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게시판

법륜 스님의 하루: 2014.8.29 세계 100회 강연(4) 피렌체

작성자
이탈리아
작성일
2014-09-07 14:45
조회
339

법륜 스님의
하루
2014.8.29 세계 100회 강연(4) 피렌체


“혼자서 이곳 이탈리아에 유학을 와서 이탈리아 친구와 일본 친구와 함께 집을 같이 쓰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친구는 굉장히 캐릭터가 강합니다. 모든 걸 자기 위주로 생각합니다. 언어가 딸리니까 참고 넘어가는 것이 많은데, 울컥울컥 할 때가 있어 괴롭습니다.” 

 

“사물에는 두 가지 성질이 있어요. 첫째,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둘째, 다른 면이 있습니다. 즉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고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콩을 100개 정도 한움큼 쥐었어요. 이 100개의 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기와 빛깔, 모양이 조금씩 다 달라요. 얼른 보면 다 같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 다릅니다. 그런데 그 콩을 팥과 비교하면 어때요? 콩 사이에 서로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고 팥과 비교했을 때는 모두 같은 콩이라고 말합니다. 크기와 모양, 빛깔이 다른 데도 같은 콩이라고 말하죠. 콩끼리 비교할 때는 서로 다른 콩이라고 말하지만, 팥과 비교할 때는 같은 콩이라고 말합니다. 또 콩과 팥은 서로 다르지만 채소와 비교할 때는 같은 곡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콩과 팥, 채소를 돌멩이와 비교할 때는 어때요? 같은 식품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콩이라고 말하는 속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콩이에요. 사물에는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동시에 두 가지 성질이 함께 있어요. 다르다 해도 같은 점이 있고, 같다 해도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존재의 본질적 측면에서는 같은 점도 없고 다른 점도 없습니다. 즉,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닙니다(不一不二). 같다, 다르다 하는 것은 우리가 인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같다고 인식할 때도 있고 다르다고 인식할 때도 있습니다. 인식을 떠나버리면 존재는 다만 존재일 뿐입니다. 그것은 다만 그것일 뿐이다, 이것이 진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에서 사물을 인식할 때에는 같다고 인식할 때도 있고 다르다고 인식할 때도 있습니다. 같다, 다르다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인식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동시에 상대적입니다. 즉,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존재 그 자체는 다만 그 존재일 뿐인데 그 사물을 인식을 할 때 같다고 인식할 때고 있고 다르다고 인식할 때도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취미도 같고, 이상도 같고, 종교도 같고, 이렇게 같은 것이 4,5가지 발견이 되면 굉장히 기뻐지고 친해집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서로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나보니까 같은 점이 발견되면 호의적 반응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연애를 하거나 결혼해서 살 때는 너와 나는 같은 점이 많다는 점이 전제가 되어 버립니다. 처음에는 같은 점이 발견되니까 친해졌지만, 애인이 되거나 결혼을 하면 계속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청소를 할 때도 계속 다른 점이 발견되니까 싫어지는 마음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것은 그 이탈리아 친구와 살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선생님들의 고민도 자기 반의 한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서 저 아이만 없으면 살만하다 생각하지만 그 아이가 없어지면 해결될까요? 아니에요. 결혼해서 살면서 남편 때문에 힘들다고 할 때도 이혼을 하면 해결 될까요? 아니에요. 더 큰 문제가 자식을 키우면서 일어납니다. 

이태리 친구와 룸메이트를 하고 살 때는 당연히 한국 사람과 이태리 사람이니까 서로 다르죠. 그 다른 것을 ‘저렇구나’ 하고 바라보세요. ‘저 친구는 수건을 저렇게 침대에 던져두는구나’ 하고 바라보세요. 그것은 그 사람의 습관입니다. 그것은 쉽게 안 고쳐집니다. 특히 어릴 때 형성된 것은 거의 못 고칩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 이렇게 봐야 합니다. 그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고 그 자체는 그 사람의 삶입니다. 양은 양대로, 소는 소대로, 돼지는 돼지대로 각자의 자기 삶을 사는 겁니다. 나를 기준으로 하니까 옳다 그르다 하는 인식이 생기는 겁니다. ‘그렇구나’ 하고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그런데 이게 항상 잘 안되죠. 인간은 항상 자기 기준으로 바라보니까요. 그런데 이 이탈리아 친구를 통해서 그런 나를 극복해 버리면 앞으로 회사에 취직하는데 있어서도 굉장히 자기 단련이 됩니다. 결혼을 해도 잘 살 수 있게 됩니다. 남편이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이 친구보다는 덜할 테니까요. 

이탈리아 친구와 살면서 그것을 나의 수행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참으면 안 됩니다. 참으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갈등이 생기고, 이것이 습관이 되면 나중에 결혼을 해도 옛날의 상처가 덧나서 남편과의 관계도 힘들어집니다. 억지로 참았던 습관은 나중에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에 모두 장애가 됩니다. 참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움켜쥐고 있다는 겁니다. 존재의 본질적 측면에서는 용서해줄 것도 없습니다. 서로 다를 뿐이기 때문에. ‘내가 내 기준을 굉장히 고집하는구나’, ‘나를 움켜쥐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됩니다. 

모든 걸 다 극복해야 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너무 안 맞으면 같이 안 살면 됩니다. 결혼을 해도 서로 안 맞으면 이혼을 하는데, 룸메이트가 서로 안 맞아서 헤어지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요? 결혼도 다 맞아야 사는 게 아닙니다. 안 맞아도 같이 사는 이유는 헤어질 때 오게 되는 과보가 크기 때문에 안 맞아도 같이 사는 겁니다.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하려고 하고 싫은 것은 다 안하려고 하는데, 현실의 삶은 좋다고 다 할 수도 없고, 싫다고 다 안할 수도 없습니다. 좋고 싫고 하는 그 자체가 자기 삶의 습관에서 오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친구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낄 겁니다. 내가 시비를 하는 거죠. 그래서 저 친구한테 맞추는 게 어렵겠다 싶으면 같이 안 살면 되고, 그렇게 되면 방값을 내가 더 많이 부담해야 되겠죠. 이런 이해 관계가 걸린 겁니다. 이해 관계가 걸렸으면 싫어도 참으면 안 됩니다. 참으면 상처가 됩니다. 그래서 참지 말고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저렇구나’ 하면서 좋다 나쁘다로 보지 말고 인정하고 이해하고 살던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업이 그와 부딪히는 걸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내가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더 벌더라도 생활 문제는 혼자 살아야겠다 이렇게 바꾸던지, 그것은 내 선택입니다. 

이탈리아 친구를 시비할 때는 참거나 욕하거나 하는 것 빼고는 해결책이 없었데, 이것을 내 문제로 보면 그냥 살아도 되고, 수입을 조금 더 늘여서 환경을 바꿔도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의 문제이지 이태리 친구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태리 사람 중에서도 이 아이는 특별하다” 이렇게 가져다 붙이지 마세요. 이태리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늘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여기는 그렇구나’ 하면서 여기에 맞추면 됩니다. 엄격하게는 서로 다를 뿐이에요. 이것을 예수님은 뭐라 그랬습니까? 남의 눈에 티끌은 보고 자기 눈에 대들보는 못 본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수행으로 삼아 보세요 그 사람과 같이 살면서도 웃을 수 있다면 질문자의 포용력도 넓어지고 더욱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간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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