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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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쓸쓸하거든...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삿갓
작성일
2010-09-30 12:25
조회
2316

지붕을 가만 가만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을 설치는 새벽이 잦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이불 보다 먼저 가슴 켠이 서늘해지고

무슨 일을하다 가도 멍한 채로 창밖을 보고 있는 때가 많다.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한 계절

시월이 오는게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지붕과 빗물받이 홈통을 두드리는 빗소리의 차이를 느끼는 새벽이나

창밖을 향한 멍한 시선에 자주 잡히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중의 구절이다.

인간 삶의 근원적인 외로움에 대해 이토록 절절히 가슴을 울리는 글귀도

드물기 때문이리라.

 

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행성 감기처럼 시월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가을 타기 또는 가을 앓이, 원초적 외로움.

지난해 비교적 덤덤하게 넘어간 탓인지

올해는 일찍부터 조짐이 심상찮다.

이열 치열이라고

올해는 근거를 없는 외로움에 대해 생각을 모아본다.

 

원초적 또는 근거를 없는 외로움이라 표현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같이 구체적인 근거를 가진 외로움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느끼는,

그래서 더욱  황량한 외로움을 구별하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서 오는 외로움은

절절한 아픔을 느낄 망정 황량하지는 않다.

그런 외로움은 세월이라는 풍화작용을 거치면

쓸쓸한 낭만으로 채색되어지기 마련이다

 

원초적 외로움은 인간의 존재조건 같은 것이다.

이름은 잊었지만 아마 미국의 아폴로 탐사팀중 명이 했다는

캄캄한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눈물이 난다는 말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끝도없이 넓고 깊어 막막한 우주의 켠에 먼지보다 작은,

그러나 온갖 종류의 생명체들이 그들만의 삶을 꾸려가는 지구

이들 모든 생명의 기원은 흙과, 바람과, 이었음을,

따라서 인간의 영혼 또한 흙과, 바람과, 물로 돌아갈 밖에 없음을 깨닫는 순간  혼자된 인간은 엄습하는 황량한 외로움에 몸을 떤다.

 

그리하여 인간은 신을 찾고

쓰러진 빈병에 떨어지는 별빛, 잔의 술을 마시며

때로는 피어오르는 담배연기에

그림으로, 음악으로,

혹은 현란한 조명아래 온몸을 뒤틀며 외로움을 기댈 곳을 찾는다.

 

어떤 인간이,

막막하기만 우주마저 아우르는

절대적 창조주의 소명을 받고 태어난 생명이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나 박인환이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듣는 와중에도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보려 하였듯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바라 있어야한다.

 

인간의 존재이유에 창조주의 의지나 소명이 없다고 허망해 것이랴

그런 바램이야 말로 인간의 오만에 가까운 나르시즘 아니겠는가 싶다.

 

흙이며, 바람이며, 물이며 에서 비롯되었다하여 의미 없는 인생이랴

오히려 막막하도록 크고 깊은 우주에나  견줄만한 기적 아닌가 ?

엄청난 기적으로 탄생한 소중한 생명을 뉘라 의미없다 것인가

누군가의 소명 때문이 아니라 자체로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흙이며,바람이며, 물로 되돌아 간다하여 의미없는 인생이랴

언제고 지지않는 모란이었더면 영랑이 모란을 그토록 사랑하였을까 ?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인생이면 생명이 무어 소중 것인가

암세포가 정상세포와 다른점은 암세포는 새로운 세포가 나올즈음에도

죽지않는다는 것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인생이 쓸쓸하거든

사랑 일이다.

인간존재의 기적을 되물림하는 것이 사랑임에

원초적 외로움이 기댈 사랑 밖에 있으랴

 

사랑 일이다.

크나큰 기적의 산물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을 소중히 일이다.

전체 2

  • 2010-10-16 08:33

    아주 잘봤습니다.

    항상 공허속에서 그렇게 느끼며 아무도 모르게 혼자 추운마음에 공감을

    주셔서 나를 털어놓는것 갔습니다.

    마음이 울컥 마치 다안다고 하는것처럼 내마음을 털어놓는듯.

    달래 주는듯...!!!

     

    사랑하는이를 찾아봐야겠어요,ㅋ

     

    그쪽도...


    • 2010-10-22 12:30

      사랑 키우는 행복한 가을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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