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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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나 새됐어.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백마의환자
작성일
2010-10-04 03:31
조회
2372
의자를 여러개 둥글게 원을 만들어 세워 놓고...둥글게 둥글게 돌다가 음악이 멈추면 의자를 찾아서 앉는 게임 기억하시나요?

1984년 여름  방학때 성당에서 산간학교---교회로 치면 수련회 같은거---가서 그 게임을 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나보다 1 살 많은 누나를 ---지금이야 같이 늙어가는 나이지만.ㅋㅋ...그때는 그 한살 차이가 왜그리 힘들던지---무쟈게 좋아했었습니다.---
 
한마디로 짝사랑이었죠. 이골이 나게 했고, 지금도 그런가 봅니다.짝도 못찾는 짝사랑.

그 누나(?)도 나를 좋아했던거는 사실이었지만( 나중에 이야기 하더라구요.그때는 남자로 보였다고.....헉..지금은 여자로 보이나?)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다 멈추었는데 그 누나랑 마주친겁니다.

같이 눈이 마주쳤던 순간이 1 초도 채 않되었겠지만 ....얼마나 내겐 긴 순간이었는지...

반짝 반짝 빛나는 눈이며, 귀여운 코, 쬐그만 입술을 멍때리고 보았죠.그런데 그 누나는 의자를 힐끗보고 의자에 앉아 버리더라구요.

혼자 제일 먼저 탈락되어 그 원안에 들어가  그 누나를 넋을 놓고 보았을겁니다. 바보같은 그 고등학교 1 학년 녀석은.

그 누나는 끝까지 남아서  마지막 의자 하나를 놓고 두사람이 도는데..

당시 연적이었던 어떤  형이랑 남아서 원을 돌며 있었던 거죠..질투 질투. 질투...

음악이 멈추자 그 형은 의자를 잡아 그 누나를 앉혔습니다. 쏟아지는 박수. 멋있는 매너.

그 형은 멋진 기사도 정신으로 인기가 올랐고, 제일 먼저 탈락된 나는 완전 새(?)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는 그녀에게 " 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를 좋아하는걸 알고 LP 사들고 갔습니다.--86년 이니까 당연히 LP였지요.--
 
그 연적 형이 주던 졸업선물도 똑같은 다섯 손가락의 새벽기차 였습니다.
 
그 누난 그 형의 것을 받았고, 그녀는 나에게 LP를 도로 돌려 주었습니다.마음은 받을께..그러며.
 
아직도 새벽기차 노래를 들으면  난 그냥 "새" 된 그 날이 기억 납니다.
 
1989년 첫 휴가나와 하얀색 공수휘장이 달린 수색모를 쓰고  그녀를 만났는데...남자친구를 데려 온겁니다.
 
촛점없는 눈동자로 탁자위에 올려진 내 모자를 보자니 공수휘장은 "새" 같아 보였습니다.

요즘도 저는 늘 새(?)가 되곤 합니다.
 
문제는 불새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새다 이 말씀입니다.
 
불새가 되어서 싸우는 형제중에는 독수리 오형제가 있는데..사실은 그 말 잘 못된겁니다.

아래 글은 발췌 글입니다.

독수리는 하나 뿐이죠. 나머지는 콘돌,백조,제비,부엉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독수리 오형제가 아닌 조류오형제 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그러고 보니 여자가 하나 끼어 있기에 형제 라고도 할수가 없습니다.
 
조류 오남매로 불러야 하지만,친남매 지간도 아니기에 의남매라고 해야죠. 조류  다섯 종류의 의남매.

그렇다고 이들이 사람이지 조류는 더더욱 아니기에 이렇게 불리워야 정확한 거죠.

"조류 코스프레 다섯 의남매"

 
독수리 오형제가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마당에 난 늘 새가 되는 이유가 뭘까?

나의 둥글지 못한 성격때문이다. 둥글게 둥글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데 나는 늘 모나게 산다.

내 주장이 너무 강하고, 끝까지 버티는 저항군 스타일의 성격이다.

그나마 팔각형이나 구각형 하다못해 칠각형이라면 언덕에서나마 구를수 라도 있는데..

삼각형도 아닌 그냥 선에 머무르는것 같다. 두 선이 만나 각을 이룬체 머물러 버린 나.
 
누군가 다가와 한 선이 되어주면 최소단위의 도형인 삼각형 이라도 만드는데.....

그어느 누구에게도 동그란 반지 하나 사주지 못한 바보여서..둥글게 못사는건지...
 
요즘들어 내 모난 성격 탓에 더더욱 사회로 부터 격리되어지고 도태되어 가는거 같다.
 
나 자신을 돌이켜볼 거울이 없고, 나를 측정할 잣대가 없어서 일까?
 
 
 
요즘엔 정말 나는 새가 되고 싶다. 훠헐헐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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