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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시간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백마의환자
작성일
2011-02-08 02:54
조회
2427

127 시간 이라는 영화를 보러 가기에 앞서 우선 책을 먼저 보아야 했습니다.


책이 더 좋은 이유는 그 장면의 서술을 상상할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어서 입니다.

 

영화나 TV 는 그냥 대놓고 보여주고 들려주기까지 합니다.

 

 

 


해적에게 납치가 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선원들의 다시 살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이 자꾸 책과 겹쳐 들렸습니다

 

 


127 시간 이라는 시간을 절벽끝에 팔이 끼여서 보내다가 결국은 자신의 팔을 잘라서 절벽을 탈출,

 

다시 살게된 청년 모험가의 이야기로, 실제 2003 년 나는 인터넷으로 그 기사를 본적이 있지만

 

그리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것은 나 자신이 등산이나 캠프를 무척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물도 넉넉히 쓸수도 없고, 바닥에 배기는 딱딱함이 싫기도 하고, 하여간 군대에서 

 

하루밤  나가는 하천선 매복도 너무 싫었는데.


게다가 어차피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야 할 산을 오른다는것은 무의미 해보였으니까요.


하긴 270 파운드 나가는 바벨을 다리로 10 번 이상을 들어 올리는

 

Weight Training 만도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으며  산에 대한 동경을 가진 청년의 모험심은 나를 산으로 가야 한다는 조그만

 

속삭임으로 다가왔어요.

산을 왜 오르냐고 한다면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르는거라고 했던 사람이나

 

왜 사랑하냐고 물으면 너 이기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본질은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 이기 때문이야.

 

자꾸만 되뇌이는 그 말속에서 내 마음은 그 산을 향하여 오르는걸 느꼈습니다.

 

 

아론이라는 20 대 청년은 산을 너무 좋아해서 혼자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체 산을 올랐다가

 

사고로 팔이 바위에 끼여서 6 일을 지내고 결국 자신의 팔을 잘라내고 절벽을 내려와 구조를 받게 됩니다.

 

자신의 팔이 썩어가는 그 와중에도 그는 많은 생각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적인 도움을 받습니다.

 

그가 심한 탈수와 허기로 헛것을 보는 와중에도
결코 그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회 같은 감정이야 있었지만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을 침착히 대응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심지어 냄새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좀 과장이야 있겠지만 경험에서 나온것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의 몸이 썪어가는 냄새. 그것도 자신의 팔이 바위에 깔려서 썩어가고 물은 없고.

 

절벽끝에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그 곳에서 내가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죽었을테고,

 

그 공포와 허기와 갈증으로 내가 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을거라는걸 알고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아마 버둥거리며 스스로를 탈진시켰을테고 다가오는 그 죽음의 향기에 진저리를 치며 죽어가면서

 

나를 데려가려는 악마와 발악을 하며 싸워야 했을거란 공포때문에 책을 보면서 내내 오금이 저렸습니다.

산이나 자연이 주는 경외감보다는 공포감이 제게는 더 크게 다가왔으니까요.

 

그가 그 산에 메달려 6일을 버티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그 공포 속에서도 그는 사람하는 부모님과 여동생 소냐를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닥친 문제를 다른 이유로 미루지 않고 침착히 대응했기에 그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해적에게 잡혀갔다가 다시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 그들이 " 다시  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할때

 

나는 그 무엇을 감사하나도 모르는 경우없는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삶 자체가 감사해햐 함인데, 밝은 그림을 그릴줄 모르는 바보여서 혹은

 

신념에 대한 불신이 자라나는 이상한 병에 걸려서.

 

혹은 물은 반 컵 밖에 남은 것이 아니라 반 컵이나 남은것인데.

그 고마움을 몰라서 내가 제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던거나 아닐까 조금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를 부여잡고 놓지 않던 어두움이 탈색되어 가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하루가 우리에겐 감사해야 하는것임을 책을 보며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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