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

감정 싸움

작성자
김시우
작성일
2007-11-22 17:35
조회
1642
십 수년전 내가 P시에 상업및 근린생활시설을 시행하면서 분양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와 계약을 하였을 때 일이다. 나는 분양업체의 실적이 저조하여 계약을 해지하고 전 직원을 영업에 투입하였다. 그러던 중  한 고객이 1개 층을 모두 매입하겠다며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흥분을 감추고 친절하고 자세하게 상담에 응한 결과 그는 분양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다. 그런데 양복 안 쪽 주머니를 더듬거리던 그가 집에 두고 온 수표책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저녁까지 거르고 밤 9시까지 기다렸지만 그 거물 계약자는 나에게 허탈감만 남겨주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근간에 서브 프라임 융자부담이 증가되어 부동산을 팔지 못해 안절 부절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설상가상 많은 사람들이 매매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매수인의 심경변화 등으로로 몇 개월에 걸친 거래가 무산되어 예전의 나와 같이 허탈해 하는 것을 보았다.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셀러와 바이어를 막론하고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편협하고 자기 중심적인 관점에 따른 사고방식이다.



셀러의 부동산은 셀러의 취향과 용도에 맞게 설계되고 변형되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셀러가 자신의 부동산을 바이어의 취향에 억지 끼워 맞춰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부동산도 소유하고 가꾸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기에 주관적인 감정이 객관적인 가치를 왜곡하는 것이다.



셀러가 부동산에 들인 정성과 구석 구석에 잠겨있는 추억을 가치로 환산할 수는 없는 것인데, 셀러는 그러한 감정적인 요소를 포함하여 가격를 결정하지만  바이어는 셀러의 부동산을 시각적으로만 접할 뿐이다. 그래서 바이어의 평가절하 발언에 셀러는 기분이 상하여 처음부터 흥정을 하는데 있어 심리적 장애와 거리감를 안고 들어간다.



셀러가 휴일 약속을 다 미루고 바이어에 맞춰 쇼잉 스케쥴을 잡았는데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바이어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전화도 없이 한 시간 늦게 나타난 예의 없는 바이어는 어느 집이나 있을 자그마한 문제점을  트집잡아 가격을 깍으려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나빠 참고있던 셀러의 얼굴에는 노기가 드러나고 이를 알아차린 바이어는 슬쩍 시계를 보고 다른 약속이 있어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자리를 뜬다. 셀러도 바이어도 감정 조절을 못해 딜이 깨지는 순간이다.



모든 매매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도 마지막 단계에 딜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아주 사소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셀러 또는 바이어가 마지막 순간에 내젓는 손사레는 그 동안의 공들인 시간과 비용을 잃어버리고 거래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신호이다.



이쯤 되면 부동산 거래는 그 가치와 용도가 아니고, 셀러와 바이어의 감정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영업사원만이 판매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셀러와 바이어 모두 세일즈 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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