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

부동산 중개사

작성자
cjk
작성일
2008-07-10 14:58
조회
2836


[img1]



십오륙년 쯤 전 한국의 처가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입니다.



미국으로 딸을 데려가 고생만 시키다가 오랜만에 찾아온 사위와 한집에서 며칠을 지나는 동안 하루는 돌아가신 장인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자네는 그동안 하던 일을 접고 왜 부동산 일을 시작하였는가?”  



장인어른의 말투에서 제가 느낀 것은 사위란 사람이 사람들이 존경하기는 커녕 별로 달갑게 여기지않는 부동산 일을 한다고하는 것에 마음이 쓰였던 것 같았습니다.  이왕이면 미국에 있는 사위가 번듯하게 보람있는 일을 하면 좋으련만 매일같이 보고 듣는 매스컴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서 한국의 부동산 중개사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않은 시기에 미국에 사는 사위도 부동산 중개사란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겠지요.



한 열흘 전에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기획 부동산을 취재하여 방송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기획 부동산의 운영방식이나 손님들을 대하는 방식은 한마디로 불법 그 자체였습니다.  부동산 면허와 상관없이 친지와 이웃들을 동원할 수 있는 가정주부들을 채용하여 여기저기 전화하고 부추겨서 어떤 확실한 개발정보가 있으니 시골의 땅을 구입하라는 식으로 사람들을 꾀어서는 관심을 보인 사람들에게 회사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는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서까지 계약을 맺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부동산법이 바뀌고 얼마쯤 선진화 되었을텐데도 아직까지 그런 비상식적이고 이곳 부동산 법으로 보면 명확한 불법이 판을 친다면, 장인어른께서 제게 왜 부동산 일을 하는가고 물었을 시점의 한국에서의 부동산 중개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나빴을지 짐작할 수 있고, 따라서 젊은 날에 한국을 떠나왔지만 매스컴을 통하여 한국사정을 늘 접하였던 저는 그런 질문을 제게 하신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장인어른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드렸습니다.  



“어떤 사람이 제가 사는 도시에 이사를 오게 되어 연락이 왔습니다.  집을 구입해야하는 그 사람에게 제가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집 가운데 가장 그 사람에게 알맞은 집들을 찾아내어 보여드렸습니다.  그 사람이 한두번에 결정하지 못한다면 마음에 드는 집을 찾게 될 때까지 몇달이고 그 사람 대신 꾸준히 집을 찾아내고 보여주다가, 고객이 마음에 들어할 경우 고객에게 가장 좋은 가격과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어렵고 어려운 계약을 맺게 하여 그 집을 구입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부탁한 그 고객은 제게 단 한푼도 수고비를 지급 할 필요가 없다면 저는 그 고객에게 어떤 사람이며 제가 하는 일은 얼마나 사람들에게 좋은 일입니까? “

  

제 말씀을 들으신 장인께서는

“그래, 그렇다면 자네가 하는 일은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니 아주 좋은 일이 분명하네.  세상에 그만큼 남에게 이익을 주는 직업도 없겠구먼.  그런데 자네는 집을 사는 사람에게 돈을 안받는다니 그럼 어떻게 먹고사는가?”



그래서 저는 이곳 미국의 부동산 리스팅에 대한 말씀을 해드렸습니다.  집을 내어놓을 때 내어놓는 회사에다 셀러가 소정의 컴미션을 지불하기로 서류로 서명하여 약속하게 되며, 그 집은 그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에서 매물정보를 공유하게 되며 제가 그 집을 팔게 되었을 경우 우리 회사로 정해진 컴미션이 들어오게 되니 바이어는 따로 컴미션을 지급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이해시켜드렸습니다.





