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

복덕방과 고리대금업자

작성자
김시우
작성일
2008-02-03 13:09
조회
2233
며칠 전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셀폰이 울렸다. 내 칼럼을 보고 전화를 했다는 선배의 이름이 LCD에 선명히 들어왔다.



역시 부동산 업에 종사하는 선배는 일부 사람들이 한국의 공인 중개사 제도 이전의 복덕방과 미국의 부동산 에이젼트를 동일시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심지어 커미션이라는 것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몇 개월에 걸쳐 들어가는 전문적인 노동과 비용의 대가인데도 일부 사람이 Tip 정도로 생각한다면서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분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 선배의 말이었다. 실력보다는 커미션의 일부를 제공하는 것으로 클라이언트를 유인하거나,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실전에 뛰어들다 보니 그런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나도 은근하게 커미션의 일부를 요구하는 바이어를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에게 수익성이좋은 부동산을 사드렸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 훗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판매할 때 또 다시 나를 찾아준다면, 그 때는 두 번 찾아주신 것이니 당연히 커미션을 조정하겠다고 하여, 자존심을 지키고 평생 사업 파트너로서의 관계도 돈독히 하였다.



신병이 4주 훈련을 받고 자대 배치 받으면 장교, 하사관, 고참 선임병으로부터 얼차례를 받아가며 고된 실무 부대 경험을 하고, 6개월이 지나 일병 계급장을 달 때 쯤이면  그 때 비로소 조금 군대 돌아가는 것을 안다. 그런데 부동산 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일선에 뛰어드는 것은 4주 신병교육을 받은 신병이 바로 전투에 투입되는 꼴이니 살아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경험과 실력이 없이 의욕만 앞서 매매를 중개하는 부동산 에이젼트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정보지에 광고비만 쏟아 붓다가 제풀에 지쳐, 성실하고 능력있는 에이젼트들 마저 욕을 먹게 만들고 업계에서사라진다. 사실 면허 취득 후 일년에 2% 만이 살아남고, 해를 거듭하면서 그 2%에서 다시 2%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디 부동산 에이젼트만 그러하겠는가, 변호사, 회계사, 융자 등 소위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에게도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며칠전 케이스에 맞는 가장 적합한 사업체 형식에 대해 이견이 있어 변호사, 회계사 몇 분과 통화를 했지만 해당 분야에 가장 정확한 지식을 갖추어야 할 분들이 일관성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어떤 분은 한 참 설명을 하다가 ‘그런 거 같다’ 라는 끝맺음으로 나를 허탈하게 했다.  



한 편  사전융자 승인을 받기 위해 10여 곳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는 곳은 오직 3 곳이었고 메시지를 남긴 나머지 7군데 에서 단 2 곳에서만 리턴 콜이 들어왔다. 그나마 한 사람은 ‘잘 모르니 알아보고 전화해주겠다’고 했지만, 일주일의 바쁜 일정을 잠시 접어두고  집에서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시간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광고도 많이 내고 참한 인상의 융자 에이젼트 K씨는 첫마디가 대뜸 “복덕방 이예요?” 였다. 선배의 말에 동감을 하고 있던 차에 그런 말을 들으니 몹시 불쾌했다. 역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그녀와의 통화는 오래 가지 않았으나 그녀의 태도에 비해 내가 너무 정중한 것에 대해 스스로 화가 날 지경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고리대금업자라고 호칭했으면 그녀의 기분이 어떠했을까.



이렇게 상대방 직업을 존중해 주지 않는 사람들, 클라이언트에게 리턴 콜도 없이 영업의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는 사람들, 공부하지 않아 흔들리는 지식으로 클라이언트의 재산 증식을 도와주지 못할 망정 훼방하는 사람들, 이들이 어찌 스스로 전문가라 일컬으며 대중의 곁에 다가설 수 있겠는가.



나도 수 없이  경험하는 것이지만 클라이언트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부동산 에이젼트의 본연의 직무는 매물에 대한 수익 분석과 사업성을 검토하여 정확한 정보를 매매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이지만 그 이상을 지식을 요구 받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세일즈 맨이 자동차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사람이 아니듯이 전문가들이 모든 방면의 완벽한 지식을 갖출 수는 없다. 그러나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자동차를 뜯어보지 못해도 즉시 생산라인에 뛰어가 기술자에게 물어보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수준의 답변을 찾아내는 열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래전 모텔을 3개나 운영하는 K 씨에게  모텔과 관련하여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적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메니져 운영방식의 모텔의 경우, 투숙객이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지불한 것을 제대로 입금시킬 수 있는 묘안이 있냐는 것이었다. 모텔 경영을 해보지 않았으면 주인이 지키고 서있던지 매일 녹화 장면을 검색하는 방법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할 사안이었다. 나는 삼고초려 끝에 다시 그를 만나서 상술한 것 이외에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모텔 경영 30년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렇게 중개업자에게 완벽한 지식을 요구하는 사람도 지나친 면이 있지만 그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거나 자극을 받지 않아 공부를 하지 않은 부동산 에이젼트들이 너무나 많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에이젼트가 세탁소를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 한 아주머니를 앞에 두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았다. 17 여년을 세탁업에 종사하신 아주머니가 기계의 종류 및 사용 기름 등에 대해 물어보는데 그로서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보니 얼마 전 나의 부끄러운 경험이 떠올랐다. 나는 2년 여전 구입 자금이 부족한 선배의 개스 스테이션에 파트너 형식으로 투자한 일이 있었으나,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수익에서 투자한 비율만큼 배당 받았기에 실무 경험이 부족했다.



그 때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하지 못한 부분이 노출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개스 스테이션을 구입을 희망하는 바이어의 환경 관련 질문에 즉각 답변을 못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를 접촉했지만 그 역시 아는 바가 없어 오히려 바이어에게 물어보아야 했다. 그런데 바이어가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은 개스 스테이션 구입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었다.



나는 이 지역에서 가장 권위있는 그 환경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실망하였고 바이어도 나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슴은 자명하다. 이 것을 계기로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채찍질하였고 오늘도 복덕방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충혈된 눈을 혹사시키며 자료를 넘기고 또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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