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멸성제((滅聖諦) : 집(욕심)을 멸할 수 있는 성스러운 진리
부처님께서 해탈로 가는 세 번째의 길을 멸성제(滅聖諦)라 말씀하고 계신데 멸(滅)이라는 뜻은 소멸, 소실, 죽음, 사라짐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처님께서 해탈로 가는 세 번째의 길을 멸성제(滅聖諦)라고 말씀하신 것은 욕심의 근원인 집(集)을 소멸하지 않으면 해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출가수행(出家修行)을 하는 스님들이 평생 동안 수행정진을 해도 욕심을 제거하지 못하는데 아직 출가도 하지 않은 불자들이 어떻게 욕심을 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부처님은 욕심을 멸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불자들에게 멸성제를 가르쳐주신 것이다. 그런데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지금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은 첫째, 욕심을 멸하는 길이나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며 둘째는, 욕심을 버리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간 자체가 욕심으로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신앙생활이나 수행도 욕심을 버리기보다 오히려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은 전생부터 가지고 온 것이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버리는 기간도 무척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얼음이 어는 시간이 있고 녹는 시간이 있듯이 욕심을 쌓은 기간만큼 버리는 기간도 걸린다는 말이다.
부처님은 불자들에게 세속의 모든 욕심을 버리고 진실하고 청정한 마음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다. 부처님도 세상의 모든 욕심을 버리고 출가를 하셨기 때문에 해탈을 하게 되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불자들은 어떻게 하든지 출세를 하고 성공을 해서 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려는 욕심으로 신앙생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욕심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며 욕심에 비례하여 성공도 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욕심은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정말 욕심이 없다거나 가지고 있는 욕심을 버린다면 그 사람은 이 세상의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취급을 당하게 된다. 사람들이 욕심을 포기한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앙생활도 욕심이 있는 사람 혹은 욕심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 사람들이 내생에 더 깊은 지옥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불자들에게 가르쳐 주시는 참 뜻은 세상에 대한 집착심(執着心) 즉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자들은 정반대로 어떻게 하든지 부처님으로부터 복을 많이 받아 이 세상의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마음껏 누리려 하고 있다. 이렇게 불자들의 욕심은 신앙생활을 통해서 더욱 더 가중될 뿐이다. 이 때문에 해탈의 길은 오히려 멀어져 간 것이며 불자들에게 해탈의 소망은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인 것이다.
그러면 불자들이 욕심에서 벗어나 해탈할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이미 육바라밀과 사성제를 통하여 욕심에서 벗어나는 길을 분명하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자들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욕심에 종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진리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즉, 부처님의 뜻을 모르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오온(五蘊)이 개공(皆空)한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중생들이 인생은 무상하며 아침에 잠간 보이다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고 말은 잘 하면서도 인생의 무상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만일 인간의 존재가 무상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깨닫는다면 자신 안에 있는 집(集)을 멸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집, 즉 욕심의 근본실체가 바로 오온(五蘊)인 자신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오온의 집착이 바로 고(苦)이며 오온의 집착을 벗는 것이 바로 해탈(解脫)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즉 모든 욕심과 집착심은 자신의 존재인 오온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만일 무상한 존재인 자신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어 무아의 상태가 된다면 집착은 발생할 수도 없고 욕심 역시 존재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열반(涅槃)이란 탐욕(貪慾)을 완전히 끊어 버림이요 탐욕으로부터의 분리(分離)를 말한다. 이렇듯 마음속에 있는 모든 탐욕의 불이 꺼지고 마음이 맑고 평온한 상태가 되면 그것을 바로 열반(涅槃)이라 한다. 결국 탐욕의 발생은 자신의 존재인 오온(五蘊)에서 발생이 되는데 오온의 실체는 바로 자신이다. 그러므로 욕심을 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버린다는 말이며 곧 자신의 의지를 모두 포기한다는 말이다. 부처님께서 자아를 버리고 무아가 되라고 하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아(自我)를 버리고 무아(無我)가 되어야 해탈(解脫)이 되어 진아(眞我)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아는 곧 해탈된 부처님의 생명을 말한다. 그런데 불자들이 자기의 존재이며 생명인 자아를 버리거나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자아를 버리고 욕심과 탐심을 소멸(燒滅)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그 길이 바로 사성제의 마지막 길인 도성제(道聖諦)다. 이렇게 중생들이 자아를 버리고 무아가 되는 길은 오직 부처님의 말씀 즉, 도(道)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