이건 여담입니다만 그날 장인어른과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제게 미국에서 십여년 동안 운영하던 농장을 왜 그만두고 부동산을 하게 되었는가고 묻기도 하셨는데, 저도 장인어른께 조상대대로 지어오던 벼농사를 왜 그만두시고 참외 비닐하우스를 하셨는가하고 질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답해드렸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거기 적응하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옛날엔 조상들의 직업을 그대로 이어서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워낙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국가의 정책들도 변하기 때문에 자기가 하던 한가지 일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조차 없습니다.  장인께서 벼농사를 계속하셨으면 아마 큰 빚을 질 수도 있었겠지만 참외농사로 바꾸신 덕분에 수익을 올리게 된 것처럼 저 또한 제가 피땀흘려 생산하던 품질좋은 농작물이 외국에서 품질은 그만 못하지만 대량으로 싼값으로 쏟아져 들어왔기에 거기에 경쟁하여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어떤 식당이나 가게가 몇 십 년째 대를 이어가며 운영한다하여 자랑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오랫동안 어떤 사업이 버틸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가지 못한다면 망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는 이웃에게 이로움을 주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고,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평생을 살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변화의 물결에 시련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56

숏세일 매물과 시애틀 부동산 마켓변화 1

cjk | 2009.08.14 | 추천 8 | 조회 2068
cjk 2009.08.14 8 2068
55

Owner Financing (셀러의 직접융자)이 돌아왔다!

cjk | 2008.12.10 | 추천 34 | 조회 2388
cjk 2008.12.10 34 2388
54

남으로 창을 내겠소

cjk | 2008.11.16 | 추천 40 | 조회 2987
cjk 2008.11.16 40 2987
53

주택구입시 고려사항 2. 로케이션 (Location)

cjk | 2008.11.04 | 추천 45 | 조회 2773
cjk 2008.11.04 45 2773
52

주택 구입시 고려할 사항 1. 구입가격과 지역

cjk | 2008.10.29 | 추천 38 | 조회 2534
cjk 2008.10.29 38 2534
51

비즈니스/컴머셜 부동산과 CBA에 관하여

cjk | 2008.09.04 | 추천 48 | 조회 2063
cjk 2008.09.04 48 2063
50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 (MLS)

cjk | 2008.07.17 | 추천 45 | 조회 2111
cjk 2008.07.17 45 2111
49

부동산 중개사

cjk | 2008.07.10 | 추천 50 | 조회 2836
cjk 2008.07.10 50 2836
48

주택구입의 경제론

cjk | 2008.06.27 | 추천 47 | 조회 2162
cjk 2008.06.27 47 2162
47

집을 렌트할 것인가 사야할 것인가 (2)

cjk | 2008.06.14 | 추천 47 | 조회 2745
cjk 2008.06.14 47 2745
46

집을 렌트할 것인가 사야할 것인가 (1)

cjk | 2008.06.08 | 추천 46 | 조회 2815
cjk 2008.06.08 46 2815
45

나의 첫 번째 집 2

cjk | 2008.06.01 | 추천 26 | 조회 2022
cjk 2008.06.01 26 2022
44

나의 첫번째 집 1

cjk | 2008.05.25 | 추천 29 | 조회 2247
cjk 2008.05.25 29 2247
43

부동산 칼럼을 시작하며

cjk | 2008.05.20 | 추천 28 | 조회 1796
cjk 2008.05.20 28 1796
42

칼럼을 마치면서

김시우 | 2008.04.13 | 추천 37 | 조회 1911
김시우 2008.04.13 37 1911
41

부동산 사기 대처 요령

김시우 | 2008.03.26 | 추천 46 | 조회 2472
김시우 2008.03.26 46 2472
40

저도 부동산 할래요!!!

김시우 | 2008.03.17 | 추천 25 | 조회 2213
김시우 2008.03.17 25 2213
39

잘 빌려야 산다.

김시우 | 2008.03.05 | 추천 39 | 조회 2042
김시우 2008.03.05 39 2042
38

돈버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면...

김시우 | 2008.03.04 | 추천 37 | 조회 1893
김시우 2008.03.04 37 1893
37

처음 시작하는 그대에게

김시우 | 2008.02.25 | 추천 42 | 조회 1788
김시우 2008.02.25 42 1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