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

잘 빌려야 산다.

작성자
김시우
작성일
2008-03-05 22:36
조회
2042
낡은 건물이지만 제법 차량 통행이 많고 주차공간이 넉넉한 스트립 몰의 한 켠을 임대하여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분의 고충을 듣게되었습니다. 임대기간이 거의 끝나가고 옵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건물주로부터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건물주가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임차인을 퇴거시키려고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계약서를 찬찬히 읽어본 결과 그 분은 다행히  계약서 조항대로  서신으로 옵션행사를 했고, 건물주가 그분을 퇴거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켰습니다.



그런데도 그 분은 이후에  불합리하고 정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임대료의 조정과정에서 불화를 가져올 수도 있어 여간 조바심을 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Landlord가  왕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일전에 나이 차이는 있어도 친구처럼 지내는 분의 집에 초대를 받아갔을 때 그 분의 집 여기 저기에 식당장비와 탁자 의자 심지어 오픈 사인 등이 너저분하게 쌓여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분으로부터 계약서에 옵션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도과하여 건물주에게 강제 퇴거당한 사연을 들었습니다.



퇴거통보 날짜를 어기자 건물주가 법적절차를 밟아 세리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와 아이들이 울면서 물건을 실어날랐다고 합니다. 비정하고 냉혹한 비지네스의 세계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조그만 델리였지만 5년동안 그곳의 수입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그 상가가 번영하여 임대료가 많이 상승하였기에 건물주가 그의 옵션행사의 간과를 이용하여 퇴거시킨 것입니다.



그 분은 손가락에 망치를 내리치고 피멍이 서린 손톱이 빠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그래도 자신의 작은 가게를 가졌다는 소망을 이루고 여기 저기 손을 안 본 곳이 없는데 낡은 냉장고, 탁자, 삐거덕 거리는 의자 등만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왜 버리지 않냐고 물었을 때 약간의 취기가 있었던 그의 눈에 여리게 맺히는 눈물을 보고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그 분은 아마도 그것들을 볼 때마다  뼈속까지 절절히 베어버렸을 고통이 다시 몸 밖으로 새어나왔겠지만, 그는 지금처럼 다시 재기하기까지 그것들은 자신은 물론 자식들에게 교훈의 상징으로 남겨 두었을 것이라고 혼자 상상해 보았습니다.



위 두 사례에서 임대계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E-2 비자로 한국의 전재산을 정리하여 이곳에 비지네스를 하는 분들에게는 임대조건이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래에  임대의 종류와 간단한 정의를 기술해 보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께서는 메일을 보내주시면 계약 샘플과 주의사항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첫째,그로스 리스(gross lease): 임차인이 임대료만 내는 형태입니다. 재산세, 보험료, 건물 유지비 등은 임대인의 몫이고 주로 단독 건물에 많이 사용됩니다.



둘째, 네트 리스(net lease): 임차인이 임대료 외에 재산세, 보험료, 건물 유지비 등을 부담하는 리스 형태입니다. 위의 세가지 항목을 모두 부담하면 트리플 네트, 두가지를 부담하면 더블 네트, 그리고 한 항목에만 부담이 있는 형태를 싱글 네트라고  합니다.  



셋째, 퍼센티지 리스(percentage lease): 주로 몰에 있는 임대 형태로 임대료에 추가로 매상의 일정 부분을 내는 형태입니다. 유명 업소이거나  위치가 좋으면 퍼센티지가 올라가며. 일정 매상을 올리지 못하면 가게를 뒤켠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퇴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수 있으니 계약서를 잘 살피어야 합니다.



넷째, 그라운드 리스(ground lease):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임대하는 것입니다. 땅에 대한 권리는 없고, 그 땅에 세워진 건물에 대한 권리만 인정하며 대형몰이나 호텔등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토지에 개인 건물을 올린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시애틀 시에서 이같은 조건의 임대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섯째, 세일-리스 백(sale-lease back): 임대인이 소유 부동산을 팔면서 임차인으로 전환되는 조건입니다. 건물주는 자금 융통을 할 수 있고 또 자신의 비즈니스도 장기 임대를 얻어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  새 임대인은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리스-구입 옵션(lease- purchase option): 현재는 렌트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해당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형태입니다. 시간이 흘러 권리를 행사할 때 상황이 바뀌어 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계약조항을 명확하게 기술해 놓아야 합니다.



은행에서 돈도 잘 빌려야 하지만 부동산도 잘 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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