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

저도 부동산 할래요!!!

작성자
김시우
작성일
2008-03-17 03:22
조회
2213
요즘 간혹 부동산업에 진출하려는 분들이 조언을 바란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시기에 이런 현상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3년 여전 부모님이 15년 전에  개업한 조그만 그로서리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30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분을 우연히 만난적이 있습니다. 생필품 보다는 포르노 DVD및 잡지, 마약도구, 스위치 나이프 등 잡화 등이 영업 마진이 좋아 관계기관의 눈치를 보면서 판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첫 아이가 태어났고 문득 자신의 부모님이 그러한 불법기구들을 팔면서 자신을 양육한 것에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새로 태어난 아들에게 자랑스런 아버지가 아니라는 비참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가게를 팔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흑인및 히스페닉이 주요 고객인  동네 조그만 가게가 팔리면 마련될 자금으로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하고 있어 고민중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가게의 재산가치와 그의 경력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어 난감해하자 그는 저에게  부동산 개발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실력과 경험이 미천하고 직원을 고용할 만큼 넉넉하지도 않다고 하면서 웃어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인사치례 정도로 말을 꺼낸 줄 알았던 그가 현재 “부동산학교에 다닌다”고 하며 “저도 부동산 할래요” 라고 했습니다.



자세히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가 마음에 드는 다른 비지네스를 할 만한 자금여력과 전문지식이 없어 새로운 직장을 찾아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스스로 느끼고 부동산 중개업을 마지막 비상구로 택한 것 처럼 보여졌습니다.



주위에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분들중에는 이미 각종 비지네스와 부동산 개발 등으로 성공하여 이미 안정된 수입을 기반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됩니다. 반면 사회 초년생들이 아닌 기성 세대중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이유가 있어 자리를 잡지 못한 분들이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개스 스테이션 셑업을 몇 차례하면서 제법 재산을 모았고 여러 곳에 임대용 건물도 가지고 있는 분과, 잘 나가던 사업을 유지하지 못해 실패하고 초기 자본금이 들지 않는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드신 다른 분을 만났습니다.



두 분 모두 면허를 획득하자 마자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주야로 입술이 부르트도록 일을 합니다.  그러나  두 분은 과거 직업의 성공과 실패에 무관하게  아무런 성과없이 몇 개월을 그냥 보내고 말았습니다.



불경기라서 매매가 뜸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스몰 비지네스가 주종을 차지하는 한인 비지네스 매매는 좁은 실내 공간의 환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모양새로 지속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1-2년전에 처음 식당을 운영했던 지인도 매상을 올리고 새로운 물건을 찾아다닙니다.



경기가 좋을 때나 지금이나  취급하는 분야가 협소하다보니 거시경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내놓는 경기전망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느끼는 경기침체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전술한  신입 에이젼트 두 분들이 비지네스 경험이 없어서 사회경험이 없어서 또는 경기가 침체하여 매매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직업군에는 그 분야에서 특별히 필요로 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개발을 미처 하지 못한 채 거꾸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부동산 개발이나 중개업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능력, 예를 들자면 언어 사용 능력, 관련기관을 찾아가 담판을 짓는 추진력, 사람의 인성을 파악하는 심리적 투시력, 체계적인 사무능력, 인간관계 친화력, 경제의 흐름의 간파하는 통찰력,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고 발전하는 정보 시스템에 대한 적응력 등은 그 분들의 기존에 운영하던 비지네스와 직업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한인만을 상대로 하는 부동산 중개업은 전망이 없다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체육관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은 자신을  소방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5년전 까지만 해도 그런데로 수입이 괜찮은 부동산 에이젼트였는데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수입이 줄어 커가는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활비가 빠듯해져 안정적인 수입의 직업으로 바꿨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미국 주류사회를 상대로 하는 에이젼트들도 쉽지 않은 부동산업에 마치  밥그릇 하나에 수십명이 달려드는 한인사회에 국한된 에이젼트들의 앞에는 험난한 길만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하고 부동산업을 피상적으로 보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천만한 사고방식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만족스럽지 못한 직업과 수입마저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은 개업자금이 없어서 또는 나이먹어 마땅히 고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어서 틈틈히 시간나는대로 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하루 12시간을 집중해서 일을 해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부동산 관련업입니다.



가끔 다른 부동산 회사의 전화를 받습니다. 바이어가 요구하는 매물을 찾지 못해 매물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주로 젊은 에이젼트들에게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아주 좋은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성 세대 에이젼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물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오픈 리스팅의 경우는 제각기 자신들의 리스팅으로 포장되어 광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찾아온 분들 중에는 헛걸음을 했다고 불평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지난 주에는 한 모녀가 찾아와서 모텔 구매와 관련해 상담을 하고 갔습니다. 제가 나이가 지긋하신 부친과 얘기를 하는 동안 딸은 책상밑으로 조그만 수첩을 내려놓고 뭔가 열심히 적는 것이었습니다. 즉 여기 저기 부동산 회사를 찾아 다니면서 부친과의 대화속에서 나오는 매물정보를 적는 것입니다.



모텔의 경우 소재한 시 정도만 알아도 어느 모텔이 매물로 나왔는지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 20대로 보이는 그녀 역시 기성세대의 잘못된 부동산 시장 관행에 젖어 두더쥐처럼 행동하는 것이 보기 안좋았습니다.



창고에 물건이 쌓여있는 것보다 하나라도 싸게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사업의 기초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경제구조와 경영개념을 간과하다보니, 실제로 3-4명의 소위 복덕방 개념을 가진 보수 부동산인들 이외에는 진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을 하는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30년 경력을 내세우며 부동산 사무실을 개업을 하였지만 상술한 복덕방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수 년째 회사를 키우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소속 에이젼트와 일주일에 한 번도 만나기 힘들 정도로 마음의 여유없이 뛰어다니는 모 브로커를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부동산 중개업은 경험이 많으면 좋지만 고정관념이 덕지 덕지 붙어 옛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영업기법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상술한 30년 경력 브로커라 하더라도 3년 경력보다 실적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3년 짧은 경력의 에이젼트중에 톱 에이젼트가 속속 배출되는 것을 자주 봅니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 시험은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붙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동산 거래에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가급적 많이 배출하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적 행위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여 사회 경제구조를 보호하려는 노력중의 하나입니다.



즉, 부동산업 면허시험은 최소한의 부동산 기초지식및 인성을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그 다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상술하는 부동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술한 자식들 부끄럽지 사업을 하고 싶다는 분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순수한 양심을 잃어버리지 않은 많은 분이 부동산업에 진출한다면 , 우리 한인 사회의 비지네스의  질이 향상되고 어쩌면 미국 경기침체와 관계없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야무진  희망을 걸어봅니다.



기성 세대가 가지지 못한 탁 트인 사고를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부동산 분야에 진입하여 기존의 좋은 전통을 이어받고 나쁜 관행을 쇄신하여 한인 비지네스가 활성화하는데 견인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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