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꿈은 이루어진다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1-04 10:48
조회
223

나의 첫 포틀랜드 (1화)

 

나는 해외여행과 거리가 먼 집안에서 자랐다. 가족 여행을 떠날 땐 항상 전국을 기준으로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다녔는데 그렇게 수많은 곳을 다니면서 마땅히 갈 곳이 없어지더라도 해외로 나갈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건 해외여행이라는 선택지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모님의 결정이 컸는데 그 문제에 대해 딱히 의문을 제기하지도 불평하지도 않았던 까닭은 두 분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들 최소 한 번쯤은 해외에 나가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시골이나 다름없는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지라 해외로 나가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기에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일이 이토록 흔한 일임을 알지 못했다. 그제야 나 자신이 그동안 갇힌 세상 속에서만 살아왔다는 사실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 인생에 해외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기회는 평생 없을 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비행기를 타는 것조차 그게 실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야?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렸을 때부터 외국의 '무언가'를 좋아했다. 해외 축구팀을 응원하고 해외 축구선수의 팬이었으며 해외 배우들의 필모를 쫓으며 영화나 드라마를 엄청나게 챙겨봤다. 그 때문에 학창 시절 친구들로부터 우스갯소리로 매국노라는 소리도 들어보고 나중에 결혼마저 외국인이랑 하고 말 거라는 이야기까지 듣곤 했다.

 

나는 영어를 배우는 게 좋았다. 영어는 본격적으로 학습을 시작했던 열세 살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기도 했다. 아마 영어를 좋아했기에 외국에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쏟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나는 대체 무엇 때문에 외국의 무엇인가에 이토록 관심을 갖는 것인지. 확실한 이유를 떠올리진 못했지만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 물다 보니 대충 이런 감이 잡혔다. 나는 누구보다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내게 생소한 것들에 유독 관심이 많고 그래서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일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게 사람이든 작품이든 혹은 음식이든 간에 내게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하나의 영감처럼 매력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랬던 내가 2019년에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꿈을 이루고 만다. 다른 곳도 아닌 미국에서 몇 달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의 목적지는 미국 서부 오리건 주에 있는 포틀랜드. 엄밀히 말하자면 대학교 학과 프로그램을 통해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그저 미국에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곳에서 지내면서 겪은 모든 일을 시간 순대로 적어 내려갈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꽤 흐른 탓에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데엔 무리가 따른다. 기억이란 게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에 의해서 자꾸만 변형되는 지라 최대한 확실한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행기보다는 자아성찰 기록에 좀 더 가까운 듯싶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단순히 꿈이 아닌 내가 직접 겪은 경험담이다.


 

이 에세이는 브런치 작가 김수연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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