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게시판

다시 생각해보는 종교다원주의

작성자
Grace
작성일
2008-02-10 00:28
조회
1969
다시 생각해보는 종교다원주의 (펌)



[연합뉴스   2007-09-03 10:59:34]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을 악몽에 떨게 했던 아프간 인질사건이 피랍자들의 생환으로 막을 내렸다. 안타깝게도 두 명의 희생자를 냈으나 21명이 무사히 풀려난 것은 그나마 불행중다행이라고 하겠다.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그 여파와 교훈은 크다. 특히 개신교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벌여온 해외선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음에 주목한다. 한국 개신교는 1970-80년대의 대부흥기를 거쳐 근래 들어선 이 같은 성취를 발판삼아 해외선교에 주력해왔다.



모두 1만6천 명의 선교사를 파송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선교대국이 된 우리 개신교이지만 기독교우월주의에 입각한 일방적 선교방법은 그동안 추구해온 양적 팽창주의와 맞물리면서 많은 갈등과 부작용을 낳아온 게 사실이다. 이번 피랍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개신교계 내에서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됐으면서도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인 종교다원주의에 다시 주목하고자 한다. 다원주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과거보다 다소 높아진 건 사실이나 교회 주류는 여전히 다원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근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교회가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신학적 도약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종교다원주의는 쉽게 말해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으며, 구원은 교회 밖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100여 년 전에 들어온 미국 근본주의 신앙에 뿌리를 둔 한국 개신교의 다수는 '진리와 구원은 기독교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믿음을 철석같이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물론, 이번에 목격했다시피 해외에서도 자칫 시비와 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도 지난달 31일 "한국 선교단의 활동은 100여 년 전의 미국을 모방한 19세기식 모델에 입각해 있다"며 "이번 사건이 한국 개신교의 섣부른 해외봉사활동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일신 사상에 기초한 기독교는 천주교(가톨릭)가 됐든, 개신교가 됐든 본래부터 다원주의를 배척했다. 주목할 것은 같은 연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천주교회가 다원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참고하자는 점이다.



중세시대에 종교재판, 마녀사냥 등으로 유명했던 천주교회는 1960년대 초반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열어 기독교 근본주의 시대를 마감했다. 이른바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을 통해서였다. 이 공의회를 계기로 천주교는 근본주의와 다원주의의 절충인 포괄주의를 채택했다. 타 종교에도 진리와 구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종교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그러나 중세 천주교를 비판하고 탄생한 개신교는 다원주의 수용에 무척 더딘 발걸음을 보여왔다. 특히 제국주의 시대에 횡행한 정복적이고 배타적인 미국 근본주의에 바탕을 둔 한국 개신교회는 다원주의를 철저히 금기시하며 양적 팽창에 주력해온 게 사실이다.



물론 나라 밖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같은 국제단체들이 종교대화국을 두며 다원주의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신학적 발전을 꾀해나갔으나 한국 개신교는 이 부분에서 경직된 자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타 종교의 이해와 대화를 가로막는 한편, 일반인들에게도 일방주의적 독선으로 비치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진보 신학자와 목회자를 중심으로 다원주의가 꾸준히 논의돼왔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음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신대 설립자로 국내 개신교에 참여신학의 초석을 놓은 김재준 목사의 경우 1965년 논문을 통해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한 바 있다.



진보-보수 진영 사이의 다원주의 논쟁은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1990년대 초반에 출교 처분된 감신대 변선환 학장과 홍정수 교수 사건을 계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당시 변 교수가 "기독교 밖에 구원이 없다는 교리는 신학적 천동설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리스도 중심의 포괄주의를 외치자, 보수진영은 '사탄의 도구'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종교다원주의는 개신교계 내에서 여전히 정면으로 다루기 힘들 만큼 민감한 문제다. 그럼에도 지금은 다양한 가치와 신념이 공존하는 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신대 명예교수인 김경재 목사가 갈파했듯이 "내 집 안에서 솟아나는 샘물만 진짜 샘물이고, 옆집 마당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독약이다"는 관점으로는 이 시대를 원만하게 호흡하기 힘들다. 이는 개신교계 자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번 피랍을 계기로 개신교계가 다원주의를 어떻게 수용해나갈지 궁금하다. 일부 보수진영이 피랍사건에 구애받지 않고 기존 선교방식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서도 이번 비극이 던진 교훈을 명심해 새롭게 태어나자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해외선교 등 외면적 현상은 종교다원주의라는 맥락에 뿌리가 닿아 있어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탐색은 한국 개신교계가 영적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되리라고 본다.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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