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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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도시, 시애틀 | 잠 못이루는 밤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8-22 06:02
조회
109

3년 만의 출국


1.png


 


인천공항은 한산했다.


3년 만의 해외 나들이라니...


출국하는 입장에서 보니 코로나가 좋은 점 한 가지,사람이 없다. 아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좋기만 한 일도,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 가 다시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예전엔 이미 공항 전체가 바글거리고 짐 부칠 때나 출국 전 공항 심사대 통과 시  수십 분에서 한 시간씩 걸리던 것이 십수 분만에 다 끝나 버렸다.


면세점도 사람 보기가 어렵고 직원 수가 더 많았다.


비행기에 올라서는 더욱 놀랐다.


드넓은 이코노미석이 텅 비어있었다.


1/3 가량이나 탔을까. 아니 전체 좌석의 15프로 정도만  타고 가는 느낌.


딸아이는  이륙 후 자리를 옮겨  텅 빈 네 자리 좌석의 팔걸이를 위로 올리고 길게 누워 꿀잠을 잤다.(신조어로 *눕코노미*라고 한다)


나는 두 자리 좌석에 혼자 앉아 힘껏 시트를 뒤로 젖히고 그냥 편안하게~


화장실도 대기 자체가 없이 거의 vacant 상태.


신기한 경험이었다.


기내식을  먹으며  생각했다.


예전에 마스크도 쓰지 않고 손도 잘 안 닦고 만석이 된 비행기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떠들고  밥 먹고,


보호장비 하나 없이 살던 때가 머나먼 원시시대같이 느껴졌다.


코로나를 예정에 없이 길게 겪으면서 사람들은 위드코로나가 정착되어도  위생과 간격,  개인 건강에 관심을 놓지 않을 것이고 수명도 더욱  길어질 것 같다. 앞으로 출몰하는 또다른  바이러스도 철저한 위생과 개인 면역을 뚫기는 어려울 테니.


 


시애틀,  하필 우기


15.png


 


어쨌든 텅 빈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팔자에 없는 퍼스트 클래스 체험을 하고 시애틀에 도착했다.


입국심사 후 택시를 불러 가는데 날씨는 찌뿌둥.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영상 8~10도.


 


시애틀 시간으로 오전 열 시 반 숙소 도착.


한국시간은 새벽 3시 반ㅠㅠ


잠을 거의 못 잤다는 생각에 왠지 몸이 피곤 노곤하고  흐린 날씨에 바로 침대에 누웠다.


조금 쉰다는 게 5시간이 지나버려서 오후 세시쯤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가 시애틀 타운을 구경하려고 가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ㅠㅠ


우산은 한 개.  남편과 아들은 모자를 쓰고 비를 맞고 딸과  나는  우산을 조금이라도 자기 쪽으로 하려는  은근한 기싸움에 치사한 몸싸움까지 불사하는데,   우산 쓴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아들이 유학 중인  영국 세인트 앤드루 지역도 가끔 비가 오는데 사람들이 전혀 우산을 쓰지 않는다고 하길래 그래도 너는 써야 된다! 했었는데 아들은 이미 그들과 동화되어선지  비를 맞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근데 왜 이나라 사람들은 우산을 안 쓸까.


산성비가 아니라서?


시애틀의 우기 기간(11월~5월)이라 귀찮아서?


우산 안에 정체를 숨기는 듯 보여서?


(마스크를 싫어하는 같은 맥락인지)


꽤 좋은 옷과 가방을 든 남녀들,  가족들이 보였는데 비를 맞으면서도 찌푸리거나 서둘러 가는 법 없이 심지어 수다 떨며 즐겁게 젖어드는 것 같았다.


 


kiETpU9ss1mBiHmFWxcxk6ioNuQ시애틀전경이 내려다 보인다는 스페이스 니들


 


h7FVLWjJ-QrWWPuWyKnpVUAL7bM숙소에서도 보인다,  더 멋있네요


 


 


지금은 시애틀 시각 새벽 세시반.


놀러온 것이 아니고 일을 보러 와서 그런지, 신나는 맘보다는 약간 심란한 밤이다.


쪽잠을 드문드문 자고 도통  잠이 오지 않아 브런치를 한다.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11월에서 5월까지 이삼일에  한 번은 비가 온다는 시애틀은 그냥 도시 자체가 내게 카페인이다.


영화 속 맥라이언처럼,  라디오나 켜볼까? (근데 영어가...)


 


 


* 하루도 빠짐없이 오빠들과 언니가 우리 집에 와서 엄마를 뵙고 쿠키 앤 크림이를 돌봐주고 있네요. 어제는 유난히 고양이 마니아인 작은오빠가 와서 쿠키 한 시간 산책에 크림이랑 놀아주고,  오늘은 여러 마리 개 아빠인  큰 오빠가 쿠키 산책에 목욕까지 시켜주었대요. 낼은 언니가 오겠지요~^^근데  다들 크림이가 이뻐서 어쩔 줄을 몰라요~고양이는 정말 귀엽고 매력적인 아이 같아요.


 


엄마가 보내준 사진들  보니 부드러운  애기들이 보고 싶어 죽겠어요. 우리 가족이 없는 자리가 텅 비어있지 않고  꽉 채워져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남편은 집에 돌아가면 넘치는 사랑을 받던 쿠키가  '왜 벌써왔냐'고 짖으면 어쩌지  걱정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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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부비하고싶은 애기들.


 



 


이 에세이는 브런치 작가 감이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출처brunch.co.kr/@gracehseo)


 


* 미국 워싱턴 주 최대 한인 커뮤니티 케이시애틀은 작가님들의 에세이 기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정된 작가님은 블로그/브런치/웹사이트 링크를 게시글에 남겨드립니다. 작품 기고: contents@kseat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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