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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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Nurse로 새로운 시작 1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8-30 05:52
조회
199
내가 처음 미국으로 가겠다고 맘을 먹고 에이젼시를 만났을 때, 그분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맘으로 가셔야 합니다. 원하는 직장을 처음부터 가질 순 없어요. 수술실 경력이 많으시지만 미국에서 특수 파트는 더 까다롭습니다."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10년 차 수술실 간호사로 살아온 나는 수술실에서 일하는 게 좋았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는 것도 이것뿐인데.

심각하게 되돌려야 하나...

고민 끝에 내가 가진 경험과 skill들을 믿어보기로 하고 "전 수술실만 갈 거예요"라고 당돌히 말했다. 황당해하는 그분을 뒤로하고 '안되면 내가 직접 찾으면 되지. 그동안 얼마나 수술실에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모든 것을 버린다는 건 나의 치열했던 20대를 버리는 거야' 나를 위로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 에이젼시를 통해 대약 20명 정도의 간호사들이 미국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다들 다른 날짜, 다른 곳에서 출발하느라 우린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아이가 한 명 있는 부부가 있다는 사실에 우리 부부는  위로를 받았다. 왠지 모를 동지 의식이라고 할까. 거기다 나는 임신 5개월 차로 들어가고 있었으니, 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누가 처음 공항에 마중 나오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보통은 그 사람이 이끄는 대로 삶이 나아가기 때문이다. 우리 경우는 한국 에이젼시와 계약을 맺은 현지에 사는 에이젼트가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Anaheim in California. The happiest place in the world. Disneyland가 있는 곳.

우리는 거기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분은 미리 정해준 아파트에 우리를 데려다주시며 친절하게도 쌀과 물을 잊지 않으시고 주변에 가게가 어디 있는지까지 알려주시며, 곧 다시 오겠노라 약속하셨다. 나는 남편과 맘 편히 다른 간호사들이 오길 기다리며 영어에 대한 걱정도 직장에 대한 걱정도 잊을 수 있었지만, 배 속에 아기를 어떻게 care 할지 무사히 잘 분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난 정말 겁이 없었던 것일까? 남편은 더 심란해 보이는 얼굴, 그의 어깨는 이미 너무 많은 생각으로 쳐져있었다는 걸 알아버렸다. 우린 서로 마주 보며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아서 뭐든 시작할 수 있다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언제쯤 간호사로 일할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긴 할까..



이 에세이는 브런치 작가 한이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출처: brunch.co.kr/@hani7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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