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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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 갈래.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백마의환자
작성일
2011-01-18 03:17
조회
2578

누군가 내 귀에 속삭였다. " 뛰어내려서 이 힘든 세상에서 벗어나렴."


 나 역시 " 그래. 너무 힘들어, 이 세상에서 내가 내 스스로에겐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구,나에게서 모두들 떠나가구,나를 하찮게 여기구,

 

부모로 부터 따뜻한 사랑 못받고 자랐다 생각하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런 이상한  세상에 남아서 혼자 싸워나가긴 역부족이야."

 

라며 아득한 절벽 끝에 섰고, 들리는 아기울음소리와 총탄에 찟겨나간 

 

사람들의 신음소리와 살려달라는 고통의 소리.이쁜아이의 옹알이 소리,강아지 소리,

 

사람들의 살아가는 소리와 고통의 소리가 겹쳐들리는게 신기했지만,

 

내가 뛰어내리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고, 이제 나에게 있어

 

더 이상의 고통이 없을거란 해방감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나는 절벽을 날았고 1 미터쯤 절벽에서 멀어졌을때 나는 후회했고, 그리고 외쳤다.


" 나 돌아갈래."

그런데 나는 순간 깨었고, 설경구가 연기한 "박하사탕"의 유명한

 

그 대사가 왜 내 입에서 나왔으며, 내가 돌아가겠다는게 다시

 

그 절벽끝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세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려 했다.아까 절벽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이제 끝내렴." 다정한 친구에게 하는 투의 어감이었지만 ,

 

그는 나를 몰아가고 있었다.
 
순간 내가 이세상에서 증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추어지는데,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사람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는 사람은 모조리 다 보였다.

 

물론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 넌 못해"라며 여전히 내게 무엇도 할수 없는

 

녀석이라 말했다. 내가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으며,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줄줄이 내앞에 얼굴을 디밀며 지나가는

 

사람중에는  렌트비없다고 빌려간 내 돈 돌려 달라고 했을때 지급거절된

 

체크써준 여자도 있었고, 야채배달 일했을때 임금을 주지 않은 사람의

 

얼굴도 있었고, 나 싫다고 떠나간 같이 운동했던 녀석들도 보였다.

 

난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차가운 베레타 총구는

 

내가 내 스스로 이마에 가져다 댄 것이었다.

 

며칠전 너구리에게 총질을 하고 키득거리며 탄창집에서 Jam 되버린 탄피를

 

꺼낼때의 그 따뜻함이 느껴졌던 내 총이 지금은 차가운 상태로 내 이마에 느껴졌다.

 

신기했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겹치는 삶과 죽음의 놀이.

 

왜 내가 이 상황에 있는걸까? 난 아까 죽었던거 같은데..절벽에서 뛰어내렸는데..
 

 

나는 서서히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깨어 나고서야 느낀거지만 총을 머리에 대고 " 제발 이사람을 살리지 마세요.

 

눈이든 콩팥이건 다 떼어서 사랑받을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식해주세요.

 

그래야 남겨진 내 장기들이나마 사랑을 받을수 있을테니까요. 

 

그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수 있게 하고,

 

이식된 내 심장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뛰는 심장의 소리를 듣게 해주고 ,

 

이리저리 오줌 잘 싸는 콩팥이어서 이식받은 사람이 건강해지도록 해주세요."

 

뭐 그런 황당한 유서를 내가 읽으며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아득한 현실에서도 " 어서 끝내렴." 그러며 나를 다그치는 그 목소리는

 

악마임을 직감했다. 순간 터미네이터의 SIGN OFF 같은 장면인지,

 

버라이존 드로이드 스마트폰 선전인지도 모를 장면을 보며 난 깨었다.

 

정말 내가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 걸까?

 

그 노란 불빛이며, 이마를 때리는듯한 충격은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는 것이었을까?
 

 

 

 

꿈 속에서 두 번을 체험한 자살에 베게는 축축히 젖어있었다.
 
두려운게 아니라 아직도 살아있다는 현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 날은 내가 우울증 상담하러 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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