. 시간과 위치가 공유되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이 나누어지는 일이다. 내가 어디에서 무얼 했고 어떻게 했는지가 등장한다. 이건 개인 정보다. 그리고 개인 정보는 나에게 중요한 문제다. 성격 탓도 있다. 이런 부분에 조심스러워하고 민감해하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친구다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루 일과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마트워치를 살 생각이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없고 카톡을 불편해하는 이유 역시 비슷하다. 늘 무언가 옆에 계속 달라붙어 있는 기분이 싫다. 집중을 방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러닝 기록 공유는 단순 운동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래저래 실망스러웠다.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서운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한번 더 일어난다면 이제는 서운해지지도 않을 것 같아 씁쓸했다.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건 오랜만이라 그 감정이 불편하지만 분명 좋은 부분도 있었다. 만약 그 감정이 사라진다면 역시 또 좋은 점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의 무언가가 또 망가지고 사라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 되든 분명 삶은 나에게 좀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믿는다. 느껴진다. 


 



 


이 글은 브런치 작가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her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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