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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백마의환자
작성일
2011-02-17 02:42
조회
2775

일회용
 
참 슬픈 단어 입니다. 단 한번만 쓰여지고 버려져야 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

 

모든 물건이 귀하던 시절. 그러니까 그렇게 멀지도 않은 세월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아이들 분유깡통은 단순히 분유를 담는 용기가 아니라

 

살림도구였고,가게나 술집 어디를 가도 보이는 친근한 통이었습니다.

 

호떡집에서는 나무 손잡이에 못을 박아 분유깡통 뚜껑으로 호떡을 누르는 조리도구로

 

사용했던게 기억납니다.

 

짓꿋은 나는 그 누르는 분유깡통에 요철을 만들면 호떡위에 재미있는 그림이

 

만들어질거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마 특허신청이라는걸 알았더라면 아마

 

꼬마 벤쳐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합니다.언제부터인가

 

"일회용" 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를 않습니다만,

 

쓰고 버려져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만들어진다는것이 소비촉진을 유발시킨다는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말하려고 하는 그 일회용이 일회용이

 

아닐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구멍가게에서 팔았던 일회용 칫솔은 대학교때 필수용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일회용 답게 몇 번 쓰다보면 화장실에서 양치질하다가 쓰레기통에 얼굴을

 

가져가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칫솔의 솔들이 입 안에서 뽑혀 나오면 깜짝 놀랍니다.

 

입안에 털이 가득하다고 생각해보세요. EWW. 그래도 열 번 이상은 쓸만큼

 

수명이 긴 칫솔이었고, 일회용 면도기는 한 달이상 쓸수 있고. 임꺽정같이

 

수염발이 짙으신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컵들은 모조리 모아서 깨끗이 씻은 다음 분장실이나

 

의상실 혹은 실기실에서 소주잣으로 쓰이기도 했고, 그나마 최후로는 재떨이로

 

쓰여져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아껴쓰던 대학생활 지나고 군대갔더니

 

거기는 더 합니다. 일회용이지만 일회용인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991년 드디어 미국을 왔습니다. 일회용의 천국이라고 불리울 만큼

 

모든게 다 일회용 천지였습니다. 심지어 부대안에서 밥먹는데 식판을 생각했더니,

 

무슨 소풍가는것도 아니고, 일회용 접시며,포크,나이프 등으로 배식하는

 

미국군대에서 모든게 다 낭비였습니다. 손이 라도 작으면 상관없는데, 자동차

 

방석만한 손으로 케찹이나 설탕봉지를 들고 와서는 몇 개쓰지도 않고 결국에는

 

다 가져다 버리는 것 보며 정말 경악을 했습니다. 아마 군 동기였던 이기정 병장이

 

보았으면 분명히 그랬을겁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걸 함부로 하는 새낀 다

 

죽여야 한다고. 반동이라고." 그 친구랑 저랑은 말뚝박으라는 소리 매일 들었습니다. ㅋㅋ.

아무리 미국이 풍부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정말 너무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제 경우 남김없이 다먹고 남은 케찹이나 설탕을 다시 가져다 놓고,

 

쓰레기통 안에 보니 OMG 거기에는 먹지도 않은 음식이 너무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떠올랐지요. 정말 6.25  때 미군부대 쓰레기통을 뒤질만 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궁핍하게 한국에서 살았던건 아니였지만, 그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은 너무 너무 아까왔습니다. 지금도 나는 음식을 버리는걸 아까와 합니다.

 

제가 일하는 그로서리 가게에서 같이 일하는 동생들 보면 일회용의 그 정의를

 

충실하기 위해서 한 번쓰고 버리는 페이퍼 타울이나 젓가락이 못마땅 할때도

 

있습니다. 대나무 젓가락 같은 경우는 영구적은 아니더라도 그 수명이 꽤 깁니다.

 

손 물닦는 용도의 페이퍼 타울은 잠시 놔두면 금방 마릅니다. 한 번 더 쓸수도 있고,

 

기름흘린거 닦거나 한번더 닦고 버리는데. 피자를 시켜 먹어도 겉에 있는 빵부위는

 

먹지 않고 버립니다.그럼 그걸 보게 되면 저는 다음부터 피자를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를 자른고비라고 불러도 좋고,Cheapskate 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세상에 나오는 물건이든 생명이든 거기에는 이유가 반드시 있습니다.

 

일회용이든 인스턴트 이든 그 임무에 충실해야 하지만 일회용이나 인스턴트이던

 

그것들이 제 수명을 더 할때 세상은 더 깨끗해지고 아름다와질거란 생각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자원이 없어서 몽당연필이라 해서, 다써가는 연필 마저 볼펜 깍지에

 

끼워서 쓰곤 했습니다. 미국에 오니 골프장에서 연필 자체가 몽당 연필인데

 

아예 쓰고 버리게 되어있어서 아주 황당했습니다.

 

주욱 적어내려오다 보니 일회용이나 인스턴트에 대한 내용 보다 제가 구두쇠라는거

 

티내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구두쇠 입니다.

 

1987년 대학교때 입던 프로스펙스 추리닝 아직도 입고 다닙니다. 한국 의류의

 

끈질김과 견고함 세계가 알아줘야 한다고 이 연사 크게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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